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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성균관 스캔들>... 간만에 문득 대학시절/ 지나온 시절을 뒤짚어보게 되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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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딱히 드라마를 챙겨보는 편이 아니었던 내가,
이 드라마를 보게된건 정말 우연이었다.
Youtube에 올라온 10분짜리를 보게 됐다.
주인공으로 보이는, 남장여자가 활쏘기 대회를 힘겹게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잘 안되는가보다 싶었는데, 스승인듯한 사람에게 가서 무릎꿇고 기회를 달라고 빌었다.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단호한 선생의 말에도 굴하지 않고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하는 모습..
그걸 보다가 문득 나의 예전 모습이 떠올라서 그만 빙의되고 말았다.
나도 한 5년전에 하늘에 대고
"제발 한번만 더.. 한심하고 미약한 내게 기회를, 제발 기회를 주세요"
라고 간절히 울면서 무릎꿇고 바랬던 적이 있었는데, 그만 그때가 생각나버렸다.
그때 난 정말 간절히, 모든게 뭉개져버린 내 삶에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랬었다.
그렇게 절실했던 때가 5년전이었다.
그래서 저거저거 어떻게 됐을까. 궁금한 마음에 다음편을 보게되고.
그렇게 게을러서 TV도 잘 안 보는 내가 정말 오랜만에 드라마를 1편부터 끝날때까지 보게 되었다.
물론 초반에 공들여 찍은 그런 느낌은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지고, 뭐.. 정말 흠잡을려고 작정한다면 이것저것 흠잡을때가 많겠지만, 그래도 보면서 내 대학시절부터 지나온 시절들이 생각나서 보는내내 진짜 열심히 봤다.
이 드라마는 드라마 자체 내용보다, 그걸 보면서 다른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
지난주에 다 끝나고 정리도 해볼겸 생각나는 부분을 써보았다.
인상적이었던 부분 위주로 써볼까 한다.
# 길게 할당됐던 활쏘기(대사례) 대회 편
활잡는 법도 모르면서 활쏘기 대회에 나가 그것도 장원을 해야한다는 '미션'을 받게 된다.
한심하게도 주인공은 활을 잡지도 못한다. 보는 내가 다 진짜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장면은,
프로그램 어떻게 짜는줄도 모르겠고 생각도 안나는데 결과물 내기는 내야했던 한심했던
내 자신을 문득 떠올리게 했다.
답이 안 나와서 어디가서 훌쩍거리다가 누구한테 들켜서 민망해하다가 엉엉.. 큰소리로 운다.
이 장면 보다보니, 회사 옥상 가서 목놓아 울던 내 예전 생각이 났다.
나도 그러고보니 진짜 한심한 화상이었다.
동방생- 까칠 도령-의 도움으로 일취월장한 실력을 갖게 되었으나,
여전히 가운데를 맞출 능력은 되지 못했다.
맞춰야할 가운데를 못 맞춘채 무식하게 열심히 연습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스승들의 나누는 대화가 ..
가슴에 콱 와서 꽂혔다.
"버텨내질 않습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뒤쳐져 있는
한심하고 무능하고 초라한 제 자신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말이오.
사람에게 그보다 더 큰 재능이 필요합니까?"
[출처] [성균관 스캔들] 버텨내질 않습니까? 사람에게 그보다 더 큰 재능이 필요합니까?|작성자 필승
(대사가 다 기억이 안나서 기억하신 분 블로그에서 가져왔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뒤쳐지는 한심한 자신을 포기할 수 없었고, 이겨내기 위해 나름 잘 이해도 안되는데도 해내야했던 수많은 나날들이 문득 생각이 났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겨내야할 상황들이 매일매일 생긴다.
난 능력도 없는데 해야된단 말이다.
그래서 결말이 뻔히 그 여자 주인공이 장원이 될줄 알았지만 어떻게 우승하게 될지도 내심 궁금했었다.
활쏘기 대회 후에도 여러가지 고비들도 있었고, 보면 무슨 러브 스토리도 있고 그랬지만
서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뭐 우정 쌓아가는 부분이 좀더 빈약하긴 하지만 아쉬운대로 보기 좋았다.
# 반쪽짜리 양반의 고백
시종일관 내내 까불거리며 화려한 의복을 자랑하며 인생을 재밌게 사는게 최대의 목표였던 것으로 보였던 예쁘장한 주인공이 자신의 실체를 고백하는 장면이었다.
돈 많은 아버지가 자식은 양반을 만들어주겠다고 족보도 샀다고 울먹이며 말하는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에서는,
하필 울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순간 죄송한 마음에 울컥해버렸다.
자식들 잘되게 하겠다고 당신들은 안 먹고 안 쓰면서 아낌없이 우리에게 뭐든지 다 해주셨던 부모님께 문득 죄송했다. 지금의 나도, 내가 잘나서 여기까지 온게 아닌데,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을 잊고 살았구나 싶었다.
지금의 내 처지를 한심해하지 말고 이럴수록 더 힘내서, 분발해서 더 잘 살 궁리를 해야지.
어떻게 키우셨는데 내가 내 인생을 한심해하나 하면서,
눈가가 축축해졌다.
4명의 주인공이 각각 오해하거나 모르고 있던, 혹은 잘못 알고 있던 아빠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데
그 부분도 공감했다.
4명의 주인공이 각각 오해하거나 모르고 있던, 혹은 잘못 알고 있던 아빠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데
그 부분도 공감했다.
# 아직 진짜 세상을 마주하기 전, 젊음 하나 만으로 충분했던 그런 시절을 떠올리다
학교다닐땐 그저 주어지는 과제하기도 벅찼다.
그리고 졸업 후에 펼쳐질 세상에 대해선 막연하기만 했다.
어떤땐 이런 공부만 하고 나면 그냥 나중에 뭐가 되도 될거 같은 막연한 착각도 들었고, 이렇게 하면 취직이 되겠거니 하는 불안한 중에 그런 생각도 있었는데
실제 졸업하고 맞부닥친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가 않았다.
세상은 내가 알고 있는,
그리고 옳다고 생각한대로 되지 않을때도 많고
정의가 반드시 이기는 그런 것도 아니어서 좌절도 많이 했다.
뭔가 저거 아닌거 같은데.. 하면서도 막상 큰소리로 말하지 못하고 묵묵히 고개 숙여야만 할때도 있었다.
어른이 되면 왜 비겁해지는지도 알게 되고
스스로 생각해도 답답한 비굴한 모습이 될때도 있었는데..
주인공들은 아직 그런 실제 세상에 나가기전
젊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시절의 그들이라서..
예전에 내가 아마 생각났던 모양이다.
# 뮤직비디오들..
(성시경, 아이유가 듀엣으로 부른 노래를 배경으로 만든 뮤비)
대사례때의 씩씩하고 힘찼던 모습이 참 좋았는데,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된다더니... 로맨스쪽으로 살짝 기울면서는 좀 답답한 모습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지루해진 감도 있는듯 싶더니, 어울리지 않게 코믹하게 마무리가 됐다.
뒷심이 부족하단 사람들 말도 많고, 원작하고 너무 달라서 아쉽단 사람들도 있던데..
보는내내 여러가지 생각들로, 옛 추억들로, 기억들이 생각나서 가끔 콧등도 시큰하면서 재미있게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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