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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4주째 공사 중인 앞집 언니가 "거봉"을 들고 찾아오다. 본문

[사진]풍경,터/집

4주째 공사 중인 앞집 언니가 "거봉"을 들고 찾아오다.

sound4u 2017. 9. 1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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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째 공사 중인 앞집 언니가 "거봉"을 들고 찾아오다.


아침 9시. 잠이 덜 깨서 자다가 알림소리 듣고 비몽사몽 헤매고 있는 중에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 그렇잖아도 병원에 검진 받으러 가는 날이라 깼어야 했다. 이 시간에 누구지?


"누구세요?"하면서 화면으로 보니 예쁘장한 젊은 여자분이었다.


앞집에서 왔다고 했다.

앞집 언니? 왠일이지? 사실 언니가 아닐 수 있다. 나보다 어릴 수도. 암튼 편의상 그냥 '앞집 언니'라고 부른다. 울집아저씨랑 얘기할때 그냥 그렇게 부른다. 다른 가족 없이 혼자 사시는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앞집 언니 : 앞집에서 왔는대요. 저희 (소음 심하게 나는) 공사 이제 다 끝났어요. 이제 정리하면 되거든요. 그동안 시끄럽게해서 미안해요.


하면서 거봉 박스를 불쑥 내밀었다.


나 : 아..네. (공사 끝난거) 축하드립니다. (약간 당황) 그런데 이거 제가 받아도 될까요?


앞집 언니 : 미안해서요. (라면서 목례를 했다.)


나 : (잠깐 더 갸우뚱하다가)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거봉 박스를 받게 됐다. 실은 어제 사건이 있긴 했다.





원래 주중에 9시부터 5시까지 4주동안 공사하기로 했는데, 어제 오후 벽 뚫어대는 소리가 심하게 3번 정도 났다.

이번주까지 마무리 하려니 급해서 주말 근무(?)도 하시려나 보다. 라고 좋게 생각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거의 한달을 공사하면서 주말까지 뚫어대다니.


속을 태우고 있는데, 그때 마침 이발하고 울집아저씨가 들어왔다. 들어오다가 엘리베이터 앞에 "돌돌이" 보더니, 오늘도 공사하냐고 물었다.

그렇잖아도 주말에도 벽 뚫어댄다고. 툴툴.. 거렸다. 

그랬더니 다짜고짜 앞집 문을 두들겼다. 처음엔 안 열어주더니, 초인종 눌러서 앞집에서 왔다고 하니까 문을 열어줬다고 한다.


인테리어 담당자로 보이는 아저씨는 인테리어 공사하는게 아니고, 에어컨 설치한다고 했단다. 그때 마침 앞집 언니가 집에 왔고.

그렇게 세 사람이 만나게 됐던거다. 지금 주중에도 임신 중인 아내가 힘들어하는데, 주말까지 이러는건 좀 아닌거 같다고 항의를 했더니 인테리어 아저씨가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셨다고 한다.


암튼.. 그래서 오늘 아침에 거봉 박스를 건네고 "미안하다"고 말한 것 같다.



어제 얼풋 보니 4주동안 엄청 멋지게 집을 바꿔놓은 것 같던데...

이 집에 이사온지 1년 9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앞집 언니 얼굴을 그렇게 오래 보고 말을 해본게 처음이었다.



2년 가까이 되어가니 (이사가버리기 전)윗집, 아랫집, 그리고 앞집과 인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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