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금요일날 이야기 나누다 - 나의 사회초년생 시절, 사회생활 적응기를 떠올리며.. 본문
인턴으로 3개월 일하다가 금요일날 퇴사하는 사람이 있었다.
점심 같이 먹는데 "저 오늘이 마지막날이에요. 아침에 말씀드리려다가, 지금 이야기해요." 어렵게 운을 떼는 그 친구를 보며...
마음 짠했다.
그렇구나. 오늘이 마지막날이구나.
#.
대학졸업하고 첫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인데,
그리고 간다고 하는데, 뭔가 좋은 말을 해줘야할거 같은 묵직한 책임감이 들었다.
(말해줘야할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그냥 보내면 안될거 같았다.)
점심먹고, 다같이 차 한잔 마시러 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조용히 혼자 걸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할까.
생각해보니
사실.. 대학졸업하고, 자리잡기까지 긴 시간을 방황하고 힘들어해서 그런지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고
또 지나간 일들 중에 가슴 아팠던 쓰린 기억들이 소록소록 밑바닥에서 올라와서, 더 쓰리기도 했다.
전에 힘들었을때, 좋은 말씀해주셨던 어르신들이 떠올랐다.
생각했던 말들 잘 전해야지 했다.
세월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고도 남는 고마운 분들. 그때 들었던 말들.. 그런 것들이 쌓이고 남는 것 같다.
#.
점심먹고 살살 졸릴만할 무렵,
손에 쥐면 두툼할만한 음료수를 들고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 크기와 상관없이, 나와 잘 맞는 곳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 대기업이라고 좋고, 작은 회사라고 나쁜 건 아니라고
어딜 가든 힘들고 어렵고 괴로운 일이 있을 수 있는데, 그래도 그런 중에 마음이 편한 것이 단 한가지라도 있다면
그래서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러면 맞는거라고 해줬다.
사람들하고도 호흡이 잘 맞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줬다.
내가 아무리 애쓰고 적응하려고 해도, 만약 맞지 않는 곳이라면
결국에는 있을 수 없을꺼라고 이야기해줬다.
이야기는 사실 그 친구한테 해주는거였지만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
아침에 읽은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에서 읽은 부분이 생각난다.
경력은 '역경이나 고난을 이겨낸 나이테'와 같다고.
좌충우돌 티격태격 어렵사리 하루하루 살아간 흔적들이 나무에 남는 나이테처럼 쌓여가나보다.
당시엔 정말 힘들었는데,
지나고보니 좋은 기억, 좋은 분들, 함께 했던 순간들이 남는다.
더 좋은 일들 기대하며
씩씩하게 잘 살아야지.
그 친구한테 이야기해준다고 여러가지 생각해보다가
내가 더 고맙게 되었네.
생각해가면서 잘 쌓아가야지. 참 소중한 하루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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