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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목소리 때문에 생각난 일들 -- 이전 일들은 기억지 말며 옛적 일들도 생각지 말라.. 본문

[글]쓰기/나의 이야기

목소리 때문에 생각난 일들 -- 이전 일들은 기억지 말며 옛적 일들도 생각지 말라..

sound4u 2008. 7. 3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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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날 .. 멍하니 넋을 놓고 누군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이 또렷해졌다. 아.. 이 목소리 그러고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인데...
누군가의 목소리와 참 비슷하구나 싶었다. 누구 목소리랑 비슷하더라??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 내가 왜 그 목소리 때문에 정신이 또렷해졌는지 알게 됐다.

자그만치 10년전, IMF 당시 무척 어렵사리 어떤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그런데 나를 뽑았던 팀장님은 몇달 있다가 회사를 그만 두시게 되서 내 등뒤에 있던 팀장님 소속이 되었다.
누가 뽑은 사람인지가 중요한건가? 싶었는데 그 사람한테는 중요한 문제였나보다. 이른바 자기 line 만들기를 하시던 분이었는데 내가 어디서 굴러온 돌맹이로 생각되셨던 것.

어찌나 구박하고 서럽게 하시던지.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하고 머리도 좋고, 기술도 월등히 뛰어났는데 .. 내 생각엔 '인성'이 문제였던거 같다.
사람이 얍삽하고 괜히 줄세우기랍시고 자기가 뽑은 사람들, 자기가 왠지 친한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잘해주면서 나를 참 더럽게 미워했었다.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에서 적응해서 참 어렵게 신입사원 시절을 보내던 나는 한없이 서러웠다.

자기가 아는 것들은 자기 사람들한테는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고
아는 자들에게는 정말 치사하게 안 가르쳐주고 갈궈댔다. 정말 인성이 문제였다. 우리 회사, 같은 일 하는 팀원이면 그 사람 누가 뽑았든지 다 감싸줘야 하는거 아닐까. 그게 인지상정인데.. 참 억수로 서러웠다.


그 사람..나중에 내가 꼭 보란듯이 성공하면 그때 가서 두고보자. 하면서 이른바 '데쓰노트'에 이름 올려놨던 사람인데.

==> 참고로 이 분, 이렇게 줄세우기랍시고 나쁜 일 많이 하시다가 참 어처구니없이 퇴사하게 됐다. 그러고보니 이 분 퇴사하실때 혀를 끌끌 찼던 기억도 난다.

문제는 아무리 해도 이름이 생각나질 않았다.
이름은 고사하고 성이 뭐였는지도 생각이 안 나는거였다. 박씨였던가? 김씨였던가? 강씨였던가? 아닌데.. 이씨는 더더욱 아니고. 그래서 한 몇시간을 잠깐씩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렵사리 성만 기억이 났다. 허참.. 복수를 하려면 이름을 알아야지; 성만 알아가지고 뭘하겠어.

그러고 또 몇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잠들기 직전에 이름이 생각났다. 거의 열 몇시간 생각해서 이름이 간신히 생각났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생각해보면 그 서럽던 일도 10년도 더된 옛날 얘기가 되버린 것이다.
저멀리 기억 속에 묻어둔 얘기들이 되어서 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억지로 꺼내기도 싫은 일.. 그리고 이젠 희미해져서 왠만하면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옛날 일이 되어버린 거였다.

하긴 그 사이에 별별 사람들을 다 봐서, 그렇게 서럽게 했던 일들도 그냥 저러다 말려니.. 그렇게 치부해버리고 말 정도가 된거다. 그만큼 많은 일이 있었던거구나. 10년 세월이 토막토막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따지고보면 남한테 나쁘게 구는 사람, 함부로 하는 사람, 세상에 어쩌면 저럴 수가 있어! 싶게 하는 사람치고 안 불쌍한 사람이 없다. 게다가 그런 사람일수록 굉장히 못난 사람이다. 자기 열등감도 있고, 자기 안에서 채워지지 않으니 괜히 잘난척 하고 싶고 남에게 상처주고 그러는거였다. 옛날에는 그런걸 몰랐는데 지나고보니 그렇다.

복수의 대상이 아니고 측은하게 여겨야 하고 안됐다고 불쌍히 여겨야할 사람들인거다

사회라는 이익집단에서 만났으니 그렇게 험악하게 굴었지, 나와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본 사람들이었으면 그렇게 하지도 못했을텐데.. 어쨌든 그런 중에 서럽고 힘들었던 옛날에 나를 생각하면 짠하고 마음이 안 좋지만 이제 고만 잊어도 상관없는 옛날일이 되었다. '타산지석' 삼아야할 소중한 교보재이기도 하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그런.. 저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 죽인다. 이런 교훈이 되는.


목소리 주인공 이름 생각하느라 열 몇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잠깐 과거를 떠올리는 좋은 기회였다.
솔직히는 좀 황당하기는 했다. 이제.. 많이 잊었구나. 안 좋았던 과거들.. 일부러 꺼내지 않으면 생각도 안나게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잖아.

==> 그리고 위에 말한 '데스노트' 없애버렸다. 그 모든 나쁜 사람들을 한꺼번에 압축해놓은듯한 사람을 보게되서, 아예 다 없애버렸다. 그렇지만 역시 '시간이 약'인듯. 그 녀석도 용서했다. 따지고보면 불쌍한 놈이고 해서.. 어여삐 여기기로 했다. 어떤 대상을 향한 미움과 분노를 고스란히 품고있으면 다치는 사람은 바로 나다. 잊어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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