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월의 크리스마스 : 다림과 정원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4)8월의 크리스마스 : 다림과 정원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아저씨는 왜 나만 보면 웃어요?"
어느날 문득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은 불같이 확 타올랐다든가, 큰 사건이 있었다든가 그러지도 않고 은은했는데, 그래서인지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피곤해서 잠시 소파에 눈을 부친 다림을 위해 선풍기 방향을 틀어주는 정원의 세심한 배려가 푸근해 보였다.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 부분이었는데, 숟가락 살짝 부딪히는 것에도 흠찔하면서 놀랐다.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한 것도 아닌, 겨우 숟가락 부딪혔을 뿐인데...
컵이 뜨거워 조심시키는 아저씨의 배려가 철없는 아가씨는 마냥 좋았을 것 같다.
비를 피해 우산을 쓰고 가는 장면이 이렇게 설렐 수도 있구나 싶었다.
어 화장했네? 이쁘다.
하고 알아봐주니까 마냥 좋아하는 다림이와 예뻐죽겠는 정원 아저씨
배려는 전염되는 걸까?
속이 불편해하는 아저씨를 위해 사이다를 사와 건네는 다림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들 뒤에 결혼식 야외 촬영차 움직이는 신랑과 신부가 보였던건 일부러 저렇게 화면을 배치한게 아닐까 싶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정원과 한걸음 다가가는 다림.
"그래서요?"
"어?...."
무서운 얘기를 하다가 문득 팔짱을 낀 다림 때문에 깜짝 놀라는 정원의 모습이 좋았다.
사귄지 얼마 안된 커플의 설레임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런게 사랑인데...
수북한 낙엽을 밟고 팔짱 끼고 걸으며 그들의 설레는 첫 데이트이자, 마지막 데이트는 끝을 맺었다.
여러번 만나서 함께 하지도 못했는데, 겨우 딱 한번 이렇게 같이 걸었는데...
하는 생각에 더 안타까웠다.
낙엽 밤길 데이트도 인상적인 장면 중에 하나다.
그래서인지 낙엽이 수북하게 쌓이는 늦가을이면, 이 영화가 생각나곤 한다.
진한 키스는 고사하고 뽀뽀도 한번 못해본, 포옹도 해보지 못한 이 애잔 커플은 "사랑해"라든가 "좋아해"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이별을 하게 된다. 대공원 데이트 이후 병세가 악화된 정원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기다리다 지친 다림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편지에 적게 된다.
다림의 편지를 받은 정원은 부치지 못할 답장을 쓴다.
영화 제목을 <편지>로 하고 싶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박신양과 최진실 주연의 '편지'라는 제목의 영화가 먼저 나와버리는 바람에 <8월의 크리스마스>라고 제목을 바꿨다고 한다.
한 여름에서 가을 무렵까지 이어진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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