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윤동주 "병원" 그리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 본문
윤동주 "병원" 그리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서 윤동주의 "병원"이라는 시를 보게 됐다.
병원(病院)
-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金盞花)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에서
고등학교때 읽은 시이기도 했는데, 잊고 있다가 TV 화면에 나오니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그땐 별 감흥없이 그냥 쓱.. 보고 말았던거 같다.
어떤 글은 예를 들면 소설이나 수필 등은 어렸을 때/ 젊었을 때 읽은게 더 강렬하게 남는데, 이상하게 시는 나이 들어서 읽으면 절절하게 느껴진다.
시 특성상 많은 감정들을 압축하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행간에 숨은 이야기가 더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화면에서 읽은, 그러니까 시 가운데 몸통 절에 눈이 더 갔다.
가슴앓이에 공감해서 그런건가보다.
흥미로웠던건 <하늘 바람과 별과 시>로 알고 있는 윤동주의 시집 제목이 원래 <병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원래 제목이었던 <병원>을 지우고, "서시"에 나오는 단어 몇개로 조합해서 만들어진 제목이자 꽤 낭만적으로 들리는<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바뀐 것이다.
제목: 영화 <동주>가 빼먹은 특별한 '엔딩 크레디트'
출처: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183328
이준익 감독이 만든 영화 "동주"가 있다. 볼까 말까 하다가 놓친 영화다.
영화 속 윤동주 역할을 맡은 강하늘이 윤동주의 시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데, 그 소리도 좋다.
짬내서 볼 생각이다.
문득 중학교때 생각이 난다.
2015/04/27 - [[글]쓰기/주제가있는 글] - 잎새에 이는 바람에 '나도' 괴로워했다.
2010/12/30 - [특별한 날의 Google Logo] - (구글로고)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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