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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2]출산기념일 즈음에 :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 ('비관적 현실주의자'로 살다) [얼룩소 갈무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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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출산기념일 즈음에 :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 ('비관적 현실주의자'로 살다) [얼룩소 갈무리]

sound4u 2025. 3.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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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5일



제목 : [2]출산기념일 즈음에 :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 ('비관적 현실주의자'로 살다)

11월말 출산기념일(그러니까 정확히는 6살 딸아이 생일)을 잘 보냈습니다. 용기를 내서, 5년전 이야기를 이어가봅니다. 두번째 이야기 :



내 이야기를 쓰는데, 왠 용기?
글쓰는데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팠던 시절의 나를 마주할 용기

 

목도리를 두른 사슴입니다. 덜 춥겠다 했습니다. ⓒ청자몽

11월말 출산기념일 전에, 문득 5년전인 2017년 애 낳으러 갔던 얘기나 써볼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써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쓰다보니,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몰랐는데.. 아니 알았는데, 쉽지 않은 임신에 출산과정을 겪고보니 이게 생각보다 꽤 큰 일이었나봅니다.

그래서 글을 끝까지 맺지 못하고, 후다닥 접었습니다. 접고서 거의 2주 정도가 지났습니다. 5년이나 지난 일이었지만, 글을 쓰며 주체하지 못할 감정이 올라와서 깜짝 놀랐거든요. 그 감정을 또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뭐든 '용기'가 필요해! 용기가. 하면서 며칠동안 '용기'에 관한 글을 몇편 쓰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약속했던대로 2편과 3편을 이어가볼까 합니다. 오늘은 울지 않고, 잘 써보겠습니다. 옆에 커피 담은 텀블러도 하나 놓고, 편한 소파에 앉아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면 또 대충 후다닥 날려버릴까봐, 오늘은 집안 잔업도 빨리빨리 해버렸습니다. 덕분에 평소보다 저의 자유시간을 30분 정도 앞당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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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임신, 출산기
강렬한 기억, 지나고보면 추억이 됩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선, 다들 '전설' 하나씩 있죠? 마치 남자분들 '군대' 전설 하나씩 가지고 계시듯이요. 회식 때 보면, 분명 그만하라고 눈치를 줘도 한번 시작되면 끝이 없더라구요. 나중엔 여기저기서 들은 군대얘기가 많다보니, 미필인 저도 야야.. 어디선 이런다며, 저런다며. 너넨 이런 사람 없었어? 살겠냐. 어디. 넌 어디서 복무했는데? 이런 얘기를 할 정도였어요. 군대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각설하고, 네. 그렇죠. 임신과 출산 역시 한참 지나고나서도 생각이 많이 나는 화제임에 분명합니다.



2017년 11월로 함께 떠납니다. 늦가을이었어요.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


임신중독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라고 해서, 부랴부랴 짐을 싸고 입원했습니다. 6인실이고, 일종의 중환자실이라고 하셨어요.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에 입원했습니다. 제가 다녔던 산부인과에서도 2017년 10월에 막 오픈을 했다더라구요. 운이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고위험산모 집준치료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면, 국가가 입원,치료비를 90% 지원해주었거든요. 소득에 따라 나머지 10%도 추가로 지원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좋은 시설이 제가 입원하기 바로 직전에 생겼다는거에요.

6인실이었지만, 아예 출입문이 따로 있는 별도의 공간이었습니다. 중환자실인만큼 밖에 나갈 수 없었고, 그냥 계속 누워있었어요. 저처럼 임신중독증이나 당뇨가 심해지신 분, 조산기가 있거나 심각하다 판단되는 산모들이 입원한 곳이었어요.

밖에 나갈 수 없으니, 계속 누워있었어요. 답답하면 앉아있거나, 돌아다녀봐야 앞에 간호사님들 계신 곳 앞쪽이 전부였습니다. 갇힌 곳이다보니, 그리고 심각해서 입원한거라 그런지 산모들이 모두 예민했습니다. 저도 그랬을꺼구요. 옆에 분들하고 별로 사이가 좋진 않았어요. 마주칠 일도 없었지만...




심장에 무리가 간다고 해서, 수액은 이튿날부터 맞지 않았어요. 링겔만 안 맞고 있어도 살 것 같더라구요. 처음에는 수액 계속 맞아야할 수 있다고해서 손등에 주사바늘을 꼽았습니다. 아프더라구요. ⓒ청자몽

면회도 하루에 1시간씩, 하루 3번만 할 수 있었어요. 간호사님들 말씀이, 그래도 여긴 중환자실이니 면회 때문에 덜 스트레스 받을꺼라고 했는데... 덜 받는게 이 정도라니! 하고 화날 일이 많았어요.

그건...
저는 누가 올 일이 별로 없었어요.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 병원에 입원을 한데다가, 남편 회사와도 멀었어요. 친정어머니도 멀리 사시고, 시어머니는 지방에 사시고요. 친정엄마가 오고 싶어하셨지만, 아무래도 여기가 중환자실이다보니 왠만하면 면회를 자제한다라고 '메뉴얼'에는 써있었거든요. 면회객도 1명으로 제한한다고 '메뉴얼'에 적혀있었는데..

