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없는 날

한 며칠 참 좋더니, 또 며칠은 이 동네 특유의 꾸릿한 날씨다.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비가 살살 흩뿌린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우울하고, 날씨가 나쁘면 나쁜대로 안 좋지만.

오늘은 날씨랑 아무 상관없이 최악의 날이었다. 

1 스트레스 지수 최악 - 머리가 열렸어요!

지난주부터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일이 잘 안되는데; 빨리 끝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나도 아는데 빨리 끝내야 하는거..

압박을 받으니 일은 더 안되고 스트레스 수치만 계속 올라갔다.

오늘은 스트레스 지수는 최고였다. '머리가 열리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휴...

내가 이러다 그냥 책상에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천신만고 끝에 끝내고 느즈막히 퇴근을 했다. 그래도 뿌듯했다. 끝내고 났는데 머리 열린 상태가 복구가 안되서 멍했다.

2 피자집 사건 - 지들이 잘못해놓고 누구한테 큰소리인가.

집에 오는 길에 동네 피자집에서 피자를 먹었다. 현금만 받는 곳이었는데.. 나올때 큰 돈을 냈는데, 거스름돈을 제대로 받은지도 모른채 나왔다.

집에 와서 뒤늦게 큰 돈 내고 거스름돈 제대로 못 받은줄 알고 끙끙거리다가..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냥 잤다. 우리집 아저씨가 피자집 아저씨에게 가서 사정을 말했더니 --;

그 특유의 도도한 분위기(아니! 지들이 잘못해놓고 누구한테 큰소리람? 미국에선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 누구 머리가 돌머리인데.. 말 잘 못한다고 개무시다)로 무시하길래 좌절하고 나왔단다.

미안했다. 돈 떼어먹힌거 같아 억울한 것도 속상하고, 우리집 아저씨한테도 미안하다.

3 답 참 안 나오는 날이었다

날도 꾸릿하고

머리 열리게 힘들었는데다가

결국 피자집 사건도 있고

답이 안 나오는 날이었다. 매일 이런다면, 진짜 살 수가 없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