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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리뉴얼한지 시나브로 2주년, 햇수로 3년 - 웹관리자로 산다는건 본문

[글]쓰기/개발자 노트

사이트 리뉴얼한지 시나브로 2주년, 햇수로 3년 - 웹관리자로 산다는건

sound4u 2011. 11. 16.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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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 2009년 11월 15일 ~ 2011년 11월 15일:  2주년

관리하는 사이트 중에 하나가 있는데,
오늘은 그 사이트 리뉴얼한지 만으로 2주년, 햇수로 3년 되는 날이다.

웹프로그래머가 되어서 크고 작은 사이트를 오픈을 해봤지만
그날처럼 고되고 뿌듯하지만 썰렁했던 날도 없었던거 같다.

작년에는 그래서 따로 더 기억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렸는데,
그래도 기념일은 기념일이니까 올해는 스스로라도 기념해야겠다 싶어서 써본다.
내년에는 3주년이니까 그땐 좀더 기념해봐야겠다.



2009년 리뉴얼 당시

사이트 리뉴얼은 힘겨운 일이다.
차라리 새로 만드는게 백번 편하고 좋지. 기존에 있는 사이트의 데이터를 포팅해서 새로 만든 사이트에 일부 부어넣는 작업은 그야말로 '군인들의 삽질'에 해당하는 진짜 피곤하고 고된 일이었다.

DB로 떠서 부어주는거면 나았을텐데, 완전 서로 다른 시스템이라 손으로 일일이 긁어서 부어준
그때는 내가 하면서도 진짜 미쳤다 미쳤다 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미친 짓이다.

누가 이런다고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나 좋자고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해야한다 하면서 밤에 피곤한 눈 비벼가면서
기존 사이트 게시판에서 데이터 긁어다가 새 사이트 게시판에 연신 붙여대고 있었다.
거의 몇주에 걸쳐 했던거 같다. 불면의 밤을 보냈다.

새로 오픈했다고 하는데 데이터 하나 없이 썰렁하면 이상할거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기존 사이트와 새 사이트는 다른 회사꺼라서 기존 사이트를 죽이면 모든 데이터가 공기중으로 사라질꺼라서 나름 백업의 의미도 있었다.



2009년 리뉴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DB injection 공격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리뉴얼하게 된거였는데
만약 injection 공격이 없었으면 아마 그 후진 사이트 그 형태로 지금까지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injection 공격당하기 훨씬 전에 왜 홈피를 리뉴얼해야하는지 대해 설명하면서 답답해했던 생각도 났다.

자기가 하는 일 아니면 역시 모른다.

오픈했다고 공개했을때의 썰렁함 때문에 집에 와서 며칠 속으로 앓기도 했다.
거의 몇주 잠도 못자가면서 작업했는데 --; 뭐지. 이 썰렁함은...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서 해야한다는 신념이 있기는 하지만
나 역시 사람이라 그랬나보다.



오픈하는 날의 썰렁한 반응과 달리 리뉴얼하고 한 석달은 불타올랐다

오픈하고는 거의 석달동안 홈피는 불타올랐다.  그게 더 이상했다??

글도, 사진도 계속 올라오고, 댓글도 많고.
하지만 '웹사이트 리뉴얼 3개월 법칙'을 깨지 못하고 4개월째부터 페이지뷰가 뚝 떨어지고, 다들 뜸해졌다.
(이러니까 포털사이트에서도 봄/가을로 개편하는거다.)



2년이 지나면서

그러고 2년이 흐르면서
그래도 매주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글도 있고 그래서 감사한다.

그 사이에 많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어쩌면 그냥 한마디씩 하는거지만, 
한마디씩 10마디의 각각 다른 말을 들어야하는 관리자는 깡과 강단이 있어야 한다.

첨에는 빠직빠직 화도 잘 나더니
요샌 뭐 그냥  그런갑네. 한다. 진짜 별아별 일이 다 있었다. 그런데 모두 다 지나갔다. 휴...
남이 하는 일은, 왠지 쉬워보인다. 그냥 쫌 그거 쫌 해주면 안되나? 뭐 별로 어려워보이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건 자기가 해보지 않아서 그런거다.

이젠 많이 덤덤해져서
어느날 갑자기 미쳐가지고 글이 많이 올라오거나
사진이 막 올라오거나 댓글이 막 올라와도 그러려니 한다.
그러면 오히려 이상하고? 그렇기도 하다.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었다.



홈피가 더 썰렁해진 이유

2010년 전후로 한참 SNS 바람이 불어서 Facebook으로 Twitter쪽으로 관심들이 가면서는 훨씬 더 썰렁해진 느낌이 든다. '우리'보다는 '그냥 나'가 더 강조되는 세상이다.
아니 '그냥 나'도 버거운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긴 글 쓰는거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닌듯 싶고.
그걸 함께 공유하는 것도 귀찮은 일일 수도 있겠다.
어느새 FB, Twitter의 140자 짧은 공유에 익숙해지는건가보다. 아니면 카톡에 더 친숙해지든가.

새털처럼 가벼움에 숨이 막힌다. 아니면 참 나랑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만 줄창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어느새 세대차이를 느낀다. 겨우 1, 2년차이의 사람들도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싶기도 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홈피가 썰렁해졌다고 그게 문제될건 아니다. 다만 교류하는게 없어지는게 아쉽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래도 쭈욱 간다..

어쨌든 세상이 어떻게 되가든 상관없이
나는 내 일을 하는 것이고, 그 터도 꿋꿋히 자기 할바를 다하겠지 싶다.
꾸준히 하는 꾸준함이 절실하고 필요한 세상이니까..

더더군다나 그 사이트는
사명이 있는 곳이니까, 아마 그렇게 꾸준히 계속 갈거 같다.

생각해보면,
뭘 할라면 좀 미쳐야될거 같다.  뚝심도 있어야 할거 같고.
내가 미쳤네 이런다고 뭐가 어떻게 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지만, 그럴때마다 그래도 꾸준히 가는게 맞다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인다.

나도 이렇게 몇번을 좌절하고 그러고 가는데,
그래서 꾸준히 가야해서, 혹시라도 힘겨워할지 모를 누군가를 한번 더 보게 되고 응원하게 됐다.
사람 참 아프게하고, 그리고 자라게하고, 들여다보게 하는 것 같다.
애꿎은 녀석 같으니라고.


만 2년이 이렇게 저렇게 채워져서 감사한 2011년 11월 15일이다.
오늘도 '아무도 청하지 않은 앵콜곡'을 큰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질러 불러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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