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말없음.. 그러나 편안할 수 있다는건 본문
남자들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친근감을 느끼는데,
여자들은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말을 해야만 친근감을 느낀다고 ...
그렇게 이야기하시는걸 들었다.
그런데 난 말없이 그냥 있어도 편안한걸 보면 이건 꼭 여자 또는 남자에만 국한된건 아닌가보다.
하루종일 말 한마디 안하더라도 편안할 수 있는 날이 있는 반면
계속 쉬지 않고 떠들고 있는데도 왠지 공허할 수 있는 날도 있다.
반드시 같은 곳에 살아야만 늘상 이야기하고 친한건 아니고
또 멀리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안 친하고 서먹한 것도 아닌듯 싶다.
따지고보면 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
다들 멀리 사시는 분들인데도 가끔 마주치는 앞집 사는 아줌마, 아저씨보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는 걸보면 '물리적 거리' 라는게 그렇게 중요한거 같진 않다.
중요한건 '마음의 거리' 겠지.
블로그 가끔 오시는 분들 중엔 실제 한번도 만난적도 없으며 어떻게 생기신 분들인지도 모르는 분도 있으니!
그렇지만 꼭 어떻게 생긴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게 중요한건 아닌듯도 싶다.
오늘도 말없이 몇시간을 줄창 있다가 문득 떠올라서 자기전에 몇자 적어본다. 어떨때는 말없음이 정말 참을 수 없이 지겨운데 또 어떨때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편하고 좋을때가 있으니 진짜 '동전의 양면'이다.
<소리의 뼈> - 기형도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 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삼아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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