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이 더위를 견뎌내는, 대추 열매를 만나다. [얼룩소 갈무리] 본문
얼룩소에 쓴 글입니다.
2023년 8월 2일
제목 : 이 더위를 견뎌내는, 대추 열매를 만나다.
멍 때리고 다니다보면 가끔 재밌는걸 만날 수 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이름 모르는) 아기 주먹만한 열매도 있고, 대롱대롱 매달린 연두색 열매도 볼 수 있다.
이봐! 여기야 여기. 여기라구.
초록에 초록을 더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땡볕에 늘어져가는 나무들을 본다. 언제는 안 그칠 것처럼 비만 오더니, 이젠 공기중에 바삭바삭 마른 냄새가 날 것 같이 덥다. 헉.. 소리가 절로 나는 요즘이다.
뻑뻑한 눈도 풀어줄겸 고개 쭉 빼며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작은 연두색 열매를 발견했다. 뭐지? 저건. 너무 예쁘잖아. 하면서 자세히 올려다봤다. 뭔지 당연히 모르지. 구글 렌즈로 검색해보니 '대추나무 열매'인 것 같다. 즉 대추였다.
저렇게 연두연두하다가 붉게 물드는거구나.
딸에게도 보여주려고 확대해서 사진을 한장 더 찍었다. 마침 유치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목에 있는 나무다.
가만 보면, 바닥에 굴러다니는 아기 주먹만한 연두색 열매도 있던데.. 뭔지 잘 모르겠다. 다음에 나무에 달려있는걸 보면, 구글 렌즈 켜서 찾아봐야겠다. 오늘은 어쩔려고 얌전히 손잡고 오던 딸이 궁금하다며 몸을 배배 꼬았다. 엄마도 몰라. 다음에 알게되면 말해줄께.
언젠가부터는 나도 모르는걸 물어본다.
찾아보고 알려주기도 하다가, 요새는 전략을 바꿔서
"우와! 우리딸 대단한걸? 어떻게 그런걸 물어볼 생각을 했지? 엄마는 생각 못해봤는데.. 새콤이 생각엔, 그게 왜 그런거 같아?"
라고 질문을 되돌려 주기도 한다. 그러면, 자기 딴에 생각한걸 말한다. 이것도 괜찮네. 하는 중이다. 엄마도 모르는게 많아. 덕분에 알아가는게 있네.
그래서 나중에 같이 보거나 이야기할려고, 맨날 보는게 그게 그거지만 두리번거린다. 두리번거리며 찾아내는 재미도 솔솔하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많이 덥고 이래저래 다운되는 날이었다.
에어컨 틀어놔도 덥다. 바깥은 말할 것도 없고. 살짝 맛이 갈까 말까. 화창한 날에 내 머리 위만 회색 먹구름에 천둥 번개가 번쩍번쩍 거렸다.
그러다가 밤되어 잔업2부가 끝나고 육아퇴근을 하고나니, 정신이 돌아온다. 다행이다. 아직 자정 전이라. 12시까지 돌아가야할 곳이 있는 신데렐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치 생각은 오늘 매듭을 짓는게 좋겠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테니..
내일 일은 내일 고민해야겠다.
댓글 달 정신이 돌아오고, 글 하나 쓸 마음도 돌아왔다. 다행이다. 좋은 마음으로 잠이 든다는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오늘 따라 모기가 많아서, 1시간 사이 두마리나 잡았다. 안타깝게도 초파리는 못 잡았다.
"엄마, 대추는 빨간색인데.. 저건 왜 연두색이에요?"
"어.. 그건 연두색으로 태어나, 이 더위를 묵묵히 견뎌내다가 서서히 붉어지는거야. 열 받아서. 견뎌내고 이겨내면서 얼마나 단단해지겠어. 대추는 그래서 몸에 좋은거야."
다른 열매들도 그렇겠지만..
엄마 생각엔 그래. 그런거겠지?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w9tyw5w?utm_source=user-share_Dotd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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