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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20년만에 해후 - 길가다가 우연히 함께 공부했던 동기 오빠들을 만나다 본문

[글]쓰기/나의 이야기

20년만에 해후 - 길가다가 우연히 함께 공부했던 동기 오빠들을 만나다

sound4u 2016. 6.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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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해후 - 길가다가 우연히 함께 공부했던 동기 오빠들을 만나다.

: 행복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 : )


2012년에 귀국해서 주욱 살던 잠실을 떠나 구로디지털 단지쪽으로 이사온지 6개월이 다 되어 간다.

우연히 이쪽에 자리잡게 됐는데, 우리 부부의 생활터전과 가까워서 그런지 좋은 점이 많다.

물론 나쁜 점도 있지만... 그래도 잃은 것보다 얻은게 더 많다.


일명 '구디' 또는 '가디'로 불리는 지역에 IT 회사들이 많이 몰려있다.

잠실과 비교해볼때 제일 안타까운건 산책할만한 공간, 싱그러운 자연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잠실에 비해 물가가 싸고, 회사 가까운게 정말 큰 장점이다. 왔다 갔다 하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흘려보내는지 생각해볼때 더더욱 그렇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핸드폰 요금 할부금을 갚으러 대리점에 갔다가 나오는 길이었다.


어떤 남자분이 "저기요..." 하고 아는체를 하길래, 모른척 하고 그냥 지나가려던 참이었다.

참고로 이제 뭐 별로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없는데, 쌩뚱맞게 회사 동네 근처에서 아는 사람 만날 일이 뭐 있겠냐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 아는체 하던 남자들은 자그만치 20년전에 함께 공부하던 동기 오빠들이었다!!! 와... 진짜 신기하다.

벼락맞을 확률에 비할바는 없겠지만, 그래도 길가다가 20년전 같이 공부했던 동기를 우연히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다.


셋이 서서 한 15분 얘기하면서 짤막하게 지난 동안 산 얘기며, 동기들 근황을 듣게 됐다.

다들 잘 사는구나.





"너 미국에 사는줄 알았는데, 어떻게 여기에 있어?"


그러게요.

7년반 살다가 돌아오게 됐네요. 사람 인생이라는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전화번호 교환하고, 오빠들 명함을 받았다.

대표이사, 이사님.. 직함이 다들 멋있었다! 멋지다. 오빠들..


"너는?"


저는 재밌게 잘 살고 있어요 : )

명함을 찍거나 그러진 않는데요. 그래도 하는 일이.. 좋아요. 라고 했다.



어느 건물에 있고, 무슨 일한다 그렇게 얘기했더니


"이야. 너 아직도 개발하고 있어?"


라고 했다. 

그럼 개발자가 개발하고 있지. 뭐하고 있겠어요. 할 줄 아는 일이 프로그램 개발인데, 잘 해야죠.

그러고보니 오빠들은 뭘 하시는지 얘길 안하셨던거 같다. 오빠들은 개발 안 하시나? 궁금했다. 안할지도 모르겠다. 이사님이나 사장님이 현업 업무를 아직도 하고 있을거 같진 않다.




동기들도 이 근방 구디 아니면 가디에 많이 있는거 같았다.

다음에 모이게 되면 같이 보자고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담에 언제 밥 한번 먹자" 처럼, 인사말로 들렸다.

진짜 밥먹을꺼면 며칠날 점심 또는 저녁때 함 보자. 이랬을텐데...




그래도 거의 20년만에 만난건데, 그런 인사말도 감사했다.
우리 IMF를 지나 20년 가까이를 견뎌낸 사람들인데, 전우들인데. 그냥 얼굴만 봤어도 반갑다 싶었다.


자세힌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동기들도 다들 잘 살고 있을거 같다.

꽤 단단한 위치에서 자리잡고 잘 지내고 있을듯 하다.





오빠들 그렇게 우연히 만나고는 한 며칠동안 난 머리속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됐다.

지나간 시간들이 주르륵..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동물원에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라는 노래도 생각났다.



우여곡절이 많았고, 게다가 공간 이동도(국제적으로) 하고 그랬지만

결론적으론 그래.. 잘 살았던거 같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비고비마다 버티고 견디고 살아준 것만해도 내 자신에게 감사하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잘 살아봐야지. 그런 생각도 했다.



20년만에 뜻밖의 해후였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누가 뭐래도 "나는 프로그래머"다. 그럼그럼... 잘 살았다. 잘 살고 있고.


앞으로의 숙제가 있다면, "행복한 프로그래머"가 되어보고 싶다. 

잘 살아야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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