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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마침 미세먼지도 없다고 해서, 추운 날인데 용기를 내어 한강에 갔다. 바람이 찼지만 햇살이 좋아서 걸을만 했다. 작년 10월말에 가고 석달만 가는거였다. 하늘이 맑고 파래서 그런지 강물빛이 정말 파랬다. 배속에 아가가 있을 때 왔었는데, 이번엔 혼자 와보네. 작년 다리가 한참 퉁퉁 부었을때 끙끙 고생하며 걸어다녔던 생각이 났다. 바람이 불면 마른 갈대가 서걱서걱 소리를 냈다. 마른 갈대가 우스스스 흩날리는 딱 겨울 풍경이었다.
이번 설에는 아기 낳은지 얼마 안 되서 아무데도 안 가고 집에 있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낯설지만 신이 났다. 어른이 되고 또는 결혼하고 맞는 설은 은근한 피로감에 피하고 싶은 뻘건 날이었는데, 이번 설은 진짜 피할 수 있었다. 그랬다. 남편이 계속 평소와 같은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바람에 떡국도 설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에 비로서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 노랗고 하얀 지단이 곱게 올려진 쌀떡국을 먹었다. 뽀얀 국물에 소고기 고명까지 있는 맛있는 떡국이었다. 이번 설에 느꼈던 넉넉한 여유와 떡국. 두고두고 기억할 것 같다.
저녁 6 ~ 8시 사이. 오늘은 어쩔려구 2개월 꼬꼬마 울아가가 이 시간에 저녁잠을 잔다. 두어번 낑낑거리긴 했지만 깨지 않았다. 재활용 쓰레기 정리하고 집안일 하고, 식탁에 앉아 라디오, 이금희의 "사랑하기 좋은 날"을 들었다. 그냥 자리 앉아서 라디오만 들었을 뿐인데 행복했다. 얼마만인가! 이런 여유.. 큰 조카가 선물해준 맛있는 마카롱을 먹으며 기분 좋았던 것처럼 마냥 좋았다. 참 별거 아닌거 같은게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구나 싶다.
카톡 프로필 사진을 5년만에 바꿨다. 2012년 카톡을 처음 시작하고 세팅한 사진과 배경사진이었다. 그때 설정하곤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기 낳고 나도 다른 부모들처럼 아기 사진으로 바꿔봐야겠다 싶었다. 바꿀까 말까 하다가 바꿨는데 결과적으로는 바꾸길 잘한거 같다. 오랜만에 카톡사진 보고 연락이 오고 있다. 카톡 플필 사진 많이들 보는구나. 하긴 나도 가끔 사람들 사진을 보긴 한다. 카카오스토리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플필 사진은 가끔 바꿔봐야겠다.
지난주부터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몸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