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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Jobs씨의 부음(2011년 10월 5일) 즈음에/ 내 생애 첫번째 컴퓨터- Apple II -에 관한 기억/ 2가지 형태의 삶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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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씨의 부음(2011년 10월 5일) 즈음에/ 내 생애 첫번째 컴퓨터- Apple II -에 관한 기억/ 2가지 형태의 삶

sound4u 2011. 10. 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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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씨의 부음 즈음에(2011년 10월 5일)


10월 5일 스티브 잡스씨가 이 세상과 이별한 이후,
한동안 apple 홈페이지에 가면 이렇게 이 사진을 볼 수 있었다.

t_hero.png 라는 이름의 이미지 파일이었다


그는 분명 우리 세대 큰 영향을 미친 사람 중에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전에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때 한 연설을 듣고 감명받아서 블로그에 옮겨온 적이 있다.

2007/04/28 - [[글]읽기/좋은글+생각] - [펌]스티브잡스의 교훈 10가지
2006/09/12 - [[글]읽기/좋은글+생각] - [펌]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 : 스탠포드 대학에서(2005년 6월)



내 첫번째 컴퓨터- Apple II -에 관한 기억


잡스씨 소식 뉴스에서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다가 문득 내가 제일 처음 만졌던 컴퓨터가 애플컴퓨터였음을 다시금 생각했다.

When you start with fun, it can last a lifetime. 재미로 시작했던 일인데, 그게 어쩌면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수도 있다.


'처음' 뭐뭐뭐를 했어. 하게 될때 그 '처음'이 되는 대상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기억이 참 많이 남지 않나.
그래서 애플이 왠지 좋은건지 모르겠다.
계속 PC만 사용하고 있고, PC용 프로그램 개발했지만 그래도 처음 만난게 Apple이라서 그런가보다.
 


Apple II : 내 생애 첫번째 컴퓨터
 
내가 처음 봤던 컴퓨터는 엄격하게 말하면 애플이 아니었다. 애플을 복사한 복제품 '슈가II'라는 짝퉁이었다.때는 바야흐로 1984년 초등학교 5학년때로 거슬러올라간다. 아버지가 사주신 애플(짝퉁) 컴퓨터는 참 신기한 물건이었다. 컴퓨터를 산 덕분에 컴퓨터 학원을 공짜로 한달인가? 두달인가? 다닐 수 있었다.

그당시는 지금처럼 영어 열풍이 불때도 아니고
초등학생(국민학생이었지만)이 영어를 공부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컴퓨터라는게 미국에서 온거라,
(하긴 20년이 넘었지만..지금도 뭐 한글로 프로그램을 짤 수는 없지 않은가..생각해보면.
전에 그런 시도가 있었다는 얘길 들었으나, 아마 실패했겠지.
우리 말이라는게 참 독특해서 프로그래밍하긴 좀 그럴꺼다.) 알파벳을 외워야 했다. 그러니까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알파벳을 익히게 되었다.



GW-BASIC : 처음 배웠던 컴퓨터 프로그램

학원에서는 GW-BASIC이라는 일종의 Basic언어를 공부했는데
그걸 typing하려면 영타를 쳐야 했고 해서 겸사겸사 알파벳 공부를 했었다.
 
list가 뭔지, run이 뭔지 모르면서 외우다가
list하고 치면 앞에 숫자 나오면서 그전에 쳤던 명령어들이 주르르..떨어지고
run이 달린다 그런뜻이라고 선생님이 말하시던데 run을 입력하면
뭔가 실행이 되고 해서 신기해했던거 같다. go도 썼던 것 같다.


뭔지도 잘 모르면서 열심히 typing해보고 
구구단 출력하는 프로그램이랑
X, Y 좌표를 화면에 찍어서 그림을 그리는걸 해봤던거 같다. 물론 책보고 입력하고, 잡지 보고 입력해보기도 하고 그랬지만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때 컴퓨터는 키보드랑 본체 일체형이고
또 막상 본체를 열어보면 훵~하니 판때기에 칩같은 것들이 딸랑 몇개 꼽혀있어서 열어보고는 에게? 이게 뭐야? 하고 실망했던 생각이 난다. 당시 모니터가 흑백이었는데 녹색 바탕에 까만 글자였는지, 가만 바탕에 녹색글자였었는지 갑자기 헛갈린다. 아무튼 그렇고 그런 모니터와 처음 만났다.

잡지에 나와있는 프로그램 열심히 typing해서 컴퓨터로 노래가 나왔을때의 감격이라는건.. 정말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마치 처음 입력해본 HTML code를 웹브라우저에서 돌려봤을때의 감동과 맞먹는다. (1996년!) 



그 후로 27년이 지나다

올해가 2011년이니까, 무려 27년전 일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꽤나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다.

딱 그때만 다니고 대학교 입학할때까지는 컴퓨터 학원 안 다녔지만, 그래도 컴퓨터들 바뀔때마다 컴퓨터를 사주셔서 장식용일지라도 컴퓨터는 계속 볼 수 있었다. 행운이었다. 비록 게임용이거나 별일 아닌일로 쓰곤 했지만, 그 기계가 낯설지 않게 만져볼 수 있었던건 참 좋았던거 같다.



2가지 형태의 삶


잡스씨 소식 있은지 얼마 안되어 여러사람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문득 "스티븐 잡스와 빌 게이츠" 두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동갑이고 같은 때에 열심히 살았던 두 사람
얼핏 생각해봐도 일에 미쳐서 앞만 보고 달렸을 스티븐 잡스의 삶과
일찌감치 은퇴하여 봉사도 하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듯해보이는 빌 게이츠의 삶은 흑과 백처럼 달라도 참 많이 달라보였다. 

뭐가 더 좋은 삶이었을 것이다. 아니다 그래도 이런 면은 더 좋았을 것이다 등등의 여러가지 의견들이 오갔다.

듣다보니, 그럼 나는 어느 쪽에 가까운 삶을 살았을까? 생각해봤다.

부유하고 있는 집에서 태어난 도련님.. 빌 게이츠씨와는 조금 거리가 먼
본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굳게 일어서야할 스티븐 잡스씨처럼 열심히 살았어야 했을텐데.


한때는 '일'이 최고고, 사명이고 모든 것이었던 때가 있었다.
건강이고 생활이고 모든 걸 팽개치고
죽어라 달리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또 터전 자체가 바뀌고 하다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거 같다.
우린 무엇을 위해 살아야할까? 내가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이런 본질적인 문제들도 생각해보게 됐다. 


잡스씨 덕분에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됐던 2011년 10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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