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청자몽의 하루

시를 마음으로 읽다 - 마종기 시인 본문

[글]읽기/책 읽기

시를 마음으로 읽다 - 마종기 시인

sound4u 2011. 11. 30. 00:10
반응형
마종기 시인의 시를 처음 접했던건 대학교때였다.
'현대 시의 이해' 시간이었던가? '현대 문학의 이해'시간이었던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시를 읽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때 처음 보게 되었다.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라는 시집에 나오는 시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때 나는 시는 '짧은 글' 정도로만 느껴져서
발표하거나 과제하기 위해 읽는게 고작이었다.
시를 읽어도 별 감흥조차 없었다.

이 분의 시 역시도 그냥 읽었다. 제목이 특이해서 기억하는 정도..

(학교 졸업하고 전공과 다른 일을 하고
시간이 흐른 후,
남의 나라에 있다.)


몇년전 한국에 갔을때, 대학교때 읽던 시집들이 책장에 꽂혀있길래
무심결에 집어서 책장을 넘겼다.


몇년만에 다시 읽는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창작과 비평"사의 샛누런 표지
90년대 중반의 인쇄물(종이에 글자가 꾹꾹 박힌)들의 촌스런 느낌
시간이 지나서 노랗게 변한 종이장의 시집을 찬찬히 넘기다가
깜짝 놀랐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일반 사물대하듯 느낌없이 대했던 시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 사이에 시간도 흘렀지만,
남의 나라와서 느낀 여러 감정이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긴 시가
가슴을 울린거 같다.
비슷한 상황에서 느끼는 아련한 감정을 읽을 수 있게된거다.

시란게 참 아름다운 것이구나
새삼 감동했다.


철이 참 늦게 드네.
남들은 대학다닐때 감동했을 시가
20년 가까이 지나서야 느껴지다니..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외롭다.
그 이상의 쓸쓸함이 어떤건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참 감사해야할게 많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철 좀 들라고 나와보게 됐나보다.


  마종기 시인에 관한 기사 (마종기 시인은 마해송 작가님의 아들이다.)
http://www.donga.com/docs/magazine/news_plus/news175/np175ii010.html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의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 폴이라는 가수가 서로 주고받은 편지가 책으로 나왔다는 기사도 본적이 있다.
어쩌면 사람이 교류하는데 '물리적인 거리'보다는 '마음의 거리'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예전에 생각없이 해야했던 많은 일들이
어느 순간 머리속에서 퍼즐조각 맞춰지듯이 일렬로 맞춰지면서
그때 그 일은 이래서 있었던거고,
그래서 했어야 했구나!

무릎을 치게될때가 많아졌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게 되든, 무슨 말을 하고 쓰게 되든
하나도 소홀히 하지 말고
소중히 귀하게 해야겠다.

세상에 '그냥'이란건 없더군요.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그걸 빨리 깨닫느냐, 늦게 알게되느냐 차이가 있겠지만..


좋아하지도 않는걸 전공하고
별로 관심도 없는 컴퓨터 공부를 하면서 자격증 따고
역시 별로 내키지 않는 어떤 일들을 한 것 등등..

그런게 시간이 지나서 다 이유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을때라니!!!


보면 좋아서 한일 보다는
별로 내키지 않고, 이거 왜해?? 하면서 투덜거리면서 해야했던 일들이
나중에 중요한 이유가 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았던거 같다.

역시 감사하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