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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겨울이 됐다. 좋은 가을이 짧은데다가 병원에서 한달을 보내고 나니, 곧 12월이다. 노란 잎 한창일때 담아놓았던 사진을 차례로 늘어놓고 본다. 가을은 참 이뻐서 좋은데, 왜 그렇게 짧을까? 아쉽다. 내년 가을을 기약하며...
이번 주말엔 집에 오지 못하고 꼼짝없이 병원에 있어야겠구나 했는데, 뜻밖에도 외출을 허락 받았다. 몸 상태가 괜찮아지고, 수치가 좋아진 것도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기적이다. 이제 진짜 마지막 외출이다 싶다. 병실 유리문 밖을 나와 퇴원 수속을 하고, 입구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발견하고는 울컥했다. 이야... 그래도 트리를 보는구나. 토요일날 집 근처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데, 크리스마스 캐롤 나오는거다. 캐롤도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에 느끼는 감정보다는, 12월에 들어서면서 트리나 캐롤은 보거나 들을 때 느끼는 두근거림이 더 좋다. 그래도 무사히 한달을 보냈구나!
한달간 병원 생활 병원 입원해서 한달을 갇혀 지냈다. 운이 좋아 주말마다 잠깐씩 외출(퇴원 -> 다시 입원)을 할 수 있었어도 4주간 병원에서 온전히 보내야했다. 한달간 병원생활이 유쾌하고 즐겁기만 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끼니마다 영양사님이 계산해서 해주신 음식으로 골고루 먹을 수 있었던건 좋았다. 몸이 나아지면서 저염식의 위력과 이른 잠자리(10시에는 자야함)에 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됐다. 인간에 대해,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던 것도 좋았다. 물론 병실의 다른 환자들이나 면회객들이 밉고 싫어져 환멸을 느꼈던 건 안 좋은 일이었지만.. 화나는 일도 많았다. 원래 '계획'이라는건 깨지라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11월에 해야지 하고 계획했던 일은 고이 접어두고 다른..
알쓸신잡2, 4회 해남&강진편(2) : 음식열전/ 는 왜 해남&강진에서 시작했는가/ 윤선도의 세연정/ 송호 해수욕장/ 땅끝 전망대/ 풍경의 완성 # 음식열전 확실히 남도는 먹꺼리가 풍성하다. 황교익 선생님 말씀처럼 수라상보다 훨씬 잘 나온 것 같다. 와... 맛있겠다. 게다가 음식이 멋스럽게 청자 그릇에 담겨 왔다. 유시민 작가님이 자신있게 권한 "통닭집"은 반전이었다. "통닭"하면 흔히 치맥(치킨과 맥주) 떠올리는데, 여기서 말한 통닭은 그런 류의 튀긴 통닭이 아니라 닭 한마리를 가지고 요리할 수 있는 '모든 요리'를 말한다. # 는 왜 해남&강진에서 시작했는가? 처음 나왔을때 굉장히 인상 깊었던 가 계속 나와서 여러 편이 되었나보다. 2편까지 읽었는데 나온지 오래된 것 같다. 왜 1편이 "해남&강진"..
알쓸신잡2, 4회 해남&강진편(1) : 정약용의 편지/ 동양 도자기가 유럽에 미친 영향/ 대나무와 인간의 마디(계절과 절기) 의미 알쓸신잡2, 4회에서는 해남&강진에 갔다. 해남과 강진 역시 볼꺼리와 이야기꺼리가 많은 곳이라 그들의 수다 재밌었다. 영월과 진도&목포편은 암울했던 과거와 현실이 묘하게 반영되어 조금 우울한 편이었다면, 이번 편은 흥 돋는 여행기답게 밝고 경쾌했다. 과거 조선시대에 해남과 강진이 유배 일번지 였음에도 불구하고... # [장동선] 정약용 선생의 편지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쓴 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한때의 재해를 당했다고 하여 청운의 뜻을 꺽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의 가슴 속에는 항상 가을매가 하늘을 치솟아 오를 기상을 품고 천지를 조그마하..
