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청자몽의 하루

[3]저의 '코로나 확진기'(2021년 8월초) : 엄마 안녕/ 병원생활/ 전우애 가족/ 자존감과 분노에 관하여 [얼룩소 갈무리] 본문

얼룩소갈무리

[3]저의 '코로나 확진기'(2021년 8월초) : 엄마 안녕/ 병원생활/ 전우애 가족/ 자존감과 분노에 관하여 [얼룩소 갈무리]

sound4u 2022. 9. 4. 00:00
반응형
얼룩소에 쓴 글을 갈무리합니다.
2022.07.27
 
[3]저의 '코로나 확진기'(2021년 8월초) : 엄마 안녕/ 병원생활/ 전우애 가족/ 자존감과 분노에 관하여
코로나는 사실 '독한 감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른 시기(2021.08)에 앓은 독한 감기 때문에 '지독한 마음의 독감'을 앓아야 했습니다.
잊기 위해, 다시금 새기기 위해 한번 더 적습니다.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




엄마 안녕

2021년 8월초, 역학조사관의 전화를 받고 병원 갈 준비를 했습니다. 기저질환(심비대증과 고혈압)이 있어서 앰블런스 타고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먼저 전화가 왔어요. 병원 관계자는 필요한 물품 준비물을 문자로 보내주셨어요. 그거 보고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구청에서 하얀옷 입은 분들이 오셔서, 집안을 소독했습니다. 가신 다음에 마른 수건으로 소독약을 닦고, 그릇이랑 부엌 살림을 씻어놓았습니다.

다행이 해가 지기전에 앰블런스가 집앞에 거의 다왔으니, 계단으로 내려오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큰 가방을 들고, 아이와 아빠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잘 지내. 안녕...
후다닥 문을 닫고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5층 살아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앰블란스에 막 올라타는데 머리 위에서 아이가 조용히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안녕. 엄마.. 안녕."


올려다보니, 아빠랑 아이가 베란다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1년 전 이야기인데도, 다시 적으려니 눈물이 많이 납니다.)
앰블런스 문을 쾅 닫고, 병원 도착할 때까지 엉엉.. 울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서웠습니다. 혹시 나 때문에 확진되면 어떻게 하나. 그리고 살림살이 위치며 하나도 모르는 남편이 어떻게 아이를 먹이고, 집안일을 할지.. 등등.
나 아픈건 어떻게 되는지. 너무 무섭고 복받혀서 계속 울기만 했습니다.

다시 생각만 해도... 너무 아프네요.





 
병원생활
몸이 좀 많이 아파서 그렇지 있을만 했습니다. 그때는 옆에 환우들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만요.
 
상태가 아주 많이 나쁜건 아니었어서, 병원은 있을만 했습니다. 음압기(찌잉.. 소리 심하게 내는 기계)가 내는 소리에 24시간 노출되니, 귀가 잘 안 들리더라구요. 나중에.

그리고 같은 바이러스 확진자라고 4명이 한 병실에 있어서, 24시간 마스크 쓰고 있어야 했던게 좀 불편했어요. 귀가 너무 아프더라구요.

해열제를 계속 먹으니, 간수치가 올라갔어요. 간도 안 좋은 편이라.. 나중에는 우루사도 먹었습니다.

피로도가 누적되어서 그런지, 일부 간호사분들이나 청소와 식사 전달 등등을 해주시는 분이 엄청 힘들어 하셨어요. 짜증도 많이 내시고. 안 오시고. 나중에 오시거나.. 왜 아니었겠어요. 2년째였는데. 그때가 확진자 1800명이었을 땐데도 그랬는데, 올해초 확진자 64만 이럴 때는 어떠셨을까요.

밥은 그냥저냥 먹을만 했는데, 집과 가족 걱정하느라 체해서 퇴원하기 전 며칠동안은 죽만 먹었습니다. 10일이 길더라구요.


 
전우애 가족
먼저 확진됐던.. 제가 먼저 퇴원해서 빈집에 들어왔습니다.
아이와 남편은 제가 병원에 입원하고, 일주일 뒤에 보건소에 가서 pcr검사를 다시 받고 확진이 되었습니다.

제가 병원 간 후 이틀 뒤에 아이가 이틀 열이 났었다고 해요. 남편은 아이 아프고 그 다음날 몸살 감기 기운이 심했구요.

남편이 살림살이 위치를 하나도 몰라서 계속 카톡으로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메모도 적어서 카톡게시판에 올려줬어요.

 
 
메모를 적어서 계속 공유해줬어요.

 


의사선생님께 질문도 많이 하고, 공유했어요.
남편은 집이 지저분하다, 정리가 안 됐다. 물건을 이따위로 쌓아두냐고 짜증을 많이 냈어요. 나중에 생활보호센터로 간 후에는 전화도 안하더라구요.

저도 많이 아팠던 때라, 엄청 서운하고 화가 많이 났어요. 그때는 그랬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해가 가더라구요. 얼마나 힘들면 그랬을까? 갑자기 살림에 독박육아까지.. 게다가 밖에도 못 나가고. 많이 답답했을 것 같습니다.
저를 많이 원망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회사가면.. 이라는 '가정법 미래'도 두려웠을 것 같구요. 실제로 1호 확진자라, 왕따를 심하게 당했다고 해요.

제가 먼저 집에 돌아왔고, 5일 뒤에 남편과 아이가 생활보호센터에서 퇴소하고 돌아왔어요. 
우리 부부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어렵사리 화해 비슷하게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고생 많았다고 격려를 했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아이도 많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전투를 치루고난 다음 생긴다는 '전우애'가 생기는 순간이었어요.



 
자존감과 분노에 관하여

'나의 잘못'이 아닌 일로 갑자기 생활이 확 바뀌게 되니, 화가 많이 났습니다. 아파서 아픈건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아픈건지 헛갈릴 정도였어요. 평소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내 안에 분노와 마주하니 당황하게 됐습니다.

코로나 초기에, 확진된 여자분이 삼성동에서 막 소리지르고 난동부렸다고 할 때 혀를 끌끌 찼었는데.. 이해가 갈 정도였어요.
무슨 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볼 때,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하게되면 무턱대로 왜 저래? 할게 아니라, 좀더 들여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병원에 있을 때와 퇴원하고서는 계속 '트라우마 치료' 관련 문자가 왔습니다. 저만 고통 받는게 아니었나보더라구요.


평소였으면 별게 아니었을 것 같은 질문들도 '내가 확진됐다고 우습게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단적인 상황에서 나를 지키는게 대단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지나갔고, 이제는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꺼내놓고보니 다시 울컥하게 되네요.
무서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3년째 하고 있는 우리들을, 응원합니다! 
 
 

얼룩소 원글 :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