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늦은 나이에 퇴사(은퇴 아닌 은퇴)하고, 임신과 출산, 살림 : 열심히 노를 젓다가 탁.. 하고 놓아버렸지만, 언젠가는 [얼룩소 갈무리] 본문
늦은 나이에 퇴사(은퇴 아닌 은퇴)하고, 임신과 출산, 살림 : 열심히 노를 젓다가 탁.. 하고 놓아버렸지만, 언젠가는 [얼룩소 갈무리]
sound4u 2025. 2. 26. 00:002022년 10월 20일
제목 : 늦은 나이에 퇴사(은퇴 아닌 은퇴)하고, 임신과 출산, 살림 : 열심히 노를 젓다가 탁.. 하고 놓아버렸지만, 언젠가는 다시 노를 잡아보려고 합니다.
지난주에 "나는 전업주부입니다."을 보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어쓰기를 하려다가 일주일이 가버렸어요. 저도 전업육아맘입니다.
전업주부인데 육아맘이면...
적당한 나이에 결혼했는데, 일하다가 시간이 꽤 가버렸습니다. 마흔이 넘으니, 갑자기 몸이 고장나서 여기저기 많이 자주 아팠습니다. 병원 다니며 약 먹어가며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만 뒀습니다. 전업주부가 됐습니다.
그리고, 운좋게 늦은 나이에 아이가 생겨서 육아맘도 됐습니다. 그런데...
'전업주부'도 이상하게 무시를 당하지만, '전업주부 육아맘'은 더더 힘듭니다. 외부에서 이유없이 무시도 당하지만,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합니다.
'다들 일하면서 아이도 잘 키우는 것 같은데... 나는 이게 뭐지?'
라고 생각이 듭니다.
전업주부를 무시한건,
내 자신이었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데다가 원래 골골하는 터라, 조금 일찍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습니다. 양가 부모님이든 주변에 누구든 도움 받을 곳이 없고, 혼자 아이를 돌봐야해서 고민 끝에 보냈어요. 그런데 당장 어린이집에서도 그럽니다.
어린이집은 '워킹맘'을 위한 기관이라고. 워킹맘 분들의 편의를 위한 곳이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그렇죠. 제 아이는 제가 유치원 갈 때까지 돌봐야 마땅한데... 죄송해요. 제가 봐야하는데, 몸도 자주 아프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보내놓고 죄책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듬해에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아예 집에서 돌볼 수 있으면 보내지 말아달라고 무언의 압박을 받았습니다. 여러 달을 그냥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채 지냈습니다. 어린이집을 취소할까? 도 싶다가 간간히 보냈어요. 역시 죄책감 느끼면서.
기왕 보낸거 잘 보낼껄..
지나놓고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왜 죄책감 느끼며 살았을까. 집마다 이유가 있었을텐데..
나는 왜 무언의 압박을 느끼며 비굴하게 살았을까 싶어요. 스스로가 떳떳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따지고보면 내 힘이 아니라,
주변 여건 덕분에 쌓았던 경력들.. 나의 것이 아니었다.
학교 졸업하고, 어렵게 취직해서 일을 했습니다. 적응도 못해서 여러번 그만두고 취직하기를 반복했어요.
사회라는 곳이 어떤지, 인간관계가 뭔지, 조직의 쓴맛은 뭔지.. 그런걸 매일매일 느끼고 고민하며, 일했던 시간입니다.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보람은 있었어요. 무언가 이뤘을 때의 성취감, 맺혔던 관계를 풀어내고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의 성취감이 좋았거든요.
예전에는 내가 잘해서, 멋져서(?) 이렇게 성과를 내고 잘 사는거야 하고 뻐기고 다녔던 적도 있어요. 돌아보니, 일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렇게 된거였는데..
왜 당시에는 몰랐을까요.
열심히 노를 젓다가,
탁 놓아버린 느낌입니다. 들고 있던 노를 잃어버렸어요.
신기한게 회사를 그만두고나니, 그때 아팠던 병은 거짓말처럼 나았습니다. 이젠 다른 곳들이 아파오지만요. 몸이 진짜 아픈게 아니라, 마음이 울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이 못 참겠고 괴로우니, 몸의 이곳저곳이 하소연을 했던거 같기도 하고요.
직업 특성상 야근은 필수고, 주말도 반납할 수 있어야 하며, 늘 곤두서야 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이제 육아를 하는 엄마가 된 상황에 그때 그 일을 다시 할 수 없어요. 받아주지도 않을테지만...
퇴사와 동시에 은퇴 아닌 은퇴를 한 느낌입니다. 어차피 마흔 중반이었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게 좋지 않을까? 방향을 틀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던 때였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는 지금은,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부업을 하거나 N잡러가 되는건 엄두도 안 나요.
매일매일 노를 열심히 젓고 가다가, 문득 탁 놓아버린 느낌입니다. 다시 언젠가는 노를 찾아 저어가야 할텐데...
용기가 덜 나는지, 아니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합니다.
배 위에서 망만 봐요.
그래서 그냥 잘 모를 때는 주어진 일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면서 살아요.
요리하기 싫어하고, 살림하는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매일 치이면서 삽니다.
그래도 내일이 있을꺼라 믿습니다.
의미는 스스로 찾는거니까요.
살림과 육아도 제 일이라 생각하고 그냥 하고 있습니다. 가끔 뭔가 나를 위해 힘을 내보자. 뭔가를 해보자.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하는데요.
누군가의 도움과 주변환경으로 운좋게 일했던 생애 전반기를 이제 그만 놓아주고,
스스로의 힘으로 잘 다지고 준비해서
앞으로 남은 멋진 후반기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요. 딱 하나 매일 쓰면서 읽으면서 생각하는 삶. 이건 놓지 않으려구요.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M9tbB3B?utm_source=user-share_Dotdl1
늦은 나이에 퇴사(은퇴 아닌 은퇴)하고, 임신과 출산, 살림 : 열심히 노를 젓다가 탁.. 하고 놓아
지난주에 콩사탕나무님의 글 "나는 전업주부입니다."을 보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어쓰기를 하려다가 일주일이 가버렸어요. 저도 전업육아맘입니다. 전업주부인데 육아맘이면... 적당한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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