10월 중하순에 먹은 브런치 사진 -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기억 한줌 (병실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비록 한달째 병실 생활하고 있지만, 그래도 9월~10월 잘 돌아다니고 잘 먹고 햇살도 많이 쬐고 그래서 좋았구나. 그때 사진들 지우지 말고 핸드폰에 남겨둘껄. 갑자기 객기가 들어, 집 노트북에 백업받고 싹 날려버린게 아쉽다.) 10월 중순 어느 볕 좋은 날, 여유자작하게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그날 아침엔 미세먼지도 없이 맑은 날이었다. 브런치에 아메리카노가 기본 음료라고 해서, 맛만 본다 셈치고 주문했다. 정말 오랜만에 마시는 커피는 쓰고 따뜻했다. 몇 모금 못 마시고 버렸어도 좋았다. 원래는 공장이었던 건물을 개조했다더니, 그래서 까페는 독특한 인테리어로 여느 까페와는 달랐다. 10월엔..
4번째 입원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창문이 보이는 자리라 좋다. 비록 투명 비닐로 창문 자체가 봉해져 있어 활짝 여는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창문이 보이는 자체로도 행복하다. 해가 떴는지 지는지, 구름 끼어서 어두운 날인지 아닌지 그런걸 안다는게 사람의 기분을 좌지우지 한다는걸 알았다. 창문 근처라 그래도 3주째 지냈던 자리보다 훨씬 시원하고 쾌적하다. 점심 무렵에 해가 잠깐 들다가 금새 사라져 버렸다. 신기루처럼... 겨울 해라 짧기도 하겠지만 오늘 워낙 날씨가 흐린 탓도 있는 모양이다. 창가에 해가 들 무렵에는 그저 바라 보기만해도 좋았다.
김영하 산문 : 왜 읽는가? 무엇을 읽어내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다. 김영하 산문집 , , 시리즈 중에 하나인 를 읽었다. 책은 6개의 장으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그동안 작가님이 읽으신 책(영향을 받거나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인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의 전개였다. 별 생각없이 읽다가 "읽기"와 "읽어내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1. 고전, 원전으로 다시 읽기 작가님이 '고전 다시 읽기'를 이야기 하시는데, 그러고보니 나도 유명하다고 하는 책들(그리스 신화나 문학이나 유명 소설)을 문고판이나 어린이용 압축판 그런 것들로 접해서 원작은 실제 어떤 식이었는지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오이디푸스" 같은 경우, 하루 아침에 몰락해버린 왕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공연하는 것이었..
금요일 퇴원해서 이틀 잘 쉬고, 일요일 다시 입원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영하에 추위를 경험했다. 마지막 외출이라 그런지 영하권 추위도 좋기만 했다. 다행이 미세먼지도 없고. 볕 쪼이며 좋아라 하다가 들어왔다. 다시 병실 와보니, 주말 사이 환자가 꽉 들어차 있었다. 그래서 3주간 지낸 자리 말고 다른 자리로 들어왔다. 남들보다 한달 정도 일찍 병원생활을 경험한거라 생각하고 잘 지낼 생각이다. 자유와 시간의 소중함을 곱씹어 볼 기회로 여기며... 좋든 나쁘든 지나고 보면 피와 살이 되는 경험이 될테니..
일요일처럼 느껴지는 토요일 오후. 아직 낙엽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바람은 찬데 볕이 좋아서, 잎이 더 노랑노랑하게 보였다. 이제 몇개 남지 않은 잎이, 그래서 더 찬란하게 보였다. 땅바닥을 뒹구는 잎도 예뻐보이는, 외출 마지막 날의 오후였다. 아쉽지만 그래도 좋았다. 외출 나오면 맨날 샐러드만 먹다가, 밥이 들어간 샐러드를 주문해서 잘 뒤적거리며 먹었다. 저번에 영양사님께 듣기로, 저염식을 먹어야 하는 나는 의외로 된장과 고추장이 맨 소금보다 더 먹을 수 있다는거다. 그래서 된장 소스라 맘 놓고 적당히 뒤적거리며 먹었다. (소금 1g은 작은 티스푼으로 앞에 조금/ 간장은 소금보다 많지만 반도 못 되게/ 된장과 고추장은 반 정도 넣을 수 있다고) 바깥 세상엔 밥도 맛있다. 마지막 외출의 여유는 이렇게..
