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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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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나의 이야기

"베이비 샤워" 선물용 분홍 곰돌이, 12년전 미리 받은 선물(2005년)

sound4u 2017. 10. 1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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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샤워" 선물용 분홍 곰돌이, 12년전 미리 받은 선물(2005년)



2005년 미국에서 살때 일이다. 


한참 운전면허를 따려고 연습 중이었던 나는, 남편에게 수모(?)를 당하면서 영업 끝난 넓은 마트 주차장에서 운전 주행 연습을 했다. 남들 20살때 면허 딸때 콧방귀를 뀌면서 "장농 면허로 모셔놓을껄 왜 따나?"했었는데.. 미국에선 그게 필수였다. 신분증이 면허증이었으니까...


면허증이 없어서 "임시 면허증"을 들고 다니면서 조만간 따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필기는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를 외우면 되는데, 문제는 주행 시험이었다. 연습만이 답이었다. 운전은 남편한테 배우면 안 된다는데, 따로 선생님께 배우기도 뭣해서 할 수 없이 부부싸움 감수하며 운전을 배우던 중이었다. 여러번의 연습과 싸움이 함께 하던 나날이었다. 기계(자동차)는 내 맘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운전으로 나도 남편도 같이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연습을 무사히 마쳤던 것 같다. 아니면 운전하다가 대판 싸웠던지..
희미한 기억 속에... 아무튼 연습하고 다음 날인가? 마트에 갔는데 예쁜 분홍색 곰돌이 인형이 있었다. 남편은 나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곰돌이 인형을 사줬다. 



"이거 '베이비 샤워' 때 선물로 주는 곰돌이 같은데. It's Girl!(여자 아이) 이라고 써있잖아요?"

(참고로 남자 아이용 선물은 It's Boy!라고 써있었다.)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곰돌이가 예뻐서 집에 들고 왔다. 집에 놀러왔던 Ted도 약간 어눌한 한국말로 얘기해줬다.


"이거 '베이비 샤워'때 주는 선물이야."


라고 했다. 


"알고 있어 Ted. 그래도 예뻐서 산거야. 운전 연습 잘 했다고 남편이 선물로 준거라구."


운전 연습도 연습이지만, 면허증 따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그해 가을 2005년 11월에 면허증을 땄다. 그때 '반드시 따야겠다' 결심하고 어렵게 딴 면허증은 그 다음해 유용하게 사용하게 됐다. 2006년 하반기에 나혼자 6개월간 덜덜 떨면서 운전을 하고 다닐 일이 생겼으니 말이다. 2005년 당시에는 왜 내가 갑자기? 운전면허증을 따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는지 몰랐는데, 그 다음해 봄에 알게 됐다. 그래서 놀랐던 기억이 났다.

곰돌이 인형은 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살았다. 2012년에 귀국하면서, 아니 어쩌면 그 전에 이사를 하면서 분홍 곰돌이를 정리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12년이 훌쩍 지나, 어느덧 2017년이 됐다.


그때 받았던 분홍 곰돌이의 존재를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진 삭제하느라 깔아놓은 싸이월드앱에서 'Today History'라고 뜬 글에서 분홍 곰돌이를 보고! 예전 생각이 났다. 어렵사리 운전 면허 땄던 기억과 연습 열심히 했다고 받았던 선물. 그것도 분홍 곰돌이.


사람이 어느날 문득!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거나 어떤 일이 갑자기 진행된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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