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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분홍신"이라는 동화.. 그리고 미국와서 잃어버린 몇가지와 얻은 것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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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이라는 동화.. 그리고 미국와서 잃어버린 몇가지와 얻은 것들

sound4u 2007. 6. 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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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이라는 동화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공포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던 "분홍신"이라는 동화.
어렸을때 읽으면서도 슬프면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각난다. 자기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분홍신을 갖게 된 소녀는 그 신을 신고 죽을때까지 춤을 춰야만 하는 벌 아닌 벌을 받게 된다. 자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지칠때까지 미친듯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춤을 춰야하는 것. 결국 그 분홍신을 신은 두 발목을 잘라버리는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데...

어린 시절에는 마냥 슬픈 느낌만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달은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걸 모두 가질 수 없다는 것과 혹시 내가 갖고 싶었던 걸 갖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거였다.



미국와서 잃어버린 몇가지와 얻은 것들

여러가지 이유로 선택한 미국행이었는데 처음하는 외국생활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적응하느라고 힘들었다. 이렇게 저렇게 2년 조금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조금 편해진 느낌도 있어서 다행이다. .... 미국에 있으면 어떤가요? 와 비슷한 질문을 요새 들어 몇번 받게 되어서 2년 조금 넘은 미국생활을 곱씹어보게 되었다.

구구절절히 기억나는대로 쓸려니 자꾸 목에 뭐가 걸리듯 턱턱 막히고 그 많은 이야기를 다 어떻게 써? 하는 마음에 쓰기가 좀 그렇지만 잠깐 생각나는 몇가지만 간략히 쓰자면 다음과 같다.

잃어버린 것

1. 사람, 관계

2. 지하철, 내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

3. TV와 드라마


한국에 있을때는 회식이든 모임이든 어떤 형태로든 주기적인 모임들이 있었는데, 미국와서는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내가 그냥 가만히 있을려면 아무런 곳에도 소속되지 않고 오로쇠 집에만 박혀있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사람들과 오래도록 이야기하던 그런 모임들이 많이 그리웠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고 적응이 되어서 그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은데 가끔 생각날때가 있다. "완전 폐인"되기 딱 좋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 중에 '약'(마약)하는 사람들도 있고, 정신질환을 앓고 약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있나보다. 그래도 맘먹으면 또 관계를 만들 수도 있고 꼭 혼자 있지 않을 수도 있는듯 하다.

내가 운전을 잘 하고 방향감각이 있으면 돌아다니는게 문제없을텐데.. 이게 다 잘 못해서 그렇지. 싶다. 근데 막상 운전 잘해도 갈만한 곳이 한정되어 있어서.. 아쉽다. 지하철타고 다니면 어디든 갈 수 있어서 편했는데.. 하긴 이렇게 생각해보면 지하철 타고 다닐 수 있는 곳도 한정되긴했다. 특히 2호선 타고 밖을 보면서 다니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사람 많아서 싫기도 했던 2호선이지만.. 따뜻한 햇볕 맞으면서 졸기도 하고 책도 보던 기억.

맘만 먹으면 한국 드라마나 TV볼 수도 있는데 어지간하면 안 볼려고 한다. 미국드라마도 볼라고 맘먹음 볼 수 있는데 TV..잘 안켜게 된다.


얻은 것

1. 시간

2. 극복과 용기

3. 책 읽기


사무실에선 보통 일만 한다. 한국과 달리 여기선 커피타임이나 간식시간, 잡담하기 그런게 없이 일만 죽어라 하다가 땡!하면 퇴근하는 분위기다. 다들 그러니까 본의아니게 나도 그렇게 된다. 말없이 일만 하고, 회의를 한다든가 문제가 있어서 토론한다든가 그런거 아니면 말도 잘 안한다. 처음에는 약간 '고문'당하는 기분이었으나..역시 시간이 약이다. 그래서 퇴근 후에 내 시간이 생겼다. 개인시간이 그렇게 많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3시간정도는 내 시간이 생겼다.

첨은 참 소소한거부터 큰거까지 좌절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이젠 좀 적응이 됐나보다. 물론;; 아직까지도 실망하고 좌절할 일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일이 닥쳤을때 용기를 갖고 극복할려는 의지가 살아났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걸 놓치면 안된다는 끈질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드라마나 TV가 없으니 개인 시간이 생겼다. 한국에선 한달가야 책 한줄도 못 읽을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맘먹으면 그리고 게으르지 않으면 책을 읽을 짬도 난다.


중학교때 물상시간에 배운 법칙 중에 아직도 생각나는 법칙은 바로 "질량보존의 법칙"이다.
물을 따뜻한 곳에 두면 컵에는 물이 증발하여 서서히 물이 없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물은 수증기가 되어 공기중에 있게 된다. 존재하기는 하나 모습이 바뀌는 것. 다 잃어버리는게 아니라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모든게 좋을 수만은 없지만, 그렇다고 다 나쁜 것도 아닌게...그게 사람사는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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