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요즘 생각 - 광장 본문
요즘 생각 - 광장
"광장"하면 두가지가 떠오른다.
비록 고등학교때 숙제로 읽긴 했지만, 인상깊게 읽었던 최인훈의 소설 <광장>과
2002년 월드컵 때의 광장.
그런데 여기에다가 하나 더 추가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2016년에 광장"
10월말부터 나라 안팎으로 시끌시끌해지면서, 분노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평소 뉴스나 정치쪽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조차 드라마 대신 뉴스를 챙겨볼만큼 큰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작은 촛불 하나는 힘이 없었는데, 하나 둘씩 모이고 그게 몇주째 계속 되고, 급기야 200만이 넘게 되니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촛불 들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내 과거를 돌이켜보게 됐다.
......................
나도 어느새 내 목소리를 내는 법을 잊어버려서, 그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고 상황에 분노하지만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을 하지 않아서 병이 났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스스럼 없이 내 목소리를 내고, 나에게 부정적으로 대하는 것들에 맞서 열심히 일해서 성과로 설득하려고 했던 노력들,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다른 방법들로 열심을 냈던 내 자신이
어느새 입을 닫고, 상황에 맞추게 되고, 아예 생각 자체도 안하게 됐던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나'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게 아마 2004년부터였으니까 꽤 오래됐다. 한 12년 된 것 같다.
상황 때문에 할 수 없이 그렇게 살게 된게 말이다.
최소한 대학 졸업하고 2003년까지 7년 정도는 내 목소리를 냈었었는데..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슬프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했어도 속생각으로는 "부르르.." 했으니까, 그게 쌓여서 손도 틀어져 고생하고, 얼마 전에는 왼쪽 다리도 이유없이 저렸던 것 같다. 이제 와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렇다.
......................
예전에 용감하고 씩씩한 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아닌건 아니다"라고 딱 부러지게 말해야겠다.
최소한 내가 내 자신에게 '비겁하다'라고 말하지는 않게.
앞뒤 물불 안 가리고 과하게 용감했던 나와
숨 죽이고 아무말 안했던 비겁한 나
그 중간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랬다.
오늘, 12월 9일 탄핵 심판이 가결이 될지 부결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한민국 역사상 중요한 날이 될 것은 분명하다. 결과와 상관없이. 오늘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힘을 발휘했고, 그 결과로 여러 곳을 압박했으니..
이런 굉장한 경험을 한 어린 세대들이 이제 어른이 되는 세상이 되겠지.
요새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들도 똑똑한 것 같다. 자신의 생각들 바로 표현하는걸 보면 그런 것 같다.
2002년도 월드컵 때도 굉장했다.
한가지의 목표로 사람들이,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뜻이 되어서 뭉칠 수도 있구나!를 경험했던 소중한 경험이었으니까.
2002년도를 경험한 나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며 우리가 그런 때가 있었음을 생각하는데,
아마 자라나는 세대들한테는 더 굉장한 기억이 되겠지.
.....................
요새 "광장의 용기"를 보면서, 그간 몇년 동안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곱씹어보면서 나 역시 소신과 용기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그때 씩씩하게 말할껄..', '그때 용기낼껄 내가 왜 그랬을까'하면서 뒤늦게 후회하는 일을 되풀이 반복했었는데, 그러지 말아야겠다. 신중하지만 용감하게 잘 살아보려 한다. 내 자신에게 떳떳하게.
여러모로 "2016년"은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잊어버릴래야 잊어버릴 수 없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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