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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내려놓음'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본문

[글]읽기/영화/ 연극

판의 미로>...'내려놓음'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sound4u 2007. 2. 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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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애들 보는 아이들용 영화인줄 알았다. 팀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나 "빅 피쉬"에 나온 괴상한 나무가 그려진 포스터 보고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주인공들은 스페인어로 말을 했고;; 아래 나오는 영어자막으로 이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중고통'이긴 한데 그래도 자막이 나오니 그게 낫지 싶었다.

영화 내내 어둡고 음침한 화면이었고.
전쟁이 배경이 되다보니 잔혹한 살상 장면이 있어서 흐..보다가 손으로 반쯤 가려가면서 봐야했다. 욱..

가끔 자다가 무서운 꿈을 꾸면, 꿈속에서 나는 외친다.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확 깨어버려야지"

근데 주인공 여자아이에게는 현실이나 환상의 세계에서나 둘다 악몽이었다. 전쟁중인 현실, 잔인한 새아버지, 만삭인데 아픈 엄마. 환상에 세계에서도 무시무시하게 생긴 요정(보통 동화 속 요정하면 이쁘고 귀여운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꼭 "반지의 제왕"같은데 나오는 반대편 괴물들 같더라구.)이 윽박지르면서 임무를 수행하라고 소리를 치다니.. 왠지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일들을 꾹꾹 참아가면서 해야 하는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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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 보니까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입었던 옷이 생각났다. 시간에 쫓기며 뭔지 알 수 없지만 뭔가를 해야 하는 앨리스같이.. 여자아이는 기괴한 나무 밑둥으로 들어간다.

대충 영화에 대한 정보를 읽고 간 상태였는데, 보는 내가 무섭고 엄청 긴장됐다. 아이가 임무를 완성하는 동안의 상황과 현실의 상황이 기묘하게 비슷하게 보였다. (밑에 씨네21평에서 이야기한 판화 그림 <손을 그리는 손>과 같이..)

(환상) 두꺼비한테 열쇠를 찾고
(현실) 가정부에게 하나뿐인 곳간 열쇠가 쥐어지고


(환상) 아이는 어려움 중에 칼을 찾아오고
(현실) 가정부가 몸에 칼을 숨기고


(환상) 요정 판이 아이에게 자기 동생을 바치라고 하고
(현실) 아버지가 동생을 내놓으라고 하고
그러고보니 '잔인한 아버지'는 꼭 기괴한 탈을 쓴 '판'하고 비슷하네.


여자아이는 자신을 희생해서 동생을 살리고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간다. (천국은 죽어야 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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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평에 나온거처럼- 밑에 more...버튼을 누르면 씨네21 평이 나옴. 진짜 잘 쓰신거 같아서 주요부분이라 생각되는 곳은 밑줄을 쳤다-) 오필리아는 판에게 ‘안 돼’라고 말함으로써 이기적인 나르시시즘적 상태에서 벗어나 타자에게 시선을 돌리는 이타적 주체로 거듭난다. 오필리아는 그렇게 ‘공주 되기’를 포기함으로써 ‘공주 되기’에 성공한다. 이점에서 <판의 미로>는 반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버림’으로써 세계를 구원하고자 했던 <반지의 제왕>과 맞닿아 있다. 
마치 '반지'를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버려야 했던거처럼 갖고자 하는 것을 '버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일종의 "내려놓음"인 것이다. 마음 편히 보았던(약간 지루하기까지 했던)'나디아'나 시리즈로 열심히 봤던 '반지의 제왕'의 제왕에서 간간히 보여지는 기독교적 사고가 이 영화에서도 보여진다.
얼떨결에 '반지'를 운반하는 임무를 받게된 너무나도 연약한 난장이 프로도같이, 약해보이는 소녀는 이유도 모른채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임무를 수행하려고 고군분투하게 된다.

(그냥 볼때는 하얀데 혼자있을때는 책 내용이 그려지는 책이나, 그리면 문이 생기는 분필 정말 신기하던데. .. 책에 그려지는 판화그림들이 인상적이었다.)

절대 먹지 말라는 과일을 기어이 먹고 고초를 당하는 소녀의 모습은 '선악과' 따먹고 후회하는 '이브'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역시 씨네21 평에 나온거처럼)“어른이 되면 요정 같은 것은 믿지 않게 된다”고 말하는 가정부 메르세데스는 착하고 강인하고 곧은 여인이지만 시선이 닿지 않는 미로의 중심으로는 다가가지 못한다. 델 토로는 그 같은 사실을 슬퍼한다. “정말 시급한 일은 아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만 한다. 나는 내 영화들이 믿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피난처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믿음의 능력을 잃지 않았던 소녀는 자장가 멜로디에 감싸인 채 황금의 옥좌로 다가간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일상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믿은 소녀처럼 믿으면 없던 힘도 생기고 능력도 생기는 것이다. 믿으라.. 그러면 힘이 생길 것이다. 어른들처럼 '사고의 틀'에 갇혀 굳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밑에는 씨네21의 평들.. 길기는 하지만, 만약 영화를 봤다면 한번 유심히 읽어볼만 하다. 역시 전문가 눈으로 보면 깊이가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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