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청자몽의 하루

라따뚜이>...최고가 최상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최선일까?를 생각하게 했던 애니메이션 본문

[글]읽기/영화/ 연극

라따뚜이>...최고가 최상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최선일까?를 생각하게 했던 애니메이션

sound4u 2014. 6. 14. 01:56
반응형

2007/08/05 13:21

영화 속 이야기

"라따뚜이"는 불어로 쥐(rat)와 휘젓다(touille)의 합성어이자 소박한 요리의 일종(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식 요리이름)을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며 ‘사고뭉치 쥐’라는 뜻이라고 한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예고편에서는 레스토랑에 나타난 쥐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나고 이 녀석이 꼬리 휘날리면 부리나케 도망가는 대목으로 끝났었다. 약간 시시해보이기도 하고 해서 ... 재미없겠다 그러고 접어둔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몇달전 예고편을 보니 괜찮아 보였다. 그래서 보러가기로 맘을 먹었다.

배경이 된 프랑스 파리는 영화에서 그냥 예쁜 배경이 된다.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요리천재 생쥐!

쌔앙쥐와 청년의 우정

실제로 쥐가 저렇게 예쁠(?) 턱이 없지만 애니메이션 속 쥐는 정말 귀여웠다.
하필이면 '인간'스럽게 요리하는걸 좋아할게 뭐람. 이 녀석은 타고난 미감을 가진 바람에, 평범한 쥐들의 먹이엔 관심이 없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 흐름 덕분에 예쁜 화면이 살아난다.
평범한 줄거리(디즈니 영화의 수순대로라면) 요리할 줄 아는 쥐가 어벙벙하지만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이를 훈련시켜서 1급 요리사가 된다...로 흘러갈거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 결말이 참 평범해서 좋았다. 결국 자기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바람직한 결말로 끝을 맺었다.

 


이 청년.. 아주 훌륭한 자세를 가졌다. 쥐에게서라도 배우겠다는 의지. 좋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그 자세 잃지 않기를


최고의 평론가가 실은 아주 평범하고 일반적인 음식을 먹고는 울컥...하며 최고의 찬사를 보내게 된다는 부분도 좋았다. 평범하고 누구든지 먹을 수 있는 수수한 요리가 최고의 요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원래부터 요리 잘하는 사람들이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나처럼 초보 요리사에게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음식자체도 만들기 힘들다는걸 알게 된다. 숙련된 요리사가 아닌 이상.. 한숟가락 입에 넣고는 "캬~" 소리나게 끝내주는 김치찌게! 이게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지를 안다.

 

보는내내 재밌고 어떻게 끝날지를 궁금해하면서 2시간내내 재미있게 봤다.
요란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보다는 이렇게 소박하고 따뜻한 영화가 좋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요리가 반드시 복잡하고 기가막힐 필요는 없다. 늘상 먹는 쉬운 말로 엄마가 해준 따뜻한 음식처럼 그렇게 친숙하고 정겨운 음식이어도 충분히 최고일 수 있다.

이 논리를 글쓰기에 적용해본다면, 좋은 글이란 아무도 쫓아오지 못할 미사여구와 화려한 짜임새로 입이 딱 벌어지게 하는 글이 아니라 편한 마음으로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그런게 아닐까 싶다.

최고의 삶이란게 반드시 화려한 것이어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무리 남에게 화려하게, 으리번쩍하게 보이는 생활을 하고 있다해도, 정작 내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먼
그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영화 밖 이야기 - 내 이야기

예전에 어떤 분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분은  야구선수나 가수가 부럽다고 하셨다. 그들은 "히트(홈런)"을 칠 수 있으니까. 사람들의 마음 속에, 기억 속에 남을만한 무엇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래서 부럽다고 하셨었다.


그 말씀을 듣다가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엄청 성공한 사람이 되서 돈도 많이 벌고 떵떵거리고 살아야지!
취직 못하고 빌빌거릴때, 아니면 쥐꼬리만한 월급받고 야근해가며 몸이 아플때 이를 악물고 다짐했던 생각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다짐도 맞기는 맞지만.. 과연 그게 최상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꼭 그런거 같지는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소소하지만 소중한 내 일상을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구나 홈런을 쳐야하는건/ 히트곡을 만들어야 하는건 아니다. 이론적으로 사실 그럴 수도 없고. 중요한건 내 생각인듯 싶었다.

나에게 최고는 무엇인가, 그리고 최상은 무엇인가.
그걸 다지고 가는게 중요한 것 같다.

 

(위에 글을 쓰고 7년이 흘렀다.)
2014년 6월 13일.

위에 썼던 글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도 감사하면서..
비록 맨날 좋은 일만 있는게 아니라서, 부딪히고 넘어지고 까이는 일도 있지만

그래도 잘 살고 있음에
감사드린다.

며칠 흐리다가 문득 맑았던 화창했던 금요일, 퇴근길에 다리를 건너다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고
전에 이 글에다가 올렸던 '석양' 사진이 생각나서
다시 한번 꺼내봤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