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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날씨가 궂으니까 따뜻한 것이 생각나면서 '안도현'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연탄 한 장>, <너에게 묻는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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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궂으니까 따뜻한 것이 생각나면서 '안도현'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연탄 한 장>, <너에게 묻는다>

sound4u 2009. 4. 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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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보고 있자니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면서
문득 '안도현'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우리 어렸을때는 집집마다 연탄을 땠다. 물론 학교에서도 조개탄과 나무로 교실을 따뜻하게 해주는 난로가 있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연탄과 친해져야 했다. 다 타버리고난 연탄재도 쉽게 볼 수 있었고..

한겨울이 되기전 김장을 하고, 집에 겨우내 쓸 연탄을 들여놓는걸 보면 겨울이 왔구나 싶었다. 겨울이 지나고 지하실에 연탄이 몇장 남지 않으면 이제 곧 봄이 오겠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내다버리던 가끔은 길에 나뒹구르던 연탄재를 보고 저렇게 한 구절 한 구절 와닿는 시를 썼구나.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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