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프로그래머의 생활이나 모습이 그려진 영화
후아유>... 프로그래머의 생활이나 모습이 그려진 영화
2008년 3월 9일
작년부터 의사들의 생활이 그려지는 일명 '메디컬 드라마'가 속속들이 제작되고 나오는 족족 인기를 얻고 있나보다. <하얀거탑>, <봉달희>.. 그리고 요즘 한참 주가를 날리고 있는 <뉴하트>까지.. 의사들의 생활을 그린 드라마는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는데 프로그래머에 대한 드라마나 영화는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마침내 이 영화 <후아유>를 떠올리게 됐다.
2002년 월드컵 즈음에 이 영화 <후아유>를 보았다. 게임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와 그 게임을 하는 베타 테스터가 나온다. 개발자는 베타 테스터가 누구인지 아는데, 그녀는 가끔 마주치는 그가 개발자인지 모른다.
프로그래머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가 거의 없다. 드라마에 나오는 조연 정도의 직업 중에도 개발자인 사람을 본적이 없다. 출근은 제때 할지 몰라도 퇴근도 제대로 못하고 밤샐때도 있고, 주말도 반납하고, 휴일에도 나가고. 나 없다고 하늘이 무너질 것도 아닌데 정말 모든 걸 걸고 열심히 일했던게 생각난다.
이 영화는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개발자의 모습을 그렸으니까. 나의 모습이었기도 하니까.
어떤 영화를 볼때 내가 알고 있거나, 나와 관련 있거나, 공감할만한 내용이거나 하면 훨씬 몰입해서 진지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보기 쉽다.
저번에 <오퍼나지>를 추천해주신 분이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신다는 댓글을 남겨주셨다.
그러면 이야기가 더 피부에 와닿고해서 진지하게 보셨을거 같다. 나는 그 분야를 잘 모르고 하니, 이해를 못하거나 대충 본 것이고. 무턱대고 화부터 내서 좀 죄송했다.
마치 나는 재밌다고 흥미있다고 좋아라하는 "태권V"나 "건담"이 다른 사람한테는 고철덩이, 그냥 만화, 아무 흥미없는 애들이나 좋아하는 물건 따위로 치부될 수 있는거 아닌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라는 책에서 저자가 말했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개발자.. 참 힘든 직업이다.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이니까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람있게 일하면서 살아야지.
직업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문득 <후아유>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2016년 3월 21일
영화 <후아유>에 나왔던 OST "차우차우"가 문득 생각났다.
그래서 Youtube에서 찾아 듣다가, 예전에 썼던 글을 꺼내봤다.
예전에는 이렇게 정성들여 꼼꼼하게 글을 썼었구나 싶다.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참 대충 성의없이 쓴다 그런 반성도 들었다. 예전엔 글 위주로 블로그를 채웠는데, 요새는 사진 위주로 흘러간다.
영화 속 프로그래머가 만드는 게임은 '아바타'를 꾸며서 채팅도 하고 그 세계를 거니는 모양인데, 2002년 또는 2003년 당시 나도 아바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더 공감하고 고개 끄덕이며 봤던거 같다. 한참 열심히 일할 나이였고, 열정에 불탔고, 뭔가 거대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느낌에 신났던 그런 때였다.
그 후로 13년이 더 흘렀다.
게다가 글을 썼던 2008년도도 이미 8년전 과거가 되버렸다. 당시 나는 미국에 있었다.
한국을 그리며, 한국에서 있었던 순간들이 그립던 그런 시절이었다.
신기하게 오늘 잠깐, 순간만 생각하면 매일 비슷한거 같은데,
그런 미시적인 관점이 아닌, 10년 후 또는 20년 후처럼 크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니 많은 것들이 변했고 또 계속 변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이 변하고 또 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음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디서 무엇을 개발하고 있을까?
영화 <후아유>하면 바로 떠오르는 조승우의 신들린 기타 연주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