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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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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4u 2011. 10. 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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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3] 종종 들르는 기자님의 블로그 그녀, 가로지르다
이번에 이 분은 일주일 단식 캠프에 가서 색다른 체험을 하셨나보다.
6일간의 단식체험기를 읽자니, 마치 내가 그 캠프에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글 잘 쓰신단 말이지..)

마지막날 글을 읽다가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 대목이 있었다.
"자기 연민" 부분..

출처: 그녀, 가로지르다
URL: 명상단식 체험기-4
....(중략)......

이후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근처 도시를 관광하고 돌아온 뒤 체조 명상 등등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수련장에 모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좀 난감했다. 아무리 진한 연대감이 형성됐다 해도 낯선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라니.....당황스러워서 대충 생각나는 대로 간단히 하고 주로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쪽에 집중했다.
10대에서 70대까지 여러 사람들이 모인 터라 사연도 갖가지다.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보니 몇가지 유형이 눈에 띈다.
대체로 나이가 어릴수록, 여성일수록, 고생을 덜한 사람일수록 자기 연민이 강하다. 친구가 배신했다고, 공부가 힘들다고 울먹이고, (내가 듣기엔 멀쩡한) 딸이 고생시킨다고 서러워한다.
자기 연민이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겐 밋밋하게 들렸는데, 유독 한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잊혀지지 않았다. "이제 (자식에 대한) 집착을 털어내고 나 자신으로 살고 싶은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 마음, 알 것같았다.

반면 고생을 많이 하고 살아온 사람일수록 자신의 삶에 대해 담담했다.

나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어떤 남자는 장애인이며 폭력적이었던 아버지, 부둣가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 말문이 트일 때 가장 먼저 배운 말이 욕이었다고 한다.
그런 부모 마저 일찍 잃고 중국집에서 자장면 배달을 하면서 중고교를 다녔다. 혼자 몰래 좋아하던 여고생 집에 자장면 배달을 간 적도 있다고 한다. 너무 창피해서 죽고 싶었다고.....고생 끝에 대학에 들어갔고, 대기업을 거쳐 지금은 안정적인 자기 사업을 하고 있다.
그가 고생으로 얼룩진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남 이야기하듯 담담하게 털어놓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은 캠프에 참가한 20명 중 가장 밝고 유쾌한 사람이다. 만사에 천하태평처럼 보이는 사람인데, 그런 난관을 거쳐왔다니....내가 겪은 사소한 고생(?)들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구나 싶다.

....(중략)......

읽다가 순간 부끄러워졌다. 고생 많이 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삶에 담담하다던데.
난 그동안 '자기 연민'을 하며 산건 아닐까 하고.

원래 고수는 말이 없는거다.
엄한 하수들이 말 많고 시끄러운거지..


[2011/10/22] 몇년전에 한참 내 지나간 이야기(그것도 억울했던 이야기들)하느라 무지 바빴던 적이 있다. 그런 얘기들은 해도해도 끝도 안 났다. 뭐가 그렇게 억울하고 슬프고, 쌓인건 또 왜 그렇게 많았는지.

그런데 몇년이 지나고, 나도 나이를 한살, 두살 먹다보니.. 기억력이 나빠진건지 예전 생각들이 희미해졌다. 억지로 기억하면 날까 싶게 아예 기억 안 나는 것도 많아졌다. 분명 몇년전까지만해도 사무치게 분했던 일도 있었던거 같은데.. 지금 돌이켜보면 새삼스러운거다.

며칠전 4년전에 써놓은 이 글을 다시 읽다보니 무릎을 탁 치게 됐다. 그게 내 기억력이 나빠진 것도 있지만, 감사하게도 안 좋은 기억은 대부분 많이 잊어버린거로구나 싶다. 어쩌면 예전에 어리고, 덜 고생해서(?) 내딴에는 소소한 작은 것들도 그렇게나 크게 억울하고 원통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있던 쓰라린 기억을 일부러 막 끄집어내어 생각하려고 하지 말구,
살짝 날까 말까한 건 아예 땅에 묻어버려야겠다.

좋은 것만 생각하고 기억하기도 벅찬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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