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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나의 이야기

디버깅하는 삶

sound4u 2017.02.25 00:00

디버깅하는 삶



바람에 흔들거리는 플랭카드를 봤다.


'크런치모드, 해 뜰 때 퇴근' 그런 경우에 문의하라는 내용이었다.

마감에 쫓겨서 야근에 밤샘을 거듭하는 삶이라.. 그렇게 힘든 경우에 도움을 청하라는 내용이었다.


플랭카드를 보면서, IT쪽 일을 시작했던 1997년과 이듬해인 1998년을 떠올렸다.

그때도 저런 플랭카드를 길에서 보았다면...?




첫번째 회사, 내가 적성이 맞나? 제대로 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곳


1997년 2월 처음 사회생활 시작한 첫회사는 5개월간 월급을 주지 않아서 결국 그만뒀다. 회사는 신생벤처 기업이었는데 자금이 달려서 그런지 5개월간 이사만 3번을 다녔다. 마지막에는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

비전공자인데다가 스물스물 IMF 기운이 올라오던 때에 어렵게 입사를 했는데, 결국 월급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퇴사하니 속이 상했다. 월급도 월급이었지만, 프로그래머로서 일도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고민이 더 되었다.


그만 두고나서 내가? 프로그래머로 적성이 맞지 않나? 이 일을 계속 할만한 일인가?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래서 다른 쪽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기웃기웃 거렸다.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다시 프로그램을 6개월간 더 공부하게 됐다. 공부를 마칠 때즈음에 진짜 IMF가 찾아왔다.




첫번째 회사보다 더 힘들었던 두번째 회사


이듬해인 1998년에 힘들게 두번째 회사에 입사를 했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았다. 야근에 밤샘, 저기 위에 얘기하는 '크런치모드'.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골격 자체가 무너져가는 프로그램을 새벽 날이 밝을때까지 디버깅해야 했다. 차에서 밤새고 다음 날 또 일하고, 새벽 1~2시에 집에 들어가서 눈만 부쳤다가 몇 시간 후 9시까지 칼 출근해야 됐다. 몇번 지각하면 따로 불려가서 혼이 나고 그랬던거 같다.


그 회사는 개발이 주가 아니라 부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디버깅하다가 과장님 자리에 전화 벨소리 놓치고 안 받았다고 사유서를 썼다. 전화 땡겨받아야 되고, 마트 가서 장도 봐야 되고, 밤새고 집에 못 가서 세수도 못한 마당에 화장 안하고 다닌다고 꾸사리 듣는 등등.. 쓰린 추억이 많다. 거의 20년 전 일이니까 웃으면서 쓰지만 당시엔 옥상가서 많이 울었다.


그때 생각한건 아무리 IMF에 어려운 시국이지만, 대충 오란다고 아무데나 가지 말자는거였다.
시간을 더 들여 면접을 보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개발 위주인 프로그램 회사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그해에는 면접을 정말 많이 보러 다녔다. 면접 다니는 것도 일이라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됐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면접의 추억'도 살면서 좋은 경험이 됐다.




돌고 돌아 어렵사리 마음 붙일 곳을 찾다.


첫번째 회사와 두번째 회사 떠나보내고 돌고 돌아 마침내 마음에 맞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회사라는 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다행한건 그때 찾은 곳에서 자극이 되는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나서 여러가지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자격증도 더 따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 후로도 회사를 몇번 더 옮기게 됐지만, 종류별로 가지가지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이게 좋으면 저게 싫고, 좀 적응할라치면 또 다른 문제가 터지는 등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끊임없이 디버깅하는 삶


회사다니면서 어렵고 힘들었던 일은 많은데, 회사 시스템이나 부당한 대우 등등 그런 것들 때문에 힘겹고 그랬던건 앞번 두 회사에 비하면 덜하게 느껴졌다. 덜 힘들어서 덜 힘들게 느껴진건 아니고, 그런 상황에 처했을때에 내 자세나 생각이 바뀌어서 그런거 같다. 궂은 살이 손에 배는 것처럼 나름 부딪히면서 피하는 방법, 대처하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지내다보면 차라리 일이 힘든게 낫다 싶은 경우도 많았다. 인간관계로 힘들어했다. 조직생활하면서 데이고 치이고..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바꿔볼까도 많이 생각했던거 같다. 제풀에 포기하고 기계처럼 일만 하기도 했다. 사람간의 관계는 아직도 힘이 든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다.


"나 지금 잘 사는걸까?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걸까?"


에 대해서는 죽을때까지 끊임없이 디버깅하면서 살았다.

시행착오도 겪고, 개선해보려고 노력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다르게도 살아보면서....



무척 좋아보였던 일도 막상 해보면 그렇게 좋지 않을 때가 있고.

죽을 것 같이 힘들다가 어떻게 어떻게 잘 넘기고. 풀리고.

그러다가 다시 막히고를 반복하면서 사는 것 같다. 힘들어도 계속 내 삶을 디버깅하면서,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고민하면서 그렇게 살아가야 할 것 같다.






< 걱정말아요 그대 >


1.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2.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꿨다 말해요




[***]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꿨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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