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소설 "연인 심청" - 심봉사가 '마음의 눈'을 뜨기까지의 과정 본문
소설 "연인 심청" (방민호, 다산북스) - 심봉사가 '마음의 눈'을 뜨기까지의 과정
5월에 응모했던 소설 "연인 심청"에 대한 독후감입니다.
간혹 찍어놓고 나중에 다시 꺼내보면, 그 사진 찍을 당시에 내가 어땠는지를 생각나게 하는 사진이 있다.
옆에 도라지차 끓여서 마시던 컵을 보니, 이 책 읽을 당시에 한참 기침 감기와 결막염으로 아팠던게 생각난다.
다행이 아프고 뒤숭숭할때, 숙제하는 마음으로 독후감 쓴다고 책 읽는데 몰두했었다.
읽고나서는 언른 써야지.. 하는 생각에 집중하게 됐었고.
덕분에 감기도 잊혀지고, 결막염도 다 낫게 됐던거 같다.
비록 당선되진 않았지만, 고마운 책이고 응모전이 됐다.
"연인 심청"을 읽고
부제: 심봉사가 '마음의 눈'을 뜨기까지의 과정
'눈먼 아비를 위해 자기 목숨을 팔아, 인당수에 풍덩 몸을 던진 효녀의 이야기'
이렇게 한줄로 요약되는 심청에 대한 이야가는 동화책, 판소리, 연극, 오페라, 영화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만큼 매력적이며, 또한 상상을 허용하는 소재라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런 심청의 이야기를 400페이지짜리 두툼한 소설책으로 '또' 읽게 되었습니다. 무작정 읽기보다는 나름 의문점이나 목표를 가지고 읽는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름 두가지 의문점을 정해보았습니다.
첫째, 줄거리를 대충 다 아는, 게다가 결말까지 아는 이야기인데, 이게 어떻게 이렇게 두껍게 풀어져 있을까?
둘째, 책 제목에 대한 의문이었는데, 왜 '효녀 심청'이 아니고, '연인 심청'일까? 게다가 '사랑으로 죽다'는 소제목을 가지고 있던데, 심청은 아버지를 위해 죽은게 아닌가?
질문을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책표지가 보드랍고 천 느낌이 나서, 책을 손에 쥐고 읽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중후반부로 갈수록 흥미진진하고, 속도가 빨라져서 400페이지가 짧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이 400페이지 정도 분량이 됐구나 싶었습니다.
책 앞부분에 해당하는 청이의 성장기부터 심봉사가 삼백석을 약조하고 청이가 배를 타는 부분까지는, 천천히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가 중후반부터 나오는 심봉사의 타락 및 고난기(기녀 애랑이와 뺑덕어멈과 얽히는) 이후부터는 흐름이 무척 빨리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후반에 이르면 정말 순식간에 훅훅 흘러가, 그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읽게 됐습니다. 왕궁내 암투로 청이가 안절부절할때는 조마조마해하면서 읽었습니다.
심봉사의 타락 및 고난기는 그 부분만 따로 뚝 떼내어, 판소리 공연으로 풀어내도 다들 혀를 끌끌 차며 흥미지게 들을만한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읽다가 가족에게 "심봉사가 왜 그랬을까? 되게 한심한 인물로 그려지네."하면서 설명해줄 수도 있었습니다.
두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사랑을 위해 죽은 이는 심청이 아니라 심청을 연인으로 생각했던 윤상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다해 지키고 싶을만큼 청이는 귀한 여인이었습니다. 청이는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사랑을 느끼는 그야말로 꽃다운 소녀였습니다. 전생에 사랑하던 이, 현생에서는 아버지인 심봉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은 청이었습니다.
맑고 깨끗한 이름처럼 청아하고 영특하기까지한 청이는 장상서댁 마나님이 이름을 풀어내신 것처럼 "네 이름은 물속에 들었다 나와 깨끗하니 새 삶을 산다"는 그런 고귀한 운명을 타고 났습니다.
다른 이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죽은 후 다시 부활한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투영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은 전생에 유리선녀였었는데, 죄를 짓고 지상에 내려온 후 다시 환생하는 불교적인 세계관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소설에서 청이와 윤상의 애닮은 사랑 이야기보다, 심봉사의 인간적이고 속물적이고도 한심했던 삶이 어떻게 변화되는지가 흥미로웠습니다.
어쩌면 부제목을 '마음의 눈을 뜨기까지'로 했어도 좋을만큼, '마음의 눈 또는 힘'에 관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강조됩니다. 눈이 멀기 전에도 별로 주변 신경 안 쓰고 막 살았던 철부지 심봉사가, 심지어는 자신의 딸이 자기를 위해 죽어서 얻게된 돈을 마구 써대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보이는 눈도 멀었지만, 마음의 눈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물을 건널때 만났던 스님의 입을 통해, 그리고 왕궁 잔치에 함께 가게 된 황봉사의 이야기에서도 '마음의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봄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강조됩니다. 모진 고문을 당하던 윤상이 끝내는 '마음의 힘'으로 견뎌내는 장면도 나옵니다.
마침내 눈을 뜨게 된 심봉사는 몸도 낫게 되고, 그제서야 마음의 눈도 뜨게 됩니다.
살아가며, 세상을 바라볼때 정말 필요한건 바로 ‘마음의 눈’을 뜨고, 진심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게 중요합니다.
작가는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심봉사들이 진심으로 마음의 눈을 떠서,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라면서 이 부분을 강조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쓰여있는 유흥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1> 서문에 나온 글로 이 독후감을 마무리합니다.
평소 잘 읽지도 않는 소설책류를 읽고, 독후감을 쓰려니 잘 써지지가 않았다.
마감하기 이틀 전에 써서 응모했는데, 당연히 떨어졌다.
당선된 분들 독후감 제목을 훓어보니, 어떻게 썼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한번 읽어봄직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제목에서부터 가부 여부가 갈린 것이다.
평범했던 내 글의 제목, 그리고 서걱거리는 글 흐름..
안된게 당연하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 많이 써봐야 하는데,
셋 다 안하고 있으니..
안타깝게도 내가 써놓고도 스스로 맘에 들지 않는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이번 독후감 사건(?)을 계기로 느끼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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