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길을 간다는건 : 수입 0원 웹툰작가 (유튜브)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얼룩소 갈무리] 본문
2023년 5월 14일
제목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길을 간다는건 : 수입 0원 웹툰작가 (유튜브)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딸의 유치원 반친구 엄마와 가끔 이야기를 나눈다. 그 아이의 아빠도 개발자라서, 한때 개발자였던 나와 현직 개발자인 남편을 이해해준다. 이래저래 우리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보니,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 엄마와 나
(참고로 그 엄마는 나보다 9살 어리다)
와.. 멋져요!
처음에 하는 일을 듣고 감탄했다.
그녀는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다. 정식 호칭은 모르겠다. 애니메이터라고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말았다. 애니메이션 배경을 그리고 칠한다고 한다.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가 회사를 옮겼다고 했다.
"저도, 옛날에 미대 가고 싶었는데, 애저녁에 접었거든요. 미대가려면 예고에 가야 한다는데.. 일반 중학교에서 예고 갈려면, 공부를 아주 잘해야 하고 뎃생.. 도 잘 해야되고 다 잘해야 된다고 해서, 돈도 많이 들잖아요. 개기다가 엄마한테 엄청 혼났어요.
뭐 이래저래.. 일찌감치 접었어요.
그런데 미대를 간거면! 멋지다. 다 잘했단 얘기잖아요. 그리고 지금도 일하고.. 진짜 멋지다. 보통이 아니란거 다 알아요."
내 말에 겸손한 그녀는 아니라고 했다. 지금 하는 일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자기 일을 하고 싶은데, 아직 잘 모르겠단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회사 다니라고 했다. 절대 업을 놓지는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뭐가 관심이 있는지, 뭘하는지를 서로 이야기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며 아직 답을 찾지 못해서 답답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를 뛰어넘어, 계속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녀는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른다.
작가는 무슨.. 아니에요. 그랬는데도, 계속 작가님이라고 불러준다. 그러면서 힘내라고 한다. 블로그에 글 쓰는 것도, 그리고 이곳에 글 계속 쓰는 것도 응원을 해준다. 작년 겨울쯤부터 올초까지 몇번 정말 힘들어할 때, 그녀의 위로가 큰 힘이 됐다.
"저기요. 자기가 하는 작업으로 한달에 5천원이라도 꾸준히 받는거면, 성공한거래요. 그러면 계속할만한거래요. 작가님! 힘내세요."
때려치울까 하다가, 그 말 듣고
용기가 났다. 여러번 위기가 올 때마다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5천원 소리에 정신이 번쩍 났다. 볼때마다 작가님이라고 해서 참 민망하면서 또 용기가 난다. 황송한 작가님 소리는 은근히 감사하다.
그래서 나도 맨날 응원해준다. 내 블로그에 종종 놀러온다. 이곳도 알려줬는데, 들어와보더니 복잡해 보인다고 하루만에 포기했다.
그녀는 인스타툰을 연재한다. 미안한게 나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응원을 한다. 그녀는 종종 인스타툰으로 대박내기나 웹툰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가 말해준
- 수입 0원 웹툰작가 (웹툰작가의 유튜브 영상)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요즘 읽는다는 책)
"요즘 제가 재밌게 보는 웹툰 작가 유튜브가 있는데요. 원래 '달나무작업실'인가? 채널 이름이 그런데.. 채널 이름 말고, 그 분 영상 이름이 엄청나요. '수입 0원 웹툰작가'라고 하거든요."
"네? 수입 0원 웹툰작가? 대박이다. 이름 확 와닿네요."
"그렇죠? 한번 찾아보세요. 웹툰 그리시는 분인데, 수입이 0원이래요. 이쪽 업계도 힘들어서.. 그 분 작가님하고 동갑이래요. 73년생."
"아.. 저런. 그렇군요. 가서 한번 찾아볼께요."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아세요?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저희 회사 옮겼는데, 1층에 도서관이 있어요. 거기서 저도 책 빌렸거든요. 읽어보시면 공감하실꺼 같아요. 작가님도 작가로서.."
