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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그래도 살아볼만한 세상에 살고 있구나 싶었던 일들 - 버스 안에서 & 지하철 안에서 있었던 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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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볼만한 세상에 살고 있구나 싶었던 일들 - 버스 안에서 & 지하철 안에서 있었던 일

sound4u 2014. 11. 2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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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많이 각박해지고, 남 신경 안 쓰고 자기만 보고 사는 이기주의 가득한 세상이다 싶지만

그래도 살아볼만한 세상에 살고 있구나 싶었던 일이 있었다.



첫번째, 버스안에서


그날은 하필 양손에 짐을 가득 가득 들고, 간신히 버스를 탔다. 

세정거장만 더 가면 바로 집앞인데, 무거운 짐은 무게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휘청이게 만들 정도였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왠지 아깝고 또 겨우 세정거장을 타고 갈만한 가치가 있을까 의문스럽기도 하고, 이거 타고 내리기도 번거로운데 괜히 택시 아저씨한테 한 소리 듣지 싶어서 포기했다.


기다리던 버스가 마침 왔다.

겨우 들고, 가깟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친절한 기사분은 짐을 다 들고 탈때까지 기다려주셨다. 다행이도 버스에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다.

출발하면서 가볍게 앞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는데, 짐이 두개라서 중심 잡기도 버거웠다.

버스 안 시선이 내게로 쏠리는걸 느낄 수 있었다.


금방 내릴때가 됐는데, 하필 내가 선 앞에 벨이 없었다.

어떻게 하지?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바로 등뒤에 긴 생머리 아가씨가 있길래, 벨 좀 눌러달라고 말했다.


전혀 움직임이 없는 아가씨.

2번 이야기했는데 묵살당해서, 한번 더 큰 소리로 말하면서 등을 퉁퉁 쳤다. 요동치 않고 앞만 보던 그녀.


순간 많이 당황했다. 어떻게 하지? 기사님께 큰소리라도 질러야하나? 하고 있는 찰나에

근처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신속하게 벨을 눌러주셨다.


당황스러움과 고마움이 교차하던,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아주머니께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고맙습니다!!!"


하고 아주 큰 소리로 외치면서 짐을 들고 조심조심 내렸다.


내리면서 왼쪽을 훌쩍 보니, 아까 그 아가씨 이어폰을 양쪽 귀에 꽂고 있었다. 

얼마나 큰 음악을 듣는지, 심취해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등을 두드릴 정도의 외부 손길을 모를 정도는 아니었을텐데..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나몰라라 하는 아가씨말고,

난감해하는 사람을 위해 도와주시는 분들도 있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두번째, 지하철에서


적당히 꽉찬 지하철안.

별로 일어나는 사람도 없이 주욱 타고 갈 태세인 사람들로 가득한 그런 지하철이었다.


다리도 아프고, 어디 자리 없나?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힘들어하는 아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됐다.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 여자분인듯한 아이 엄마가 남편과 아이 둘과 함께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균형을 잡고 계셨다.

큰 아이는 초등학고 저학년쯤?(2학년이나? 됐을려나) 싶고, 작은 아이는 3~4살 남짓해보였다.


꽉 막힌 공간이라, 어른인 나도 힘든데, 꼬마들도 힘들겠지.

그러는 중이었는데


내 앞에 앉아 계신, 등산복 차림에 60살 갓 넘을까 말까 하신 어르신이 벌떡 일어나셨다.


"어이! 여기로 와."


누구를 부르는거야? 친구 부르나? 아는 사람 부르나?

싶어서 무시하고 있었는데


다시 큰 소리로 부르신다.


"여기 여기. Hello?"


아.. 저기 애기 엄마랑 아빠 부르는거구나.


그제서야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고개를 돌리면서 이쪽으로 왔다.

아이 엄마는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끄덕끄덕하셨고, 아이 아빠도 뭔가 말을 하는거 같았다. 고마움을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각팍하다 싶지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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