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마음의 구조신호 : 지우고 싶은 기억과 함께 하더라도... [얼룩소 갈무리] 본문
얼룩소에 쓴 글입니다.
2024년 4월 17일
제목 : 마음의 구조신호 : 지우고 싶은 기억과 함께 하더라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아픔이나 너무 큰 슬픔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 평생 떨쳐내려 하거나 모른척하며 살고 싶지만, 교수님 말씀처럼 독이 든 캡슐을 삼키고 때때로 꺼내는 느낌이다.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과 함께 하더라도..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영상 하나를, 빨래 개다가 라디오처럼 틀어놓았다. 알쓸신잡에서 뵈었던 교수님 강의였다. 웃으면서 듣다가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멍하니 끝까지 듣게 됐다. 그냥 공감이 가는 정도가 아니고,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였다.
"마음의 구조신호에 귀기울여 주세요", 장동선
- 세바시 강연
https://youtu.be/5n7ay2TbIDs?si=_J5_9OarC5xDbnhg
자살 시도까지는 아니지만, 살기 힘들다/ 버겁다는 생각은 여러번 그리고 자주 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우울질일까? 가끔 찾아드는 우울도 유쾌하지 않았는데... 따지고보면 나의 우울은 100% 나만의 문제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니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아픈 기억이 나도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행복감보다 우울하고 힘들다는 느낌이 들게 했던 여러 상황들이었다. 그러니까 나의 우울은 내 탓이기도 하지만, 온전히 다 나의 탓만도 아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독이 든 캡슐을 삼켜버린 나는 그것과 부단히 싸우게 된 것이다.
내가 나로 인해 마음 아프게 된게 아니듯, 본의아니게 나로 인해 나의 가족들도 우울과 상처를 받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비난했다. 당신 때문이고, 지쳤다고. 내가 뭘 더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충분히 지쳐서 신경쓰기 싫다는 것이었다. 나의 슬픔이나 나의 태도가 나의 잘못이면서 온전히 나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더 이상 덧붙일 말을 찾지 못했고 하지 않았다.
강연을 하신 교수님도 하기 참 어려운 이야기였을텐데.. 본인의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교수님과 어머니의 이야기와 아내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들으면서 울컥했다. 교수님은 좋은 멘토를 만나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 아무리 험난한걸 경험했더라도, 좋은 멘토를 만나면 극복할 수 있다. 멘토가 꼭 형태가 존재하는 특정인일 필요는 없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면 된다. 살 힘을 주는 존재가 있으면 된다.
닫힌 문 말고, 열려있는 다른 문을 보라
헬렌 켈러가 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우리는 어쩌면 닫혀버린 문을 바라보며 이뤄지지 않은 소망에 좌절하고 주저앉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른 문이 열려있다는걸 깨닫지 못한채 말이다. 이뤄지지 않는 것, 나의 마음과 같지 않아 좌절된 문만 바라보지 말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덧붙여주신 이야기는 바로,
내 마음의 구조신호를 놓치지 말자는거였다. 힘들어 하는 마음을 잘 달래주고, 다른 이들의 힘듦도 헤아려 도와주자(쉽지 않은 일이겠지만)는 말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돕다보면 어느새 나의 힘듦도 나아질 것이다라고 하셨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때때로 올라오는 무기력함이나 우울함 때문에 두손 놓고 멍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억지로 뭘 막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시간에 쫓겨서 강제로 정신을 추스려서 다음 일, 또 그 다음 일을 해야한다. 하다보면 아까 뭣 때문에 나락에 잠시 갔다왔더라? 머리를 긁게 된다.
막말까지는 아니지만, 덧붙일 말이 필요없는 사실과 변명 따위는 먹어버리는게 좋을 사실을 여과없이 전해듣고 한동안 참 오랫동안 아팠는데.. 그것도 시간이 약이 됐다. 지나간 일을 돌이킬 수는 없고, 이제와서 사과해달라고 조를 수도 없다. 말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지나간 것은 잘 지나가게 내버려두기로 했다.
위에 헬렌 켈러의 말처럼 닫혀버린, 끝나버린 어떤 것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독이 든 캡슐 수백개를 집어삼킨 것도 다 지난 일이지 않나. 지금이 더 소중하다. 아니 앞으로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좀더 집중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별거 아니지만 내 생각을 나눈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 계속 나누면서 새로 열릴 문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답답하고 한심하지만, 늘 해야하는 일에 치여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어떻게 잘 살고 있는지 용기내서 계속 적어보기로 했다.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BatqPL0?utm_source=user-share_Dotd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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