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청자몽의 하루

내 이름 - 이현주 영문 이름 Hyunjoo Lee 본문

[글]쓰기/나의 이야기

내 이름 - 이현주 영문 이름 Hyunjoo Lee

sound4u 2016. 7. 16. 00:00
반응형

내 이름 - 이현주 영문 이름 Hyunjoo Lee : 너무 흔한 내 이름



최초 작성일 : 2007년 11월 16일

 
어제 회사에서 그동안 한 몇개월동안(2~3개월) 인사만 하고 지냈던 예쁜 아가씨가 내 자리로 왔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알지만 그녀는 아마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방끗 웃으면서 

"현주(Hyunjoo)!"

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그리고 발음을 하도 정확하게 해주어서 감동먹었다.
그녀가 나한테 온 목적은 웹페이지를 고쳐달라는 역시 일 부탁하러 온거였지만 그래도 내 이름 발음하기 좀 껄끄럽다고 그냥 일만 냅다 부탁하는 사람들과 달리 먼저 이름부터 불러준 것에 감동을 했다.

너무 흔한, 내 이름은 '이현주'

이름도 흔한데, 하필 성도 '이'씨다. 난 내 이름에 맺힌게 참 많다.
학교 다닐동안 '현주'라는 이름을 갖은 애들이 반에 꼭 있었다. 대학다닐때는 내 윗학번에도 이현주, 그리고 내 아래학번에도 이현주가 있었다. 참 징한 이름이었다.

중, 고등학교 다닐때 애들이나 선생님이나 이름 똑같다고 '5번 현주', '30번 현주' 이런식으로 번호로 구별했다. 맘상하게스리. 왜 학교다닐때는 이름 말고 번호로 분류를 해버리는걸까. 모르겠지만 말이다.

TV에도 현주가 있었다. 배우 이름도 그렇고 극중에서도 현주라는 이름 심심하면 나온다. 책이나 만화같은데도 나오고. 너무나도 흔한 이름이었다.
병원에 가면 몇년생이냐고 묻는건 기본이고, 쎄미나 같은데 가면 몇월생이냐고 묻는다. 그래서 등록대에서 남들 거치지 않는 확인 작업을 당해야 했다.

나는 이름이 특이하거나 예쁜 친구들이 부러웠다. 하다못해 성이라도 특이하다면 또 말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공현주'같이.. 예전에 <내 이름은 삼순이>에서 주인공 삼순이가 이름을 바꾸겠다고 아우성 치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삼순이 보다 희진이가 더 이쁘지 않나.





그런데 내 이름... 발음하기도 힘들다?!

'이름의 수난시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 이름이 외국인들이 발음하기에 나쁜 이름이라는건 미국와서 알았다.
아니 '현대 자동차'도 있는데 왜 Hyunjoo라는 이름을 보면 당황을 할까! 하고 내심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Hyu.. 이런식으로 되면 H가 묵음이 되는가보다. '허브tea'도 '얼브tea' 비슷하게 발음한다. 그리고 joo에서 j..가 묵음이 될 수 있다는거였다. 스페니쉬를 쓰는 사람들은 첨에 나보고 '엉우'라고 했다. 스페니쉬에서 j는 거의 발음 안하나보다.

커피전문점 같은데 가면 card에 이름보고 직원들이 황당해하는걸 봤다. 
"뭐라구 읽어야되?"

그리고 우리나라 여권만들어줄때도 문제가 있었다.
Hyun Joo Lee
이렇게 여권에 찍혀있다보니 이름 등록할때 그야말로 이름들이 엉망진창이 되는거다. Hyun-Joo라고 써진 곳은 그나마 양반. Hyun J. Lee 윽.. 내 왜 '주'가 middle name이 되야하는데. Hyun Lee 너무했다.
그래서 고칠 수 있는 이름들은 죄다 Hyunjoo로 해놓았는데 이름 생각하면 화가 난다.


흔한건 그만큼 좋다는 뜻

그래서 꾀를 낸건 내 이름 소개할때 "내 이름은 '현대 자동차'하고 비슷해."였다. 그렇게 하니까 비슷하게 발음한다. 현대 자동차, 혼다 자동차한테 감사한다. 라디오 광고 들으면 현대라고 하는건지 혼다라고 하는건지 헛갈린다. 그렇게 발음하기가 어려운지 몰랐다.

어쨌든 수난을 당하더라도 꿋꿋하게 이름 안 바꾸고-영어로 된 예명도 없이- 그냥 버티기로 했다.
나중에 후손에게는 예쁜 이름일 지어줘야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다음에 영어가 조금 더 늘면 내 이름 소개할때 내 이름은 '현명한 구슬'이라는 뜻이라고 풀어서도 설명해주어야겠다. 내 이름은 한자도 흔하다. 흔하다는건 그만큼 좋다는 뜻이기도 하고 내가 태어날 당시에 유행했다는 뜻이겠지만.



2016년 7월 15일


위에 이름에 관한 글을 쓴지 거의 10년이 다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이름이 흔하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이제 한국에 살다보니, 이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없어서 별 감흥이 없기는 하다.

예전엔 이름 한번 불리고 내 이름 부르고 하는 것 자체가 이렇게 큰 이야기꺼리가 되었구나 싶다.


역시 미국 생활은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다. 버티는 삶, 견디는 삶, 이겨내는 삶이었던듯...


어느덧 10년 가까운 시간을 이 블로그 터전에서 함께 했구나 싶어서 뿌듯하다.

좋은 이름 뜻처럼 하루하루 소중하게 잘 살아야겠구나 다짐해본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