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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남이 만든 코드를 고쳐야 할때 본문

[글]쓰기/개발자 노트

남이 만든 코드를 고쳐야 할때

sound4u 2008. 3. 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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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며칠 정말 고치기 싫은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있다. 2년전(햇수로 3년전) 이 회사 왔을때 외주줘서 만들었다는 .. 미완성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입사한지 얼마 안된 나는 우선 워밍업하는 기분으로 그 프로그램을 수정하기로 했다.

하다보니 이건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일부는 아예 새로 만들어야했다. 아니 새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았다. 차라리 새로 만드는거면 설계부터 구상하고 코딩까지 내 맘대로 다 할 수 있을텐데, 남의 짜놓은 코드를 요구사항대로 고치려니 쉽지가 않았다.

그 코드를 만든 원 저작자는 하다가 만듯한 인상을 준채로 대충 흙으로 덮어놓고 에러가 나지 않는 정도로 마무리를 해놓았다. 예외처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버튼 하나 잘못 누르면 table 다 깨지고 어떻게 이렇게 대충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만들고 다 만들었다고 돈을 받았을까. 참 비양심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그 프로그램은 왜 그렇게 요구사항이 많은지, 잊을만하면 이것 고쳐라.. 또 잊을만하면 저것 고쳐라.. 해서 고칠때마다 불끈불끈 화가 났다. 그러기를 2년이 지났는데. 또 이번주에 고치고 있다. 거짓말 보태서 한 50번쯤 고친 부분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수없이 고쳤는데도 아직도 버그가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그림을 그린 후에 체계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요구사항에 맞게 여기 조금 저기 조금 고치다보니 나중에 한방에 돌려보면 빵꾸가 날 수밖에. 남의 코드 고치는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분명 내가 고쳤고 내 손을 거쳤으니 이젠 변명할 여지도 없이 내 코드인데 정이 가지 않는다. 내가 만든 물건에 정이 가지 않는다니 참 힘든 노릇이다. 어찌되었든 내가 하는 일인데, 화내지 않고 묵묵히 내일을 한다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 다 죽어가던 화분도 물주고 계속 들여다보고 말라가는 부분도 잘라주고 보살펴주면 살아나지 않는가. 답답한 마음이 더 크지만 그래도 내 일이니까 사랑하기로 했다. 남이 만들었든 내가 만들었든 ... 다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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