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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박경리 <토지>를 읽기 시작하다.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 도서관으로 대피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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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토지>를 읽기 시작하다.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 도서관으로 대피하다.

sound4u 2018. 7.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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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가다.

전에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선생님이 극찬했던 책 <토지>를 읽기 시작했다.

동네 도서관 가서 몇권인가 보다가 입이 따악... 벌어졌다. 대충 봐도 두툼한 책이 20권 가량 되는 것 같았다. 자세히 몇권인지 세어보고 나면 아예 시작도 못할 것 같아 대충 여러권이구나 하고는 1권만 집어들고 나왔다.

자세히 보니 2권이 안 보였다. 대출 중인 모양이었다.

사서에게 책을 들고 갔더니 대여카드를 보여달라고 한다. 없다고 했다.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은 했지만 카드는 아직 없습니다."

그랬더니 신분증을 달란다.
준비해 가지고 갔던 운전면허증을 꺼냈다. 책의 대여기간은 2주란다. 400 페이지 정도 되는 것 같던데.. 2주면 다 읽을 수 있겠지. (잘 할 수 있을까?)
두툼한 책 두께를 다시 보니, 문득 자신이 없어지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려고 한다.

2권 읽으신 분이 반납하면 문자 보내줄 수 있다는 사서의 말에 "예약"도 걸어놓고 나왔다.

도서관 와서 책 하나 빌렸을 뿐인데 되게 뿌듯했다. 도서관에서 책 빌려본게 얼마만인가.


장편 소설을 읽을 용기를 내다.

국문과를 나왔지만 책 읽는걸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토지>를 이제서야 읽는다. 학교 졸업하고 20년도 훨씬 넘어서 말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읽기 시작했으니 언젠가는 다 읽겠거니 한다.
학교 다닐 당시(90년대 초반)에는 시리즈물 소설 읽는게 유행했었다. <태백산맥>, <퇴마록> 등등..

뭐든지 느린 편이지만, 특히 책 읽는 속도가 많이 느려서 단편이나 겨우 읽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장편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랬는데 드디어 용기를 내본다. 도서관에 가야겠단 결심을 한데에는 살인적인 더위가 한몫을 했다.


이제 나한테 남은 자유 시간은 한달 정도다. 대략 한계로 정한 자유시간.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면 무엇을 하는게 좋을까? 궁리하다가 살인적인 더위도 피할겸 도서관으로 피신을 왔다. 도서관은 정말 시원하다.

수십년 동안 시도도 해보지 못한 "장편 읽기"를 한달 안에 끝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시도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로 했다.



<토지> 1편을 읽기 시작했다.

굉장히 낯설다. 우리말인데 이렇게 낯설 수가 있나? 단어나 문장이 아름다운데 무슨 뜻인지 모르는 말도 많다. 처음 접하는 단어들도 많고.

그런데 옛스러운 문체와 구성진 사투리가 멋지다. 특히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이 그렇다.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가며 읽고 있다. 언제 다 읽을지 모르겠지만 <토지>를 읽는동안 쓰기와 읽기 능력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란다. 유시민 선생님이 극찬하셨던게 생각난다.



행복한 책읽기를 소망한다.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가 생각난다. 숙제로 내주신 고전문학 몇편을 읽겠다고 학교 도서관에 갔었다. 굉장히 더운 여름이었다.

목록 지워가며 읽었다.
고전문학이 재밌었을리 없다. 내용이 생각나지도 않는다. "봄봄", "메밀꽃 필 무렵", "운수 좋은 날".. 이런 작품을 세로로 된 버전으로 읽었다.

그런데 되게 좋았다.
지금도 생각나는건, 책 내용이 아니라 책 읽으며 느꼈던 행복감이다.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난다.

훗날 오늘을 기억할때, 거의 체온과 비슷한 기온과(37도) 행복했던 기억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나의 읽기와 쓰기 능력도 한뼘 더 자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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