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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103cm 작은 영웅, 할 말을 하는 용기 [얼룩소 갈무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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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cm 작은 영웅, 할 말을 하는 용기 [얼룩소 갈무리]

sound4u 2025. 3.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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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4일





제목 : 103cm 작은 영웅, 할 말을 하는 용기

'영웅'이라 말하기엔 좀 작고 왜소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저께~어저께 있었던 일을 나눠볼까합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일이 있었거든요.




용기에 관하여


용기에 관해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올라온 '용기'에 관한 글을 여러개 보게 되었습니다. 영웅 없는 사회라지만, 모두가 어떤 면에서는 영웅이 되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아니 영웅이 되어야할지도 모르는 사회입니다.

일단 저는 용기가 많지 않습니다. 아주 없다고 하기엔 좀 그렇고. 특정 상황에 참던게 폭발을 해버립니다. 폭발한걸 용기라고 보긴 어렵지만요. 용감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께와 어저께 일이 있어서, 약간 폭발을 했고 생각도 못한 '용감함'을 보게 되어 나눌까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도 역시 '잘 살자'입니다.




103cm인 아이.
평소 '슈퍼영웅'을 동경하긴 했습니다.

 

'슈퍼영웅 뽀로로'와 크롱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고 했습니다. 뽀로로의 의상을 흉내내어 본겁니다. 영웅은 왜 선글라스를 낄까요? ⓒ청자몽

6살인 제 딸아이입니다.

11월말에 태어난 아이는, 태어날 때도 2.68kg으로 아담했습니다. 처음에는 중간정도의 체구였는데, 갈수록 평균보다 작은 아이가 됩니다. 키 순서대로 100명을 주욱 늘어뜨려 놓는다면, 앞에서 세는게 빠를 정도로 작습니다.

'영유아검진'이라고 태어나서 7세까지 해마다 제 생일 즈음에 검사를 받는게 있어요. 검사 받을 때마다 작다고 하니, 한숨을 쉬며 나오곤 했습니다. 성적표 아닌, 성적표를 받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태어나기도 또래보다 늦게 태어났는데, 체구도 작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어디가서 터지고 다니진 않을까. 작다고 무시당하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언젠가부터 아이도 자기가 다른 친구들보다 작다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아니겠어요. 그래도 작다는걸 너무 의식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다들 자기 '속도'라는게 있다구요. 엄마도 어렸을 땐 작았어. 나중에 봐봐. 보통 자기 엄마 보다는 커. 라면서 위로를 하지만... 위로가 먹히지 않습니다.
작아도, 작은건 작은거고 기죽도 다니지 마. 누가 때리거나 괴롭히면 큰소리로 "하지마." 소리를 질러버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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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유치원 놀이터에서 - 등짝을 맞다

여러가지 일은 늘 있지만,
그저께 좀 큰 일이 있었어요. 하필 제가 눈 앞에서요.

같이 놀던 남자아이가 유치원 바깥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아이의 엄마가 잡으러 뛰어갔죠. 남자아이가 엄마랑 티격태격 하며 유치원 안으로 들어왔어요. 그 모습을 같은 반 너뎃 명이 쪼로로 담장에 매달려 키득키득 웃으면서 보고 있었어요.

문득 유치원 안으로 들어온 남자애가 제 딸의 등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헉... 순간 놀랐어요. 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있었는데, 벌떡 일어나서 그 앞으로 뛰어갔어요. 남자아이 이름을 부르면서, 팔목을 휙 낙아챘습니다.


"민철아(가명) 너 왜 그래. 친구를 아프게 하면 안 되지."


제 딸을 때린 것에 화가 났지만, 다같이 웃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딱 제 딸 등짝만 가격을 하는게 괘씸했습니다. 역시, 작아서 제일 만만한 모양입니다.

당황한 아이의 엄마는 저에게 인사를 하며,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다그쳤습니다만. 남자아이는 획 고개를 돌리며 저쪽으로 갔습니다. 혈압이 올랐습니다.

