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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이번 주말엔 집에 오지 못하고 꼼짝없이 병원에 있어야겠구나 했는데, 뜻밖에도 외출을 허락 받았다. 몸 상태가 괜찮아지고, 수치가 좋아진 것도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기적이다. 이제 진짜 마지막 외출이다 싶다. 병실 유리문 밖을 나와 퇴원 수속을 하고, 입구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발견하고는 울컥했다. 이야... 그래도 트리를 보는구나. 토요일날 집 근처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데, 크리스마스 캐롤 나오는거다. 캐롤도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에 느끼는 감정보다는, 12월에 들어서면서 트리나 캐롤은 보거나 들을 때 느끼는 두근거림이 더 좋다. 그래도 무사히 한달을 보냈구나!
한달간 병원 생활 병원 입원해서 한달을 갇혀 지냈다. 운이 좋아 주말마다 잠깐씩 외출(퇴원 -> 다시 입원)을 할 수 있었어도 4주간 병원에서 온전히 보내야했다. 한달간 병원생활이 유쾌하고 즐겁기만 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끼니마다 영양사님이 계산해서 해주신 음식으로 골고루 먹을 수 있었던건 좋았다. 몸이 나아지면서 저염식의 위력과 이른 잠자리(10시에는 자야함)에 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됐다. 인간에 대해,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던 것도 좋았다. 물론 병실의 다른 환자들이나 면회객들이 밉고 싫어져 환멸을 느꼈던 건 안 좋은 일이었지만.. 화나는 일도 많았다. 원래 '계획'이라는건 깨지라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11월에 해야지 하고 계획했던 일은 고이 접어두고 다른..
4번째 입원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창문이 보이는 자리라 좋다. 비록 투명 비닐로 창문 자체가 봉해져 있어 활짝 여는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창문이 보이는 자체로도 행복하다. 해가 떴는지 지는지, 구름 끼어서 어두운 날인지 아닌지 그런걸 안다는게 사람의 기분을 좌지우지 한다는걸 알았다. 창문 근처라 그래도 3주째 지냈던 자리보다 훨씬 시원하고 쾌적하다. 점심 무렵에 해가 잠깐 들다가 금새 사라져 버렸다. 신기루처럼... 겨울 해라 짧기도 하겠지만 오늘 워낙 날씨가 흐린 탓도 있는 모양이다. 창가에 해가 들 무렵에는 그저 바라 보기만해도 좋았다.
금요일 퇴원해서 이틀 잘 쉬고, 일요일 다시 입원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영하에 추위를 경험했다. 마지막 외출이라 그런지 영하권 추위도 좋기만 했다. 다행이 미세먼지도 없고. 볕 쪼이며 좋아라 하다가 들어왔다. 다시 병실 와보니, 주말 사이 환자가 꽉 들어차 있었다. 그래서 3주간 지낸 자리 말고 다른 자리로 들어왔다. 남들보다 한달 정도 일찍 병원생활을 경험한거라 생각하고 잘 지낼 생각이다. 자유와 시간의 소중함을 곱씹어 볼 기회로 여기며... 좋든 나쁘든 지나고 보면 피와 살이 되는 경험이 될테니..
일요일처럼 느껴지는 토요일 오후. 아직 낙엽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바람은 찬데 볕이 좋아서, 잎이 더 노랑노랑하게 보였다. 이제 몇개 남지 않은 잎이, 그래서 더 찬란하게 보였다. 땅바닥을 뒹구는 잎도 예뻐보이는, 외출 마지막 날의 오후였다. 아쉽지만 그래도 좋았다. 외출 나오면 맨날 샐러드만 먹다가, 밥이 들어간 샐러드를 주문해서 잘 뒤적거리며 먹었다. 저번에 영양사님께 듣기로, 저염식을 먹어야 하는 나는 의외로 된장과 고추장이 맨 소금보다 더 먹을 수 있다는거다. 그래서 된장 소스라 맘 놓고 적당히 뒤적거리며 먹었다. (소금 1g은 작은 티스푼으로 앞에 조금/ 간장은 소금보다 많지만 반도 못 되게/ 된장과 고추장은 반 정도 넣을 수 있다고) 바깥 세상엔 밥도 맛있다. 마지막 외출의 여유는 이렇게..
