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비가 퍼붓던 목요일, 오후 풍경 : 3인칭 시점으로 나의 일상쓰기(2) [얼룩소 갈무리] 본문
2023년 7월 3일
제목 : 비가 퍼붓던 목요일, 오후 풍경 : 3인칭 시점으로 나의 일상쓰기(2)
자신의 일상을 3인칭으로 써보기. (2023년 6월 29일 목요일) 비가 퍼붓던 목요일, 아침 풍경에 이어지는 두번째 이야기 :
베란다에서 비구경을 하다
간신히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비가 좀 멎으려나? 시계를 흘끔흘끔 보고 있었다. 어림짐작에 10시반쯤 되면, 병원도 한산해지지 않을까? 그녀가 자주 가던 병원 풍경을 떠올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빗줄기가 점점 더 굵어졌다.
쏴아아아...
갑자기 수도꼭지 열어놓은 소리가 들리면서, 미친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가보자. 그녀는 베란다 쪽으로 달려가 방충망을 열었다. 그야말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장마는 장마지.
'불멍'이라는 말도 있던데.. 멍 때이며, 캠핑가서 모닥불 구경하는걸 두고 하는 말인가보다. 그렇다면, '비멍'이라는 말도 만들어야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 내리는걸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비내리는 풍경을 이렇게 실내에서 구경하는건 꽤 괜찮은 일이야.
비 구경하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난다.
무념무상. 그녀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베란다에 서서 비내리는걸 구경했다. 베란다는 그녀의 놀이터이자 쉼터였다. 원래는 빨래를 너는 일터이며, 각종 쓰레기를 모으는 공간이지만, 놀이터 겸 쉼터 성격이 더 강했다.
5층 집인데, 바로 손 닿을만큼 가까이에 커다란 목련나무가 있었다. 지금은 4.5층만한 크기의 나무지만, 내후년쯤이면 거의 5층만큼 커질 것 같다. 맨날 별 생각없이 내려다보던 나무였는데, 가을에 이사를 갈 예정이라 그런지 눈길이 닿는 무엇이든 소중해졌다.
비구경을 하는지, 나무구경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 서서 사진만 찍어댔다. 정성이다. 진짜. 저거저거 찍기만 하고 말려나? 아니다. 간혹 정신이 들어서, 어딘가에 글을 쓰는 것 같던데.. 오늘 찍은 것도 올릴지도 모르겠다. 사진찍고 글쓰는게 그녀에겐 베란다에서 시간 보내는 것만큼 소중한 일인듯 보였다.
https://youtu.be/Nj171XPVmnI
잠시 후 거짓말처럼 그쳤다.
한참 울던 아이가 뚝 그치듯이,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지금이야 지금.
후다닥.. 평소 그녀답지 않게 빠른 속도로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그렇다 또 비가 내릴지도 모르니, 서두르는게 나았을테지.
이틀전 딸아이와 갔던 병원에, 이번에는 혼자 들어갔다. 비가 와서였을까? 한참 복닥거릴 병원에는 환자가 없었다. 접수하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간호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남이 불러주는 자신의 이름이라니! 참 낯설다. 누구 엄마나 닉네임으로 많이 불려서, 본명이 낯설어진지 오랜데.. 병원에 오면 본명으로 불린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 저도 어제부터 아파서요. 콧물, 기침하고.. 목이 아파요."
"봅시다. ....(...)
이번에는 심하지 않으시네요. 혹시 코로나 검사나 독감 검사 필요하시나요? ("아니오.")
그러면, 제가 약을 처방해드릴께요. 상태 봅시다."
금세 진료가 끝나고, 처방전을 받아들고 약국으로 갔다. 약국에도 역시 사람이 없었다. 입맛이 없는데, 뭘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두리번거리다가, 약국 근처 피자집에 들어갔다.
만만한 고구마피자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은 그녀는 블로그앱을 켰다. 20분 걸린다는 피자가 나오기 전에 새벽에 예약발송될 글을 하나 썼다. 글 매일 쓴다고 뭐가 된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는게 그녀의 일상이 되었나보다. 좀 귀찮아도, 몇자라도 블로그에 글을 쓴다. 그래.. 그렇게 짬내서 뭔가를 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집에 와서 잔업
약국약과 피자를 들고 우산을 썼다.
빗줄기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오는 길에 바닥에 떨어지는 동그라미 방울 구경도 했다. 아이처럼 쭈그리고 앉아서 내내 구경하고 싶었지만, 뒤쫓아오는 택배아저씨의 구르마 소리에 몸을 피했다.
그녀는 가끔 저렇게 정신 놓고 애처럼 구경하는게 좋은가보다. 그래. 사람이 뭐 꼭 딱딱 맞춰서 살아야 하나? 주변 구경도 하고 그런거지. 그녀가 가끔 정신놓고 구경하거나 몰두해서 사진을 찍다보면, 괜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무말이나 건다. 남의 일에 신경쓰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가. 그냥 제발 갈길 가세요. 라고 매번 그녀는 식식대며 속으로 삭힌다.
드디어 집에 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집은 엉망진창이다. 짧은 아침, 그 찰나에 그정도로 어지르고 간 딸의 움직임에 감탄이 나온다. 휴.. 정리하고, 청소기 돌리고, 빨래 개고, 가져온 피자도 겨우 먹었다. 물도 좀 마셔가며 먹지. 참 보는 사람 답답하게 꾸역꾸역 피자를 우겨넣는 모습이 처량맞다. 힘내구랴!
금방 4시다.
맞다. 두번째 글쓰기 플랫폼에 써줄 글이 있었는데.. 시계건전지 셀프 교체방법. 사진이랑 한 폴더에 넣고, 사진 사이즈 확인한 다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쓴다고 뭐가 되진 않았지만, 나름 하루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그녀는 주중에는 꼭 한편씩의 글을 쓰려고 한다. 쓰는 동안은 아픔도 잠시 잊는 모양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4시 15분이다! 정리하고 [등록] 버튼을 눌렀다. 아쉬운지 잠시 망설인다. 오늘도 퇴고를 못했나보다. 있다가 밤이 되어, '잔업2부'가 끝나면 글을 열어 일부 내용을 수정할 것이다.
정신없던 오전과 오후를 이렇게 마무리하면서 그녀는 그날의 '잔업1부'를 마쳤다. 아참! 잔업1부와 2부의 기준은 간단하다. 등원 후 ~ 하원 전까지가 '잔업1부'이고, 하원 ~ 아이가 잠을 잠까지가 '잔업2부'다. 퇴근은 없고, 업무 종료만 있을 뿐이지만.. 잔업2부까지 마치고나면 홀가분하다.
지난주 목요일 아침부터~잔업1부까지의 시간을 3인칭 시점으로 써봤다.
원글 링크 :
https://alook.so/posts/eVtrmeq?utm_source=user-share_Dotdl1
비가 퍼붓던 목요일, 오후 풍경 : 3인칭 시점으로 나의 일상쓰기(2) by 청자몽 - 얼룩소 alookso
자신의 일상을 3인칭으로 써보기. (2023년 6월 29일 목요일) 비가 퍼붓던 목요일, 아침 풍경에 이어지는 두번째 이야기 : 베란다에서 비구경을 하다 간신히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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