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평화 (3)
청자몽의 하루
오늘도 이른 아침 동트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하늘엔 누가 이렇게 맨날 그림을 그리는걸까? 멋있다. 한국은 연일 틀어놓은 수돗물이 꽁꽁 어는 기이하게 추운 날이라는데, 여긴 감사하게도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다. 바람은 겨울 바람인데, 문득 아주 이르지만 봄느낌을 느낄 수 있다. 나같은 올빼미형 인간이 새벽에 일찍 일어났으니; 탈이 나지. 집에 와서 1시 가까이까지 쿨쿨 자다가 늦은 점심 먹고, 늘어지는 몸을 추스려 밖에 나갔다. 변함없이 좋은 햇살 맞으며 참 걸을만한 토요일 오후였다. 아파트 앞 나무에 열려있는 솔방울을 발견했다. 바람과 눈과 비에도 꿋꿋하게 맺혀있는 녀석들 보면서 어떤 일에도 끄떡없는 튼튼함이 부러웠다. 느긋하고 평온한 토요일을 보낸다.
맨날 맨날 그랬다. 시장바닥처럼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시끄럽고, 등뒤로 왔다갔다하는 사람들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졌다. 어떤때는 도저히 집중할 수 없이 산만했다. 이건 마치 "노트북 하나 덜렁 들고 남대문 시장 한가운데 앉아서 일하는" 기분이었다. 이런 시장통 한가운데서 일하고 있는 내 자신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까지 했다. 이런 극악한 상황까지 이겨내고 있는 나! 정말 기특했다. 그래; 이런 상황에서도 일할 수 있는데 뭘 못하리. 갈수록 쌓이는 내공을 느꼈다. 다음 상황은 '훈련상황'입니다.라며 스스로를 달래고 달랬다. 복잡한 일을 해야되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있는데 주위에서 그렇게 복닥거리고 시끄러우면 정말 울고싶을 지경이었다. 너무 짜증나서 죽을 것 같은데, 내가 그래봤자다. 상황이 도와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