목요일~금요일 새벽까지 한 여러가지 검사들 중에 한가지만 빼놓고, 검사결과가 괜찮아서 외출을 어렵사리 허락받았다. 사실 외출이 아니고 잠시 퇴원했다가 다시 입원하는거지만.. 그래도 바깥 세상 공기를 단 이틀만이라도 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흐린 회색 구름 자욱한 우중충한 날씨라도 좋았다. 일주일만에 나오니 바깥 세상에 매연 냄새가 더 지독하게 코를 자극한다. 공기도 썩 좋은거 같지 않고. 그래도.. 그래도 좋았다. 내 마음대로 걸을 수 있는 자유가 이렇게 소중한 것이라니.. 코끝이 다 찡하다. 많이 추워졌다지만, 아직 본격적인 추위는 아닌 모양이다. 다행이 은행나뭇잎이 다 떨어지지 않은채로 매달려 있었다. 10분쯤 그 자리에 서서 사람 얼굴 안 나오게 열심히 찍었다. 사람 얼굴 안 나오게 찍는다고 ..
한겨울에 행복한(?) 고민, 얼음팩과 손바닥 선풍기: 고위험산모 집충치료실에서... 오늘은 영하 1도가 넘은거 같던데. 한겨울에 덥다. 더워도 너무너무 덥다. 가뜩이나 병실 안 내 자리는 덥다. 누가 또 춥다 그랬나보다. 히터까지 펑펑 나온다. 다인실이다 보니 어떤 자리는 찬바람이 들어 춥기도 한다던데.. 어쨌든. 원래부터 더위를 타는 나는 그래서 한증막급 더위를 견디고 있다. 한겨울에 더위 고민이라니. 행복한 고민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더워서 땀을 비오듯 흘려도, 며칠에 한번 겨우 샤워실 가서 씻을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고통도 이런 고통이 없다. 어제는 너무 힘들어서 얼음팩을 달라고 해서, 계속 바꿔 들고 있었는데 얼음팩 가지고 택도 없는거다. 더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지금 있는 자리가 넓고..
WIFI 상태가 아닌 LTE 상태에서 인터넷을 접속하고 있다. 데이터가 금방금방 없어지는 것 같아서, 울집 아저씨한테 리필 쿠폰 하나 뺏어오기까자 했는데... 동영상 몇개 별 생각없이 보니 6G를 금방 다 써버렸다. 데이터가 참 허망하구나. 게다가 리필쿠폰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니라, 한달에 1개씩만 쓸 수 있나 보다. 몰랐다. 머리 쓴다고 리필쿠폰 뺏어오기까지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제 동영상 보는건 자제하고 그냥 글 쓰고 이미지 올리는 정도만 해야겠다.
11월 11일 토요일 빼빼로 데이. 금요일 밤 잠들기 전부터 바라던게 있다. 병원에 있고, 저염식 밖에 못 먹지만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 하나는 꼭 먹었음 좋겠다. 그런데! 빼빼로도 하나 먹을 수 있었고, 병원 밖을 외출(잠시 퇴원)할 수 있었다. 이런! 좋을 때가... 빼빼로 하나를 온전히 다 먹지는 못했지만(울집아저씨에게 제지당해서 5개 밖에 못 먹음), 그래도 바깥 세상에서 먹으니 정말 좋았다.
정기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몸이 좋지 않아 바로 입원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여기저기 이상 징후를 느끼긴 했지만 입원해야 할 정도인지는 몰랐다.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집중치료실에 입원하게 되면서 사태가 심각함을 알게 됐다. 중간에 외출했던 이틀을 제외하고 10일째 병원 생활 중이다. 출입과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집중치료실에서 생활하면서 새삼 잊고 살아온 당연한 일상과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병원 밖 세상에서는 너무 당연했던 것이 여기선 모두 제한을 받는다. -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
4일간 입원해 있다가 검사 수치가 괜찮게 나와서, 하루반 동안 집에 올 수 있게 됐다. 수치가 제발 좋게 나오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대했던게 어느새 어제 아침 일이 되어 버렸다. 계속 저염식을 먹어야해서 비록 설빙 가서 구경을 해야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병원 공기보다 바깥 공기가 좋다. 내일 다시 검사받고 입원을 해야할지 결정이 되겠지만, 이틀간의 화려한 외출이 너무 신났다.