목요일~금요일 새벽까지 한 여러가지 검사들 중에 한가지만 빼놓고, 검사결과가 괜찮아서 외출을 어렵사리 허락받았다. 사실 외출이 아니고 잠시 퇴원했다가 다시 입원하는거지만.. 그래도 바깥 세상 공기를 단 이틀만이라도 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흐린 회색 구름 자욱한 우중충한 날씨라도 좋았다. 일주일만에 나오니 바깥 세상에 매연 냄새가 더 지독하게 코를 자극한다. 공기도 썩 좋은거 같지 않고. 그래도.. 그래도 좋았다. 내 마음대로 걸을 수 있는 자유가 이렇게 소중한 것이라니.. 코끝이 다 찡하다. 많이 추워졌다지만, 아직 본격적인 추위는 아닌 모양이다. 다행이 은행나뭇잎이 다 떨어지지 않은채로 매달려 있었다. 10분쯤 그 자리에 서서 사람 얼굴 안 나오게 열심히 찍었다. 사람 얼굴 안 나오게 찍는다고 ..
한겨울에 행복한(?) 고민, 얼음팩과 손바닥 선풍기: 고위험산모 집충치료실에서... 오늘은 영하 1도가 넘은거 같던데. 한겨울에 덥다. 더워도 너무너무 덥다. 가뜩이나 병실 안 내 자리는 덥다. 누가 또 춥다 그랬나보다. 히터까지 펑펑 나온다. 다인실이다 보니 어떤 자리는 찬바람이 들어 춥기도 한다던데.. 어쨌든. 원래부터 더위를 타는 나는 그래서 한증막급 더위를 견디고 있다. 한겨울에 더위 고민이라니. 행복한 고민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더워서 땀을 비오듯 흘려도, 며칠에 한번 겨우 샤워실 가서 씻을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고통도 이런 고통이 없다. 어제는 너무 힘들어서 얼음팩을 달라고 해서, 계속 바꿔 들고 있었는데 얼음팩 가지고 택도 없는거다. 더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지금 있는 자리가 넓고..
알쓸신잡2, 3회 목포편 : 내가 성장하는 순간(갑각류의 예)/ 어떤 사람을 정말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는게 가능할까?/ 목포는 어떤 곳?/ 그들이 진도에 간 이유 3회에서는 목포와 진도를 갔다. 이번편에서도 역시 맛있는 먹거리와 좋은 볼거리를 구경했지만, 뭐니뭐니해도 하이라이트는 역시 그들의 수다였다. 먹거리.. 그것도 남도의 먹거리는 근사해 보였다. 게다가 저염식으로 식사를 제한 받고 있는 입장에선 뭐든 맛있게 보인다. 그래도 역시 잠깐 비춰지는 먹거리 보다는 생각하게 하는 이 분들의 담소가 마음에 더 남는다. # 내가 성장하는 순간 (갑각류의 예) [장동선] 인간의 마음은 새우처럼 자란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님이 말한 내용인데, 꽤 인상적이었다. - 갑각류는 허물(껍질)을 벗으며 성장한다. - 탈..
저염식 위주로 먹어야 해서, 샐러드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높은 혈압과 부종이 문제가 된터라, 어쩔 수 없이 저염식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병원에서 거의 간을 하지 않은 저염식 식사를 하다가 바깥에 잠깐 나오니 마땅히 사먹을만한게 없었다. 그래서 평소 같았으면 절대 먹지 않았을법한 샐러드를 먹었다. 남이 먹는 일반 식사가 왜 그렇게 맛있어 보이던지... 내 샐러드도 이쁘다 하면서 잘 참고 먹었다. 이렇게 소스를 많이 넣어 먹으면 안 된다는데, 이미 뿌려져 나온건 어쩔 수가 없었다. 여러번 먹었던 닭가슴살 샐러드. 먹을땐 포만감이 들지만, 시간 지나면 배 금방 꺼져 아쉬웠다. 저염식 고열량 고단백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한다는데, 정말 쉽지가 않다. 그래도 이번에 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먹는게 정말 중요하다는 ..
