청자몽의 하루
의사소통 수단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본문
의사소통 수단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예전에는 매일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메일을 보내거나, 핸드폰(폴더폰일때, 핸드폰 처음 나왔을때)로 안부 문자도 잘 보내곤 했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MSN을 정말 열심히 했었고, 싸이월드 한참 유행할때는 댓글도 열심히 달았다. Facebook 열풍이 불었을때는 Facebook도 열심히 했다. 사진도 올리고 글도 쓰고 댓글도 달고, 쪽지도 보내고.. 그랬다.
그리고 카카오스토리도 계속 업데이트하고, 보면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써주고 그랬었다.
그러던게 어느 순간 모두/ 한꺼번에 그만두게 됐다.
어스름 안개낀 저녁, 몽촌토성에서 600년된 보호수
문자나 메일에 실망하거나 댓글 달아주는 일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손을 다치고(힘줄에 생긴 염증 및 방아쇠수지 등의 병) 손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아껴서 사용하게 되면서 "쓰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손을 다치기 전에 몇번 메일이나 블로그에 글 쓰면서 크게 분노하여 며칠 쓰는 일을 접어둔 적이 있지만, 아예 물리적으로 손을 사용하지 못하다보니 핸드폰 들고 있는 행동 자체도 부담스러워졌다. 지하철을 타거나 멍하니 있게 되면, 아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생각만 해야됐다.
습관처럼 하던 일을 아예 하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게 되니, 객관적으로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잘 살고 있었던걸까?'
'그냥 계속 써대는 행위가 과연 옳았던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습관적으로, 별 생각없이 썼던걸까?'
그때부터 카톡이나 문자나 댓글다는 것도 정말 필요한 때가 아니면 안하게 됐다.
그래.
그때부터다.
손을 아끼려고 했던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쓸데없는 속생각하는 것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인가를 할때 "정말 의미있는 행동인가?"를 묻게 됐다.
그전에는 거의 자동반사처럼 "그냥"했다.
그냥 보내고, 그냥 써주고. 막말로 '영혼없이' 그렇게 한 적도 있다.
내 딴에는 나름 생각한다고 문자나 카톡, 메일, 댓글을 달았던 적도 있는데, 답이 없거나 아니면 나의 의도와 상관없는 답이 오거나, 최악의 경우 의도가 오해되어서 읽혀 속을 끓는 일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
생각이든, 말이든, 하물며 글이든...
어떤 행위를 하면 나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고, 내 소중한 재화(머리든 손이든)를 사용하는 일인데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건데, 나는 왜 '그냥'했을까? 하고 후회를 하게 됐다.
의사소통들이 넘쳐나는데 이상하게 더 외롭고, 더 연락을 안하게 되고, 더 고립된다는 생각이 드는건 뭘까?
카톡, Facebook, 메일, 블로그 등등등.. 온라인 수단은 말 그대로, 편리한 의사소통 수단일 뿐이다.
그게 실제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고보면 얼굴 마주보고 말하는게 제일 좋다.
단 몇분만이라도 얼굴보고 말하는게 낫다. 수단은 그런 온기어린 소통을 간략하게 대신할 뿐이다.
풍성하고 편리한 의사소통 수단의 홍수 속에 길을 잃지 않기를,
그리고 한정된 재화와 같은 소중한 손과 힘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며...
예전처럼 무의미한 자동반사가 아니라, 정말 써야할때 쓰고, 정말 연락해야 할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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