읽은 책이 별로 없는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름만 아는 작가다. 유명하다는 소설 1권은 읽어본 것 같기도 한데, 그것도 학교 다닐 때 언니가 사놓은게 책장에 보이길래 꺼내 읽었다. 책은 아마 언니가 나보다 더 많이 읽었을꺼다.
그녀에게 들은 유튜브와 책 제목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찾아봤다. 게으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하기 위해 찾아봤다.
수입 0원 웹툰작가
두어개의 영상을 봤다.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한 영상이 특히 와닿아서 소개한다. 그녀의 말대로, 웹툰작가님과 나는 출생년도 말고도 공통점이 있었다.
박아무개라고 본인을 부르는 웹툰작가님은,
자기가 어쩌다 수입0원의 웹툰작가가 됐는지를 담담하게 영상으로 풀어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모습 등을 이야기하는데.. 보고 있자니 울컥했다.
만화가가 꿈이어서, 미대에 갔다고 한다.
글은 좋은데 그림체가 별로란 소리도 들었는데,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그렸단다. 신문에 연재도 하고 책도 내고. 웹사이트에 만화를 연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좀더 넓은 곳을 경험하고 싶어, 30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강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단다. (2000년 초반에 떠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석사를 마치고, 내친김에 박사학위까지 땄다. 귀국해서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생각으로 여기저기 지원했는데, 잘 안 됐단다. 30대를 외국에서 보내고, 40(신문기사의 년도가 2012년도였다.)에 한국으로 돌아온 모양인데.. 벽이 너무 높아서, 차라리 나가지 말고 한국에서 계속 만화를 그렸다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가 됐단다.
웹툰작가님도 만화사이트나 포털에 만화를 연재하고, 여러가지 시도를 많이 하신 것 같은데...
잘 안 되었나보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그 사이트들에서도 연재를 못하게 됐다고 한다.
웹툰 시장은 1020에 맞는 컨텐츠가 대세이고, 그 취향에 맞아야 하는데 웹툰작가님은 아무래도 밀렸다고.. 그래서 유튜브에 연재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유튜브에는 일본 유학시절에 있었던 일을 소재로 만화를 그려 올린다고 한다.
유튜브에 웹툰 연재한지 10개월 가까이 수입이 0원이었단다. 그래서 수입0원 웹툰작가라며 한탄을 하다가, 일상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올렸는데.. 그게 그야말로 두달만에 '떡상'을 하게 됐다.
처음 받은 한달 수익이 2만원이었다고. (18달러) 이후에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아직 10만원(100달러)가 못 되어 출금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작업한 것이 수익이 되어 돌아옴에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했다.
꿈을 잃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어려운 작업을 해나가는 웹툰작가님을 응원한다.
https://youtu.be/Prbs4aLhmwo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그래서 저번에 도서관 갔을 때 이 책를 빌렸다.
책을 천천히 읽는 편이라, 아직 앞부분을 읽고 있다.
누구나 소설가가 될 수 있지만, 소설가로서 버티는건 보통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진입장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디든 그런가보다. 누군가 불쑥 들어오면, 일단 색안경 끼고 밀어내고 언제까지, 얼마나 버티나 두고보자. 그러는 모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떻게 30년 가까이 직업인으로서 버텼는지가 궁금하다.
잘 읽히게 잘 쓰신 것 같다. 30년이 그냥 지나간게 아닐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길을 간다는건
웹툰작가와 유명작가.
한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작업을 하는 분이고, 한 사람은 계속 오래 유명한 분이다. 마음이 가는건 전자다. 후자는 어떻게 긴 시간 작업을 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어쩌다가 내가 이곳에 와서 글을 쓰게 됐을까?
그리고 계속 쓰는게 맞는가? 아닌가? 여러가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는 이유는 나 역시도 감사한 독자님 덕분이다. 작가인 동시에 독자가 되는 곳이다. 글을 쓰며 위로를 받고, 누군가의 글에 받는 위로가 매력적인 곳. 그래서 아마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쓸 수 있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나의 길을 간다.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rDtw9bw?utm_source=user-share_Dotdl1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길을 간다는건 : 수입 0원 웹툰작가 (유튜브)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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