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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2, 8회 종로 중구편 :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

sound4u 2018. 3.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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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2, 8회 종로 중구편 :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 >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알쓸신잡2, 8회 종로 중구편>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인용했다는 도종환 시인의 시를 이야기했다. 시와 유작가님의 인생길이 겹쳐져서 그런지 시가 더 깊이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시를 보면서, 나 역시 살면서 가야만 했던 여러 길을 곱씹어 보게 됐다.

가고 싶지 않았으나 피할 수 없었던 길.
반드시 가야했던 길.
그리고 거쳐왔기 때문에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알게 했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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