혈압을 낮춰줄까? 저염식과 밤 10시 취침, 중간중간 낮잠 : 비관적 현실주의 출처 : https://www.vingle.net/posts/2257384?asrc=copylink 입원한지 3일째. 이곳 삶에도 적응이 되어간다. 이틀만 있으면 퇴원할 줄 알았는데, 각종 검사와 결과 나오는 날짜 얘기를 듣고나서 적당히 포기하니 그냥 살만하다. 아침과 점심 하루 두끼는 '저염고단백고열량' 식사로 나오고, 저녁에는 저염식과 과일이 나온다. 밤 10시에 잠자리에 든다. 자는 중간 또는 새벽부터 검사 받으러 다닐 수 있어서... 이렇게 이틀하고 반을 보냈더니, 신기한게 꼭지점을 찍던 혈압이 떨어진다. 물론 계속 낮게 나오는게 아니라 약간 불안하지만.. 그래도 정상 수치로 2번 정도 나왔고 여기 입원 초기보단 떨어진..
몸은 참 정직하다. 특히 지금처럼 조심했어야 하는 시기에 먹고 싶은대로 먹고, 내 멋대로 자고 하는게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고 뒤늦게 후회한다. 정상적으로 나와야 하는 수치가 엉망이 되고, 병원에 입원해서야 뒤늦게 알게 되는게 문제다. 9월, 10월 두달동안 정말 잘 먹었다. 여행가서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고, 추석때 실컷 먹고. 늦게 자고 낮에 졸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2주동안 출산용품 준비한다고 무리하게 움직이고 했던 것도 무리였나보다. 미친듯이 혈압이 오르고, 고위험군으로 분류가 되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밀 검사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으면 출산 때까지 입원할 수도 있다는데... 늦어도 10시에는 자야 한다. 누가 그런 말을 하며 경고할 때마다 가볍게 듣고, 싱겁게 먹..
실검 5위에 들었던 내 이름 ^^ 다음 뉴스보다가 가끔 실검(실시간 검색) 키워드 확인한다. 어제 "연예" 분야에 키워드를 보는데, 내 이름이 보이는거다! 무려 5등이 된게 눈에 띄였다. 아이돌 프로젝트에 나온 사람 중에 동명이인이 유명했는가보다. 너무 흔한 내 이름. 그래도 기분 좋았다. 2017/10/29 - [[글]쓰기/나의 이야기] - 실검 5위에 들었던 내 이름 ^^ 2016/07/16 - [[글]쓰기/나의 이야기] - 내 이름 - 이현주 영문 이름 Hyunjoo Lee
부랴부랴 미뤄놨던 신생아 아기 빨래를 했다. 이번주 미세먼지 예보를 보니 한숨이 난다. 오늘은 미세먼지앱이 파랗게 웃는 바람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미세먼지가 하나도 없는 좋은 날이기도 했고. 미뤄놨던 신생아 아가옷과 관련 빨래들을 부랴부랴했다. 미세먼지앱을 보니까 새벽부터 알짤없이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나왔다. 수, 목, 금요일 예보를 보니 한숨이 나온다. 어휴... 또 시작인가? 싶다. 비도 잘 안 와서 건조한데다가 추워지기까지 하니, 중국쪽에서 날아오나보다. 싫다 정말. 아기옷이 그래도 태어나 처음 입을 옷인데, 미세먼지를 묻힐 수는 없었다. 앞으로 미세먼지 없이 깨끗한 날이 언제가 될지도 모르겠고. 손이 부실해서 차마 손빨래는 못해도, 최소한 좋은 공기에서 볕 받으며 잘 말린 옷이나 섬유류였으면 좋..