메뉴얼대로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알렸죠. 그런데, 메뉴얼대로 되지 않잖아요. 지킬 사람만 지키는게 메뉴얼이라.. 면회객 1명 이상인 경우도 많고, 1시간 넘게 면회도 다들 하고, 금하는 외부음식도 다들 가져와서 먹이고, 먹고. 시끄럽게 얘기도 했어요.

나갈 곳도 없어, 그냥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 저는 잘 참다가 화가 많이 난 날도 있었어요. 서러워서 엉엉 운 적도 있구요. 찾아오는 사람없이 혼자 오도카니 앉아있는게 힘들었어요. 커튼을 쳐놨어도...

둘째 임신이 잘못 되어 오신 엄마들이 아침 일찍부터 영상통화를 하셨어요. 옷을 뭘 입혀라, 아이들 얼굴도 보고 얘기했어요. 아이가 없는 입장이라, 그게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지금은 이해가 충분히 갑니다.  그때 그 엄마들을요.

음식조절을 해야한다고 해서, 거의 간을 하나도 안하다시피한 식사를 매일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옆에 분들이 드시는 외부음식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그들이 자신의 산모들에게 하는 걱정해주는 소리, 잘 지냈냐는 소리에 눈물이 울컥 맺히고요.

서럽지만, 꿋꿋하게 잘 참고 지냈습니다.




매 식단을 다 기록해야 됐어요. ⓒ청자몽

먹은걸 다 써야했어요. 그리고 소변 몇번, 대변 몇번 봤다. 물은 얼마를 먹었다도 다 쓰고요. 소변을 주머니에 모아서 내기도 했던거 같네요. 이젠 가물가물합니다.

아침마다 몸무게도 재고, 저는 3시간에 한번 혈압 체크도 했어요. 병원진료 시작하기 전에, 세밀한 검사도 따로 더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면..
절대로 다시 못할 것 같아요. 그땐 그 수밖에 없어서, 견뎠죠. 식이조절을 하니, 살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신기한게 붓기도 빠지기 시작하구요. 임신중독증 수치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일주일은 입원했다가 주말에 하루 집에 왔다가, 다시 입원했습니다. 일주일씩 4번을 그렇게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37주 0일을 채워 출산을 하게 됐습니다.




'비관적 현실주의자'로 살다

간혹 수치가 나빠져서, 응급수술 얘기하기를 하셨어요. 인큐베이터 안내지를 간호사님이 주시기도 했고요. 37주 이전에 아이를 낳거나, 2.5kg 이하로 태어나면 인큐베이터에 가야한다고 하셨거든요. 피가 바짝바짝 말라서, 밥을 진짜 싹싹 긁어먹었어요. 물도 2L씩 마시고. 제 자리에서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간이 하나도 안 된 음식도 맛있게 먹으면, 정말 꿀맛이더라구요.


수술 날짜 잡히고, 영양사 선생님이 오셔서 칭찬해주셨어요. 다들 맛없다고 난리쳐서 안 먹는데, 맛있게 잘 먹어줘서 고맙다구요. 그리고 이렇게 수치가 좋아져서 정상 출산한건 처음 본다고 하셨어요. '빠*바게트 샐러드'가 훌륭하다고 하시면서, 집에 잠깐 가는 날은 그걸 사서 먹으라고 꿀팁도 주셨던 분이에요. 단 소스는 반드시 빼고 먹으라구요. 제가 계속 질문해서 괴롭게 해드렸는데도, 매번 웃으면서 답해주셨어요. 생각이 나네요.


입원 중에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는, 목욕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땀이 많이 나서 매일 씻다가 못 씻으니 너무 힘들더라구요. 겨우 세수하고 속옷만 갈아입었어요. 땀 때문에 머리가 가려워서, 고민 하다가 간호사님께 사정사정해서, 보호자(남편이나 언니가 오는 날)가 오면 같이 그 층 끝에 있는 출산한 분들 전용 화장실 가서 후다닥 씻고 올 수 있었습니다. 5분만에 샤워끝 하고 나와도 너무 시원하더라구요.

규칙적으로 잘 자고, 잘 먹고, 쉬는 사이에 몸이 좋아졌습니다.  괴롭다면 괴로웠던, 그리고 즐겁다면 즐거웠던 '고위험산모집중 치료실'을 출산 전날 인사하며 나왔습니다. 여섯분의 간호사님들과 주치의 선생님께 감사드렸어요.

전신마취하고 낳으러 갔는데, 마취가 깨고 병실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겨지더라구요. 저는 어디로 가나요? 하고 물으니, '중환자실'로 옮겨진다더라구요. 네? 왜요?



- 3부로 이어집니다.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Bat5r4L?utm_source=user-share_Dotdl1

 

[2]출산기념일 즈음에 :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 ('비관적 현실주의자'로 살다) by 청자몽 - 얼룩소

11월말 출산기념일(그러니까 정확히는 6살 딸아이 생일)을 잘 보냈습니다. 용기를 내서, 5년전 이야기를 이어가봅니다. 두번째 이야기 : 내 이야기를 쓰는데, 왠 용기? 글쓰는데도 '용기'가 필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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