WIFI 상태가 아닌 LTE 상태에서 인터넷을 접속하고 있다. 데이터가 금방금방 없어지는 것 같아서, 울집 아저씨한테 리필 쿠폰 하나 뺏어오기까자 했는데... 동영상 몇개 별 생각없이 보니 6G를 금방 다 써버렸다. 데이터가 참 허망하구나. 게다가 리필쿠폰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니라, 한달에 1개씩만 쓸 수 있나 보다. 몰랐다. 머리 쓴다고 리필쿠폰 뺏어오기까지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제 동영상 보는건 자제하고 그냥 글 쓰고 이미지 올리는 정도만 해야겠다.
못 나갈 줄 알았는데, 어렵게 외출(잠깐 퇴원. 토~일요일)한거라 그런지 뭐든지 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가을이군." 정도로 느꼈을 단풍도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일요일 낮엔 미세먼지가 없어서 숨쉬기 좋고 걸을만 했다. 저무는 오후 햇살을 받아서 나뭇잎이 실제보다 더 노랑노랑하게 보였다. 운이 정말 좋아 이번주말에 외출할 수 있다해도 이 잎들을 못 볼 것 같다. 주중에 비바람에 잎이 다 떨어져 버릴 것 같다. 올 가을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 일주일 사이 부쩍 낙엽이 떨어지다. 창문이 없은 병실에서 일주일을 보내다가 바깥 세상에 나오니, 볕이 그렇게 눈 부시고 좋을 수가 없다. 형광등 아래 일주일을 살다 나와서 더 그렇게 느껴졌나보다. 일주일 사이 부쩍 나뭇잎이 노랗게 물든걸 알 수 있었다. 바람은 냉냉한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햇볕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오후였다. # 까페에서 홍시주스를 마시러 까페에 갔다. 바깥 세상에선 이렇게 까페도 맘대로 갈 수 있는데... 미니언즈들.. 까페 사장님의 인테리어 센스가 돋보였다. 시럽 빼고 달라고 한 홍시주스는 그래도 달았다. 뭔들 맛있지 않았겠는가?
11월 11일 토요일 빼빼로 데이. 금요일 밤 잠들기 전부터 바라던게 있다. 병원에 있고, 저염식 밖에 못 먹지만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 하나는 꼭 먹었음 좋겠다. 그런데! 빼빼로도 하나 먹을 수 있었고, 병원 밖을 외출(잠시 퇴원)할 수 있었다. 이런! 좋을 때가... 빼빼로 하나를 온전히 다 먹지는 못했지만(울집아저씨에게 제지당해서 5개 밖에 못 먹음), 그래도 바깥 세상에서 먹으니 정말 좋았다.
고백부부(Go back),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에 "타임슬립"이 유행했다. 어떤 이유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자주 나오다 보니 좀 식상하기까지 하다. 확실히 유행은 유행인가 보다. 의 주인공들은 99학번이다. 요즘 문화컨텐츠 소비를 소비하는 주 연령대가 40대라더니, 1980년생이 주인공이다. 현재 38살인 주인공들은 어느날 갑자기 대학교 1학년으로 돌아가 다시 20살을 살아간다. 아쉽게 놓쳐버린 첫사랑과 사랑을 하고, 그 시절 멋진 선배와 연애도 하고, 재밌게 놀고, 돌아가신 엄마랑도 다시 만난다. 현재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 다시 돌아갈래~" 보고 있자니, 영화 의 강렬한 도입부에 등장했던 설경구의 외침이 생각난다. ..
"전, 전전, 전전전..." [뉴스룸 앵커브리핑]/ 손석희 앵커 레전드 인터뷰 [소셜라이브] # 전... 전전... 전전전... 제목이 특이해서 클릭해서 본 "뉴스룸 앵커브리핑"이다. 예전 같으면 뉴스룸을 꼬박꼬박 챙겨봤을텐데, 병원 입원한 후로 뉴스룸을 보지 못하고 있다. 조금 오래 되었더라도 청산되어야 하는 과거의 잘못은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거슬러 올라가 10년전 일이면 그렇게 먼 과거도 아닌데. 왜 "그"는 잘못을 바로 잡는걸 부패라고 말하는걸까? 그렇게 말하는 "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동안 "그"에 대해 너무 많은 사실들이 숨겨져 있었고,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대선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공개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 소셜라이브. 손석희 앵커 레전드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