"베이비 샤워" 선물용 분홍 곰돌이, 12년전 미리 받은 선물(2005년) 2005년 미국에서 살때 일이다. 한참 운전면허를 따려고 연습 중이었던 나는, 남편에게 수모(?)를 당하면서 영업 끝난 넓은 마트 주차장에서 운전 주행 연습을 했다. 남들 20살때 면허 딸때 콧방귀를 뀌면서 "장농 면허로 모셔놓을껄 왜 따나?"했었는데.. 미국에선 그게 필수였다. 신분증이 면허증이었으니까... 면허증이 없어서 "임시 면허증"을 들고 다니면서 조만간 따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필기는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를 외우면 되는데, 문제는 주행 시험이었다. 연습만이 답이었다. 운전은 남편한테 배우면 안 된다는데, 따로 선생님께 배우기도 뭣해서 할 수 없이 부부싸움 감수하며 운전을 배우던 중이었다. 여러번의 연습과 싸움이 ..
13년전 9월에 서울대공원 갔을때 찍은 내 사진을 보게 됐다. 빨간 전화부스 안에서 찍은 설정샷이었다. 요새는 보기 힘든 공중 전화에 눈이 갔다. 2004년의 나와 2017년의 나. 비슷하면서 다른 모습이다. 머리 모양 때문에 그런거 같다. 이마가 워낙 넓다보니 이마만 보인다.
9월 생일, 만 나이를 하나 더 먹다. 생일에는 역시 생크림 케익과 함께! 생일이 지나고, 만으로 나이를 하나 더 먹어버렸다.생일이라면 신나고 좋았던 시절도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는 부담스럽고 서글퍼지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 경우, 전광판에 뜨는 만 나이가 하나 더 올라가게 될테니..내가 나이를 한살 더 먹었구나 실감하게 될 것 같다. 그래도 뭐... 좋다.나이는 어차피 한살씩 먹어가는거니까.
지하철, 버스 분홍 임산부 배려석 : 그래도 아직까지는 온정이 살아있는 세상 병원에서 임신 확인서를 받고 보건소에 갔을때 이 뱃지를 받았다.그런데 그 즈음에는 배가 그렇게 나오지 않아서 잘 티가 나지 않고, 가방에 달아봤자 잘 보이지도 않고 손목에 두르고 있기도 애매해서 힘든데도 꿋꿋하게 서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진짜 힘든때는 이 뱃지를 받기 전, 다시 말해 임신인지는 알았지만 병원에서 임신 확인서를 끊어주기 직전에 울렁거리고 어지러운 때였다. 그 시기에 멀미나서 지하철 타고 가다가 주저앉아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신경써주기를 바랬던건 아니지만, 땀 뻘뻘 흘리며 핑 도는걸 간신히 참으면서 목적지까지 가곤 했다. 배가 슬슬 나오고 중력을 이기기 힘들어지면서부터는 아기를 보호해야 하기..
행복한 글쓰기, 글을 타이핑한다는건...: 한동안 핸드폰에서 글 쓰다가 오랜만에 키보드로 타이핑해서 쓴다. 참 오랜만에 이 시간(밤 10시~12시 사이)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예전에 늘 그랬듯이 노트북 켜고 귀에 이어폰 꽂고 음악 들으면서 키보드로 글을 타이핑해본다. 한동안 핸드폰에서 작은 키보드로 꾹꾹 눌러서 글을 쓰다가 이렇게 키보드 눌러가면서 글을 쓰니까 느낌이 다르다. 역시 글은 타이핑을 해야 제맛이다. 핸드폰으로 쓰든 직접 타이핑해서 쓰든 글쓰는건 다 똑같은 일인데, 왜 이게 더 좋게 느껴지는걸까? 싶다. 요즘 아예 핸드폰이나 태블릿PC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다는데, 난 이게 더 좋다. 이 시간에 이러고 있으니까 처음 블로그에 신나게 쓰던 생각도 났다.하루 정리하는 밤 시간에 오늘 있었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