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1시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가루처럼 솔솔 날리더니 녹지 않고 쌓였다. 2시 조금 넘으니 한사람, 두사람 퇴근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3시 30분쯤 사무실을 나왔다. 눈이 녹지 않고 쌓이기만 해서 도로는 엉망이었다. 눈치우는 차들이 신나게 달리는게 보였다. 저녁즈음에 집중적으로 쏟아붓는다고 그래서 다들 빨리 집에 가는모양이었다. 통상적으로 보면 겨우내 이렇게 1~2번은 폭설이 온다. 솔솔솔..눈내리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눈이 쌓여서 패리오 앞도 이렇게 하얗게 쌓였다. 신발신고 열심히 밟았다. 눈이 오니 방안의 등불빛이 따뜻하게 보였다. 5시간쯤 지난 지금은 발자국이 눈에 묻혀버렸다. 12인치(30cm)쯤 온다더니 사실인가보다. 눈 솔솔 뿌리는 소리 녹음할겸 동영상 찍어봤는데, TV에서 나오는 만화 주제..
내일 오후 무렵 미친듯이 눈이 내린단다. 쏟아붓는다고. 눈 많이 온다니까 가뜩이나 준비정신 투철한 사람들이 마트에 물건사러 많이 갔다. 음.. 난 준비하러 간건 아니고, 먹을게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간건데 계산할때 줄이 길었다. 아직 눈이 오는 것도 아니고 이제 '곧' 올거라는데.. 눈온다고 내일 학교들은 문닫는다 그러고. 사람들이 막 준비하는거 보니까 걱정이 되었다. 오늘 며칠만에 해가 뜬걸 봤는데도, 별로 기쁘지 않았다. 해도 떴는데 폭설이라니.. 눈사람은 좋은데 눈은 싫다.
입사한지 3년만에! 전화기에 내 이름을 박았다. 원래 이 전화기, 3년전에 퇴사한 아저씨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지난주에 CISCO application을 바꿨다면서 전화기에 번호확인하러 다니는 아저씨를 붙들고 부탁했다. 이름 좀 바꿔달라고.. 세상사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나.. 내가 나서서 (될때까지) 부탁하지 않으면 그냥 알아서 척척해주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어쨌든! 전화기에 이름을 박고나니 뿌듯했다. 기념샷!
12월 중후반, 이젠 정말 빼도박도 못하고 겨울 그것도 한겨울이다. 이곳 특유의 겨울날씨답게 며칠째 비나 진눈깨비 흩날리며 흐린 날이 계속되고 있다. 해를 본게 언제였던지. 안 좋은 날이 아무래도 많다보니, 이쪽 동부로 이사오면서부터 유난히 날씨에 관심이 많아지게 됐다. 날씨 보면.. 그래봐야 비슷한데. 한 몇주만에 내일 해가 잠깐 비친다는데 얼마나 쨍쨍할려나. 저번처럼 형태만 있는 하야물그런 해가 그래도 해랍시고 떠있을려나 날씨탓에 사람이 같이 영향을 받는가보다. 피부병도 생기고, 불면증도 오고, 먹는 것도 재미없고. 하는 일이 다 싱겁게 느껴지는거 같다. (하하..이거 날씨탓으로 다 돌리니 미안쿤) 이런 모든 나쁜 상황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재미있게 살 수 있다면 .. 그거야말로 복된 삶이 아닐까. ..
다행이 자는건 그럭저럭 .. 요새는 잘 잔다. 별로 그 부분은 생각지 못하고 있었는데, 참 우습게도 요새 맛있게 먹지 못한다. 이게 문제는 아닌데.. 워낙 먹성이 좋았던 편이라. 잘 먹지 못하는 내 자신도 어색하고, "왜 이렇게 못 먹니?"라고 누군가 (인사치례로라도) 얘기하면 깜짝 놀란다. 잘 먹지도 못하고 중요한건 먹을때 그렇게 기쁘지도 않고, 억지로 먹는 때가 많다. 먹는게 좋을때도 있었는데. 먹어서 좋을때도 많았는데. 글쓰는 것도 영..힘에 부치고. 뭔가 문제가 있긴 있구나. 난감하다. 문제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