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많이 늘었다

예배갈려고 아파트를 막 나섰다.
차에 갔을때
순간(!) 화가 났다.

마치 차에 보복이라도 하듯
누군가 내 차에 하얀 물을 왕창 뿌려놓아서
마치 차는 벚꽃잎들이 떨어진듯..하얀 방울방울로 얼룩이 져있었다.

누가 물을 그렇게 뿌려놓지 않고서야 저렇게 될 수가 없지.

(그렇지 않아도 금요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평소에 주차해놓던 곳 말고
다른 줄에 세워놓을때 쬐끔 찜찜하긴 했었다. )

.
.
순간 화가 났으나,
화를 참으며 일단 시동을 켰다.

(예전에 나였으면? 아마 길길이 날뛰면서 "어떤 시끼야!! 이..다 나와 다 나와~씨"
그런다고 물뿌린 양키가 "나요" 그러고 나올거 아닌걸 알면서
화난다고 그 자리에서 날뛰었을꺼다. --- 어려서 본 디즈니 만화의 "열받은 도널드덕" 생각하면 딱일듯)

.....................
세차하고 가면 교회 늦을텐데.
그래도 이런 점박이 상태로 갈 순 없지.

기름넣고 세차하는 주유소로 일단 갔다.
기름넣을려고 주유기를 차에 꽂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아풀싸! 바지 갈아입느라구 지갑을 안 가져온거다 ㅜㅜ
이런 바부.
.
.
순간 이대로 교회를 가면 최소한 정각엔 들어가겠단 계산이 들었다.
그치만 이런 불경한 모습으로 갈 순 없지.
괜한 오기가 생겨 다시 집으로 갔다.

식식대면서..집에 가서 지갑가지고 나왔다.
교회가는데 신경질내지 말자.
...................

CD켜서 음악 틀고는
따라부르면서 룰루랄라..세차하는데 갔다.

기름넣고
세차하는 줄로 가보니
아까까지만해도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막 세차하러 가니 내 앞에 차가 석대나 있는거다.

그래도 어차피 늦은거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기달렸다.

세차를 하고
깨끗해진 차를 타고 교회를 갔다. ㅡㅡ; 당연히 예배는 시작됐고.

늦게 간 바람에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주보"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예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
.
오늘따라 예배는 늦게 끝났고
밥먹고 기다리다가 청소를 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테이블을 어지럽게 하고 갔을까.
자기들이 청소할때 생각해서 좀 깨끗하게 해놓고 가지 --;;
하고 생각하다가

누가 자기네 청소할꺼까지 생각하며 사나? 그냥 살지. 이러면서 조금 포기하니
맘도 편하고
청소도 후딱할 수 있었다.

..........................................

그래서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교회에서 나왔지만,
마음도 편하고 좋았다.

.
.
이야.
너 진짜 사람됐구나.
예전같으면 벌써 뒤집어져도 여러번 뒤집어졌을텐데.

내 자신이 기특했다.

2년여의 외롭고 쓸쓸하고 낯선 미국생활에
나는 "인내, 참기"를 배운거 같다.

열받아 부들부들 떨던 버릇도 없어지고.
(그래봤자 소용없다는걸 너무 많이 경험해서 그런지..)

진짜 사람됐네. 기특한지고...
하며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집에 왔다.

.
.
그래. 너 용됐다. 증말.

(미국에서 살려면 참을성 많고 인내심이 좋아야 한다.
ㅡㅡ; 안 그러면 아마 화병나서 죽을만한 그런 상황들이 너무너무 많다.
그래서 단련이 되나보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아..그리고 데이터 옮길려고 사진들 다운받아서 로컬컴퓨터에 저장하는데
것도 만만찮다.
예전같음 벌써 10번은 포기했을텐데,
"다 다운받는 그 날까지!"

이러면서 하나씩 받아보고 있다. -- 딱 남길만한 사진만 골라 받는데도 보통일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