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메신저에서 생긴 일

내가 메신저라는걸 처음 접했던건 1999년인지 2000년인지였다. 그때 처음 썼던 메신저는 UIN(Daum이 사서 다음메신저로 바뀌었지만)이고 그 후에 잠시 ICQ도 써보고 여러가지를 써보다가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던게 msn이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으니까 벌써 6년쯤 됐네.

처음에 메신저라는게 나왔을때는 그냥 직접 수다떠는 대신으로 혹은 메일쓰기는 좀 그런 짧은 메시지를 날릴때 주로 사용하는 개인 연락용으로 사용했었는데 언제부턴가는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메신저 아이디 2개나 3개쯤 만들어서 개인용으로 쓰는 것, 회사업무용으로 쓰는 것으로 나누어놓기도 했다. 한참 메신저 잘 쓰던 시기를 지나..

이 메신저도 시들해져서 언제부턴가는 습관적으로 켜놓기만 하는 그런게 됐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 일하시는 분들(한국 혹은 다른 state) 있어서 반드시 켜야하는게 되었지만.. 메신저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본게 꽤 오래된 일인거 같다. 그냥 누군가 로그인해있네~ 보고 마는 그런거. 미국하고 한국하고 시간이 반대라 나 일할 시간에는 거기는 자야될 시간이라..한국에 있는 사람들하고 이야기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도 근래 msn에서 생긴 몇가지 일들이 있어서 적어본다.

# 에피소드 1

작년 연말에 한 4년만인가? 5년만인가? 교육센터 동기 오빠가 말을 걸었다. 송년회할껀데 참석할 수 있느냐는거였다. ^_^ ㅎㅎㅎ. 가고 싶어도 너무 멀어서 못가요. 몇년만에 이야기를 해본건지. 잠시 사는 이야기를 하고는 나 미국에 있다는 얘기를 하다가 인사를 했다. 졸업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무지 오랫만에 동기모임을 하는구나 하는 사실과 동기모임을 하는데 그래도 빼놓지 않고 연락해주었구나 하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 에피소드 2

출근해서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컴퓨터를 켰다. 근데 갑자기 낯선 아이디가 말을 시키는거다. 참고로 나는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은 msn에서 지워버린다. 보통 ([이름]아이디나 쓰고자 하는 말) 이렇게 많이 해놓는데 이 사람은 이름도 없고 그냥 핸드폰 번호만 있었다. 옆에 보이는 이메일주소로 누군지 추측해보려고 했으나 짧은 순간.. 첨부터 "누구세요?"하고 물으면 상처받을까봐 그냥 조용히 댓구를 해주기로 작정을 했다.

(낯선 아이디) 어디삼
(나)  어디신데요? (어라? 반말?? 누구지? 나보다 나이 많은가. 비슷한 연배인가? 그.. "~셈"체 말고 "~삼"체에 대해서는 조금 거부감이 있다. 어떻게 하다가 "~삼"이라는 말투가 생겼을까? )

(낯선 아이디) 나 집...
(나)  전 회사에요. (아. 한국에 있는 사람이구나. 그때 시간 미국동부시간으로 아침 9시였다. 내가 미국에 온지 모르는 사람인가보다. 머리 속에서 누구인지 유추하는 리스트 중 일부가 훅..날아갔다.)

(낯선 아이디)  엥?
(낯선 아이디)  와이?
(낯선 아이디) 참...주위에 암두 없나? (집에서 이 밤시간에 접속을 한 사람이라.. 그럼 system팀 사람인가?)
(나) 사람 많은데요. (시치미를 뚝떼고 상대방을 배려해 계속 높임말을 했다.)

(낯선 아이디) 다덜 퇴근 안한거?
(낯선 아이디) 짐 모니터 같이 보는 사람 있어?
(낯선 아이디) 주위에...
(낯선 아이디) 모니터 주위에... (갈수록 태산이다. 왜 이 사람은 다짜고짜 반말을 까는걸까. 결국 너 누구니? 를 묻기로 결심했다.)

(나) 저랑 얘기 오랫만에 하신거 같아요.
(낯선 아이디) 당신 누구세요? (에구.. 나야말로 누군지 궁금합니다. 너 누구니?)
(나) 아이디만 보니까 뉘신지 모르겠습니다.
(나) 누구세요?

.......... 하하. 대화가 여기까지 이어지고서야 누구인지 서로 이야기를 했다. .. 첨부터 누구니? 물어볼껄.
한국에 있던 어떤 회사 팀장님이었다. 메신저에 등록되어 있는 다른 팀 사람인줄 알고 그냥 말을 시키셨다는데..ㅎㅎㅎ 어쨌든 한 3년만인가? 짧게 인사를 했다. 그렇구나 한국에서 온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가는구나.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이 있어 좋은 세상에 살고 있어 참 다행이다. 만약에 인터넷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인터넷이 있으니 글도 쓰고 채팅도 하고 소식도 보고 .. 그럴 수 있는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