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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기억 속에 멜로디 나를 깨우고 가"... (오태호의 "기억 속 멜로디"라는 노래 중에 한 토막을 제목으로 인용합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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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 멜로디 나를 깨우고 가"... (오태호의 "기억 속 멜로디"라는 노래 중에 한 토막을 제목으로 인용합니다)

sound4u 2011. 9. 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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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틀째 해 한쪼가리 보지 못한채 회색 구름 가득한 하늘만 보고 있다. 흐득흐득 비오고 찬바람 분다. 끝여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시리 초겨울 느낌까지 난다. 아마 나뭇가지에 초록잎마저 없었다면 "그래 겨울이네"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낼모레 추석이라는데 그럼 아직 여름인거 맞겠지 싶다.
한국하고 13시간인가? 시차가 있지만 위도상으로 비슷한 곳에 있어, 날씨가 엇비슷하다. 추석 지나면 정말 훅.. 하니 날씨가 한방에 가버리겠지. 정말 추워질까 두렵긴 하다.


어제 그 빗속에 집에 오는데, 라디오에서 문득 "Say you, say me"라는 참 오랜만에 듣는 옛날 노래가 나왔다. "Say you, say me".. 아.. 나 이 노래에 관한 사연이 있어. 라고 옆에 아저씨한테 말해줬다.

중학교때 우리 학교는 좀 특별한 그룹 활동이 있었다. 한반에 10명이서 한 조가 되는거였다. 보통 한반에 60명씩 있었으니까(하하.. 나 구세대임. 지금은 한반에 30명 정도라고 들었다), 6개 정도의 조가 있었다. 조에는 '조 일기장'이 있어서 돌아가면서 일기를 써야했다. 

일기 중에 이런 일기가 있었다. 

"어제밤에 이문세 아저씨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 'Say you, say me'라는 팝송을 들었다. 가사가 참 좋다."

영어에 관심이 많던 아이의 일기였는데, 가사 적어놓은거보고 부러웠다. 25년 가까이 오래전 이야기인데, 그때 그 일기랑 그걸 읽던 여중생인 내가 문득 생각이 났다. 그때 공책에 적어놓고 나눴던 대화들도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날도 춥고 마음이 살짝 쓸쓸해질뻔 했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하나가 고구마 줄거리처럼 기억 저편에 있던, 아득한 옛날을 불쓱 끄집어냈다.


- 여중생이었던 나 (나한테도 그런 꽃같은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 그렇지)
- 이문세 아저씨의 "별이 빛나는 밤에" ㅎㅎㅎ(언제쩍 이야기람)
- 밤에 듣던 라디오
- 라디오 들으며 작업하던 것, 글쓰던 것
- 글쓰다가 밤이 샌줄도 모르고 맞았던 아침 
- 프로그래머랍시고 깝죽깝죽 뭘 좀 해보겠다고 덤비는데 일은 잘 안풀리고 속만 타면서 듣던 음악들 
-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밖에 풀벌레 소리에 귀기울이며 상상의 나래를 펴던 때도 생각나고


노래가 좋다. 사연이 있는 노래도 좋고, 어떤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도 음악도 참 좋다. 

그리고 어제 무엇보다도 좋았던건,
아직 내 안에는 정말 많은 소리가.. 이야기가 남아있다는걸 일깨워주고 갔다. 
그렇구나. 이야기가 죽지 않고 남아 있었던거구나.

내 손목이 꺽인게 아니고, 그냥 꽉 주먹만 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 한켠이 뻐근해지는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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