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영화 <반도> : 좀비보다 무서운게 사람/ 엄마가 되고서 보니 더 아픈 영화 본문
영화 <반도> : 좀비보다 무서운게 사람/ 엄마가 되고서 보니 더 아픈 영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월요일 아침,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워킹 홀리데이'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것이다. 출근 도장만 꾹 찍고 바로 퇴근할 수 있는 휴일 아닌 휴일이란다.
집안일 적당히 접고 나오라고 했다. 설겆이 하고 아이 빨래만 널어놓고 나머지는 내팽개치다시피 나갔는데도 10시반이 다 된 시간이었다. 남편은 좀 일찍 오지 그랬냐고 투덜거리면서 영화를 예매했다. 10시에 조조할인 영화를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 할 수 없지.
코로나 시국에 영화를 봐도 될까? 두려운 마음이었지만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사람이 덜 앉을만한 좌석으로 자리를 예매해서 들어갔다. 확실히 코로나 여파가 있었던건지, 비가 와서 그런지 극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 넓은 상영관에 우리 포함 7명이 있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었다. 주인공이 누구지? 예매할 때 포스터를 슬쩍 봤는데 모르겠다 싶었다.
예매할 때 남편한테 듣기로는 <부산행> 감독이 찍은 영화라고 했다. 그럼 좀비영화인가?
워낙 나 살기 바빴던지라 요새 뜨는 영화가 뭔지, 누가 나온 영화가 개봉한건지 모른채 살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안되 주인공이 강동원과 이정현이라는걸 알게 됐다.
공포영화 싫어하는데, 거기다 좀비영화.
<부산행> 때도 덜덜 떨면서 봤는데, <반도>도 흠찟흠찟 놀라면서 봤다.
좀비영화라기보다는 그 뭐랄까? 질주본능 영화?라고 해야 되나. 자동차로 신나게 달리는 장면이 아주 많았다. 그것도 아주 긴장감이 넘쳤다. 자동차를 멋지게 몰던 어린 여자배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레라고 하던데..
솔직하게 말하면 4년전에 봤던 <부산행>이 조금 더 현실감이 있었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반도>는 확실히 신파적인게 강했다. 게다가 보다보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충분히 예상이 된다. 영화가 꼭 반전이 있어야 좋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도 중요한데...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싫지는 않았다.
진짜 엄마가 되고보니, 이 신파적인게 공감이 가면서 너무 몰입해서 봤다. 내가 진짜 저 상황에 엄마라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아이들을 지키면서 나를 지킬까? 어떻게해야 살 수 있을까? 진지하게 봤다. 그리고 많이 슬펐다.
이제 나는 내 자신도 잘 지켜야 하지만, 내 자식도 책임지고 지켜야할 엄마구나.
머리를 지저분하게 길러도 심지어는 얼굴에 피칠갑을 해도 강동원은 역시 멋있구나 감탄했다. 원래부터 여전사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이정현도 강한 엄마처럼 보였다. 엄마 그 자체였다.
여름SF영화에 개연성 있는 명작을 강요하는건 옳지 않다.
볼만한 영화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서인지, 바이러스로 인해 힘든 현재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올지 어떻게 알았을까? 감독이 참 천재다.
좀비보다 무서운건 사람이다라는 사실도 공감했다.
상황이 아니라 상황에 미쳐가는 사람 말이다. 정신차리자.
3편도 나온다던데.. 다음편에는 어떤 내용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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