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울컥했던 1화와 울어버린 2화, 문득 공감해버린 <응답하라1988> 본문
울컥했던 1화와 울어버린 2화, 문득 공감해버린 <응답하라1988>
사실 뭔가에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으면 안되는데, 이 드라마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우선 3번째 시리즈인데다가, 보아하니 '남편찾기'를 할거 같고
게다가 주인공이, 그것도 홍일점이라고 볼 수 있는 여주인공이 그렇게 믿음직해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1화와 2화를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1화는 등장인물들이 많다보니 소개하느라 바빴는데, 하필이면 2남 1녀 중에 가운데 낀 "둘째딸"이 너무 실감나서 울컥해버렸다.
"중간에 낀 둘째"라는게 이야기가 많은 캐릭터 아닌가.
자랄 땐 서럽고 서운한게 많았던 둘째.
지나고보니 얻은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게 둘째긴 하다.
양보하는 법도, 참는 법도 배웠어야 하고. 할말 많은 둘째, 잊고 있던 시절 생각도 다시금 났다.
서러움에 복받쳐 우는 주인공 보면서 맞어맞어. 공감했다.
삼남매 중에 둘째딸, 위에 언니 있고 밑에 남동생 있는 집의 하필 중간에 낀 둘째딸은 서럽다.
서러움이 폭발한 덕선이 보고 울컥했다.
왜왜왜?? 하필 '나'냐고!!!
큰딸 보라와 작은딸 덕선이는 중고등학교 학생이니까(언니는 대학생이지만 덕선이는 아직 고등학생) 죽일듯이 때리고 싸우지만,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면 그보다 더 좋은 친구가 없을 것 같은 자매가 될거란 생각이 든다.
어렸을땐 꼭 그렇게 물리적으로 싸우지 않아도 신경전도 벌이고 그렇기는 한데, 나이 들면 친구가 되는 것 같다 : )
1988년에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당시 고2였던 주인공과 거의 같은 세대를 살았던 셈이다.
당연히 올림픽도 생각났지만, 자잘한 소품들이나 환경들을 보니 유년시절을 보냈던 1970년이 생각났다.
연탄, 쓰레기통, 바가지로 물퍼서 쪼그리고 앉아서 세수대야에서 세수하던 것, 켜켜이 이어지는 시멘트 계단들, 동네 아주머니들 나와서 이야기꽃 피우던 골목길 앞 평상, 동전 오락실 등등.
아예 작정이라도 하듯 국민학교, 중학교 시절 생각이 났다.
책에 관심이 없어 가까이 하지 않던 일명 빨간책 "하이틴로맨스"에 푹 빠진 주인공 보니,
당시 그 책들 보면서 열을 내던 반 친구들 생각도 났다.
1980년대 한참 인기 있었던 '아기공룡 둘리' 작가가 쌍문동을 배경으로 둘리를 그렸다고 하던데,
마침 드라마 배경도 쌍문동이라 그런지 겸사겸사 '아기공룡 둘리'에 관한 용어나 노래도 나와서 반가웠다.
'둘리 슈퍼', '고길동 아저씨', '깐다삐야~" 등등.
그렇게 먼 것 같지 않은 80년대가 30년전이었다니 세월이 정말 빠른거 같다.
2화에서 할머니 돌아가셨다는 전화받고 우는 주인공 보면서,
중학교 2학년때 아버지 돌아가셨을때가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정말 눈물 흘렸던 부분은 계속 괜찮은 척 하고 있던 주인공의 아버지(집안에서는 둘째, 하지만 큰형이 미국 가있어서 실제로는 맏이 역할을 했어야했던)가 미국서 급하게 돌아온 형을 보고 서럽게 우는 장면이었다.
미국에서 힘들게 살며 어머니를 그리워했을 큰형의 상황과
둘째지만 형이 없어 맏이 역할을 우직하게 담당했을 작은 아들인 아버지의 상황에 눈물이 펑펑 났다.
어른은 강철이 아니다. 힘들고 무섭고 답답해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감당하고 있는거다.
가족과 가족의 무게를 생각해보게 되는 1화와 2화였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는데, 보면서 옛날 생각들을 떠올려볼 것 같다.
본 글과 댓글이 흥미로운 '닥터콜'님의 응답하라 리뷰가 시작됐다.
# 응답하라 그 장면 : 출처 tvN <응답하라1988>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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