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건, 응답하라1988 (11화, 12화) 본문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건/ 엄마를 사랑하는건/ 소년과 소녀가 사랑할때/
- 그래도 우정이 제일 좋아보아요
- 소품/ OST : 보라빛 향기, 김현철의 "동네" : 응답하라1988 (11화, 12화)
구구절절한 서사로 나열하지 않고, 기억나는 장면별로 적어본다.
이제 와.. 하고 재밌는 소재나 이야기 맛은 좀 덜해졌지만, 가족 이야기나 슬그머나 나오는 감동적인 장면들이 있어서 참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한 1년쯤 지나면 지금의 재미는 덜해지겠지만, 지금도 간혹 생각나면 꺼내보는 <미생> 명장면이나 대사들처럼 지금 기록에 남긴 사진이나 장면들을 보면 좋을 것 같다.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건
"사랑한다는건, 미워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코 미워할 수 없다는 뜻인거야."
자기가 좋아하는 덕선이를 좋아하는 택이가 신경쓰이고 외면하고 싶지만, 택이를 아끼는 마음에 외면하지 못하는 정환이를 보며 그 장면에서 나오는 보라누나의 나레이션이 확 와닿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맨정신에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해버리게 되는건가보다.
엄마 심부름을 해본 적이 없어 보이는 보라누나가, 좋아하는 선우네 집에 묵을 갖다드리겠다고 자원(?)해서 온다.
무뚝뚝한 택이 아버지는 진주와 놀아주면서 남사스러운 삐삐머리도 마다않고, 진주의 요구사항도 모두 들어준다 : )
누군가를 사랑하면 '절대'하지 못할거 같은 행동도 하게 되나보다.
밤 늦게 술 한잔 거나하게 걸치고 들어오는 아버지의 차가운 손이 너무너무 싫어하는 노을이를 위해,
손을 이불 밑에 넣어 따뜻하게 데워서 매만지는 아버지의 마음.
전에 밤 늦게 한잔 드시고 오셔서, 싫다는데도 볼을 부벼대시던 아버지 생각이 났다. 피곤하지만 사랑하는 아이들을 몹시 보고 싶어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그때는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는 아들에게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너희들이 엄마 닮았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똑똑한거였으면 좋다고!
이렇게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이 있는 가정은 복받은 가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러브레터를 받고 부끄러워하는 정봉이형 : )
# 엄마를 사랑하는건
어른이 어린 사람에게 "나 그거 몰라. 못해"라고 말하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절감하게 된다.
게다가 엄마가 아이에게 그렇게 말하는건 정말 힘들 것 같다. 엄마나 아빠도 모르는건 모르는거다.
그렇지만 인정하고 이야기하는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엄마에게 슬그머니 군밤을 건네는 정환이
엄마를 위해 알파벳 이름을 적어드리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
어렸을때 엄마한테 한글도 배우고, 숫자도 배우고, 시계 읽는 법도 덜덜 떨면서 배웠었는데
이제 엄마가 잘 모르시는 것을 알아봐 드리고, 컴퓨터나 핸드폰 사용법도 알려드려야 한다.
엄마의 힘듦을 알고도 내색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기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보라누나 말을 듣고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한 선우는 사랑을 통해 사랑을 배우게 된다.
# 소년과 소녀가 사랑할때
사랑과 우정 사이에 고민하고 선을 긋는 정환이.
어차피 남편은 정환이구나. 이 버스 장면 보고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말없이 마주한 두 사람 장면도 그렇고.
배려하는 선우의 행동에 매번 감동하는 보라누나는
쿨하게 선우를 위로해준다. 맨날 동생 패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속도 깊은 누나다.
예고편에서 심하게 낚시질 했던 바로 그 장면.
지친 택이는 덕선이 어깨에 푹.. 기대버린다.
택이한테는 덕선이가 누나나 엄마처럼 잘 챙겨줘서 좋아하다보니 연민의 감정도 생긴 것 같은데, 덕선이는 택이한테 별다른 감정이 없어 보인다.
덕선이의 감정변화를 정리해놓은 글을 보게 됐다.
제목: 덕선이 감정은 갈대다 라고 무작정 우기는 사람들을 위한 글
http://program.interest.me/tvn/reply1988/9/Board/View?b_seq=15918
같은 드라마를 보는데, 세세하게 서사구조를 짚어가면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글 잘 쓰는 사람들도 많고.
전에 <나인> 때도 그렇고, <미생> 때도 그렇고.. 본 드라마만큼이나 드라마 분석하거나 정리한 글이 흥미롭다.
택이 무척 행복해보인다.