딸아이의 손을 잡고 저쪽으로 데려갔는데, 남자애가 다시 뛰어와 등을 또 때리는겁니다. 다시 팔목을 잡으며 하지말라고 했습니다.
옆에서 다른 할머니들이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새콤엄마가 참어요." 그러는데.. 그 말에 더 화가 났습니다.


"좋아하면 아껴줘야죠. 때리긴 왜 때려요.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안되요."


식식대고 있는데, 민망해진 남자아이 엄마가 애를 데리고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났습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조금 마음이 상했답니다. 그러면서 참는게 눈에 보였어요.


"아니지. 아니지. 아닌건 아닌거라구. 왜 새콤이만 때려. 물론 새콤이가 곤란한 상황-엄마한테 잡혀서 끌려들어온-에 웃은건 잘못인데, 새콤이만 웃은거 아니잖아. 그리고 기분 나쁘다고 사람을 때리는건 잘못이야. 그럴 때는 '하지마. 아파.'라고 화를 내야지. 말 안하면 모른다고. 아니면.. 얘는 그래도 되는구나. 하고 함부로 해.
아닌건 아니라고 말을, 또박또박 해줘야 돼. 알겠지?"


눈을 깜박이며 듣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어제-아침
유치원 현관 앞에서

다음날 아침, 유치원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유치원 문앞에 뚜껑 열린 차와 하얀색 차가 나란히 섰습니다. 뚜껑 열린 차는 큰소리로 음악도 틀고 있더군요. 차에서 아이네 반 여자아이와 남동생이 내렸습니다. 엄마와 남자분(외삼촌이라더군요)과 함께요.

현관에서 실내화를 갈아신고 있는데, 아까 그 반 친구가 신발을 신은채로 신발 갈아신는 곳에 들어왔습니다. 저러고 들어오는걸 여러번 보았는데.. 엄마도, 그리고 맞이해주는 선생님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더군요.

그런데...

"신발 신고 여기를 뛰어다니면 안 되지."

허억.. 딸아이가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순간 놀랐지만, 기특했습니다. 제 딸입니다. 네.. 제 딸이라구요.

엄마라는 사람과 뒤에 서 있던 반바지 입은 외삼촌, 그리고 맞이해주는 선생님 모두 정지상태로 있었습니다. 신발 신은채로 뛰어다니던 여자애도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어물쩡 서 있던 남동생도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닌건 아니라고 말을 해줘야하는데..
대체 왜 아무도 이제까지 말을 안해줬을까요.

딸아이가 신발을 갈아신고 들어가는걸 봤습니다. 자랑스러웠지만, 말은 차마 삼키고 눈으로.. 힘껏 웃어주었습니다. 맞이해주는 선생님과 딸아이를 향해 90도로 배꼽손 인사를 하며

"다녀오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큰소리로 말하고 유치원을 나왔습니다.


굉장히 후련하더라구요.
영웅이라는게, 슈퍼영웅이어서 위기를 구하고, 초능력을 발휘해주면 좋은데.. 이 시대에는 그것까진 바라지도 않구요.

그냥 할 말을 제대로 해야할 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사람.
그 사람을 영웅이라고 감히 말해주고 싶습니다.

용기는 전염이 되기도 하니까요.


6살 아이야.
너가 엄마보다 훨씬 낫구나. 고맙다.
음하하하.. 웃으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하원하고 집에 와서는, 잘했다고 자랑스러웠다고 계속 칭찬해주었습니다.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latOr8l?utm_source=user-share_Dotdl1

 

103cm 작은 영웅 : 할 말을 하는 용기 by 청자몽 - 얼룩소 alookso

'영웅'이라 말하기엔 좀 작고 왜소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저께~어저께 있었던 일을 나눠볼까합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일이 있었거든요. 먼저 얼룩소에서 어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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