# 그래도 우정이 제일 보기 좋아요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그런 것도 뭐.. 좋긴 좋은데, 난 이 드라마 보면서 형제같이 돈독한 아이들의 우정이 부럽다.
중고등학교때 저렇게 허물없이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부럽다.
소중한 시절에 친구를 사귀지 않고 혼자 섬에서 살았으니.. 아쉽다.
경향식집에 가서 신경쓰이는 식사를 하던 친구들
# 소품
옛날에 집에 있던 전화기는 까만색이었고, 숫자 돌리는 다이얼식 전화기였다.
그래서 다이얼 돌리다가 잘못 전화하고 그랬었다. 잘못 걸린 전화도 많이 걸려왔던거 같다.
집집마다 있던 전화번호부
퓨전으로 먹어서 좀 그렇지만, 80년대말 돈가스집에 가는게 소원일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식때 학교앞 경향식집에 언니랑 같이 간게 처음 간거였다.
요술공주 밍키.
요즘도 화면 조정 시간에 저 화면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통통 튀어서 가운데 맞게 하는 물 장식품겸 장난감.. 생각이 난다.
이미연.. 진짜 엄청났었는데.
세상에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있나 하고 몇번을 돌아보게 할만큼 예뻤고 인기있었다.
이미연 유행할때즈음에 긴 생머리가 유행해서, 저렇게들 많이 길렀다.
덕분에 학교 가느라 버스타면 긴 생머리 여자들이 넘긴 머리에 얼굴을 맞는 일이 많았다.
이미연 보니까 유행하던 긴 생머리 생각도 나고, 고등학교때 버스타고 다니던 기억도 나고 그러네.
중고등학교때 못 가본 경향식집은 나중에 대학교 가서 가끔 가게 됐다.
그러고보니 학교 앞에 이런 경향식집이 있었다.
동룡이 형 이름이 금룡이가 있는걸 보니, 이름이 금룡이, 은룡이, 동룡이 이렇게 되나보다 : )
큰형 이름은 뭘까? 아들 4형제라면서..
뜬금없이 그런 생각을 했다.
9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파르페.
비싸서 그냥 먹지는 못했고, 나도 대학교 4학년때 딱 한번 했던 소개팅 때 화나서 시켜서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 OST
덕선이와 정환이가 비오는 날 만날때마다 나오는 테마곡. 김현철의 "동네"
버스 장면에서 '처음' 내린 비.. 에서 잠깐 멈짓하게 편집한 영상팀에 센스에 박수를 보낸다.
가사가 좋아서 가져와봤다.
<동네>
- 김현철
1
가끔씩 난 아무 일도 아닌데 음~
괜스레 짜증이 날땐 생각해
나의 동네에 올해 들어 처음 내린 비
짧지 않은 스무 해를 넘도록 음~
나의 모든 잘못을 다 감싸준
나의 동네에 올해 들어 처음 내린 비
내가 걷는 거리 거리 거리마다
오 나를 믿어왔고 내가 믿어가야만 하는
사람들 사람들
그리고 나에겐 잊혀질 수 없는
한 소녀를 내가 처음 만난 곳
둘이 아무 말도 없이
지치는 줄도 모르고 온종일 돌아다니던 그곳
<간주>
2
짧지 않은 스무해를 넘도록 음~
소중했던 나의 기억들이 감춰진
나의 동네에 올해 들어 처음 내린 비
내가 걷는 거리 거리 거리마다
오 나를 믿어왔고 내가 믿어가야만 하는
사람들 사람들
그리고 나에겐 잊혀질 수 없는
한 소녀를 내가 처음 만난 곳
둘이 아무 말도 없이
지치는 줄도 모르고 온종일 돌아다니던 그곳
[마무리]
짧지 않은 스무해를 넘도록 음~
나의 모든 잘못을 다 감싸준
나의 동네에 올해 들어 처음 내린 비
사람들 사람들
# 그러고보니 떠오르는 추억의 가수들
88년 대학가요제 당시 신해철.
<그대에게> 전주가 참 근사하다. 전주만 듣고 대상을 줬다는 전설이 사실일거 같다.
담다디 춤도 한참 유행했었는데,
같은 반에, 키가 무척 큰 '이상은'이라는 애가 있었다.
그 애는 담다디 노래나 이상은 얘기하면 되게 싫어핬었다. 담다디 춤 춰보라고 놀려댔으니까...
이미연만큼이나 유명했던 가수 이지연.
이쁘셨는데.. 지금은 뭘하고 계실려나.
# 응답하라 그 장면 : 출처 tv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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