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김광석', 이름 석자만 봐도 아련해집니다./ 11개의 김광석 관련 에피소드 [얼룩소 갈무리] 본문
얼룩소에 쓴 글을 갈무리합니다.
2022.10.20
제목 : '김광석', 이름 석자만 봐도 아련해집니다./ 11개의 김광석 관련 에피소드
하도 소극장 공연을 많이 해서 '또해 아저씨'라는 별명이 있다던 가수 김광석님이 생각납니다. 늦은 밤 DJ를 했던 라디오 방송도 생각나구요.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아련해지는 이름, 김광석
김광석님은 참 신기합니다. 부르셨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고, 스르르 옛날 어느 때즈음인가를 떠오르게 해요. 그리고 듣고나면 하.. 참. 뭔가 애잔해집니다. 그냥 '김광석'이라는 이름만 봐도 짠한 감정이 올라와요. 뭔 사람이 그래. 아니 뭔 노래가 다 그러냐구. 가사가 다 시에요. 그냥 시가 아니고, 마음을 움직이는 시. 저에게 김광석님은 시를 노래하는 사람이었어요.
01
'다시 부르기' 테이프를 사다
김광석을 언제 처음 알았을까? 생각해보니,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일어나'였던가? 그 노래를 듣고 너무 좋아서, 이거 누가 부른거야? 했더니 '김광석'이라는 가수가 부른거랍니다. 아.. 그래. 하고 그때 이름을 알았어요.
'다시 부르기'라는 앨범을 테이프로 샀습니다. 듣고 너무 좋아서, 다시 부르기1과 다시 부르기2를 샀습니다. 저도 테이프 늘어지게 들었어요.
02
'거리에서'를 잘 부르던 친구가 있었어요
노래를 정말 잘하는 여자애였는데, '거리에서'를 정말 잘 불렀어요. 바이브레이션이라고 해야 하나. 떨림 파트가 정말 예술이었어요. 노래방 가면 맨날 '거리에서'를 불러달라고 했어요.
지금도 '거리에서'를 들으면, 그 친구의 여자버전 '거리에서'도 생각나요.
03
축제때 오신 적이 있어요
축제 때 김광석님이 오셨어요. 늦은 시간이었는데, 굉장히 쓸쓸하게 앉아계시다가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시더라구요. 그런데 따로 멘트도 안하시고 줄창 노래'만' 계속 불렀어요.
왜 다른 말은 안하고 노래만 계속 하지? 말도 좀 하지. 그러면서 가까운 곳에서 듣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노래가 무척 쓸쓸했던 기억이 나요. 쌀쌀했던 그날의 밤바람이 생각났어요.
04
라디오 DJ 하시는 방송을 듣다
불교방송국에서 하는 음악방송이었는데, 자정 무렵에 했어요. 우연히 라디오 채널 돌리다가 김광석님이 그 방송 DJ를 하는걸 알고 들었어요. 노래하는 목소리랑 평소 말하는 목소리랑 같았어요. 고민 상담해주시는거 듣고, 위로 받을 때가 많았어요. 일부러 밤에 불을 끄고, 이어폰 꽂고 방송을 들었어요. 창문 열고.. 밖에 내다보면서요. 당시 저도 한참 고민 많을 20대였거든요. 훤히 달이라도 뜬 날이면, 좋으면서 쓸쓸한 기분이 들었어요. 광석이 아저씨의 말씀에 위로 받으며 하루를 마감했던 시절이었어요.
05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언제 한번 공연을 가봐야지. 하면서 문득 용돈을 조금씩 떼어 모으고 있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됐어요. 정말 큰 충격이었어요. 아는 사람도 아닌데, 한때 매일 목소리 듣던 분이 그렇게 됐다고 하니 멍하더라구요.
06
추모 공연을 갔어요
친하게 지내던 동료 가수분들이 모여, 생전 고인이 부르던 노래를 부르는 추모공연에 갔어요. 갔더니 더 생각나더라구요. 그래도 추모 공연이라도 가긴 간건데.. 왜 좀더 일찍 가지 못했을까 아쉽더라구요.
돌아가시고 몇년 지나고 간건데도, 동료 가수분들이 노래 부르다가 우시더라구요.
07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광석이는...
'공동경비구역 JSA'에 북측 군인으로 나오는 송강호가 김광석 노래를 남측 군인들과 들으면서 한탄하는 장면이 나와요.
광석이는 왜 이렇게 일찍 갔을까? 노래도 이렇게 잘하면서.. 아쉽다. 그러게요. 왜 그러셨을까요. 라고 영화 보던 중에 속으로 맞장구를 쳤어요.
영화 끝나고 커다란 극장에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던 김광석님의 노래가 생각이 나요.
08
결혼 10주년을 멋지게 해준,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2013년 결혼 10주년이 되던 해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뮤지컬을 보러 갔어요. 김광석님 노래로 만든 뮤지컬이었어요. 공연내내 노래 따라부르며 흥겹게 즐기다가 왔어요. 티켓인가 공연안내 종이던가에 보니 재밌는 이벤트가 있었어요.
홈페이지에 사연 올려서 당첨이 되면, 무료초대 티켓도 주고, 무대에서 노래 부를 기회를 준다는거였어요. 신청했는데 당첨이 됐어요. 그래서 '초대 티켓'을 받아서 다시 공연 보러 갔어요. MR없이 그냥 생노래로 '거리에서'를 불렀습니다.
'결혼 10주년인데 선물로 준비한게 없다. 이 이벤트 당첨되서 남편한테 노래 부르는 모습 보여주고 싶다'는 사연을 적었던거에요. 덕분에 엄청 멋진 결혼 10주년 이벤트를 할 수 있었어요.
09
뮤지컬 '그날들' 무료티켓은 양보를...
김광석님 노래로 만든 뮤지컬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 말고 '그날들'이 있어요. 은행에서 '그날들' 티켓을 무료로 준다고 해서, 응모를 했는데 당첨이 됐어요. 그런데 하필 공연날 부산에 결혼식이 있어서, 표를 남편회사 동료에게 양보해줬어요.
그러고보니 결혼 관련 에피소드가 2개나 되네요.
10
로이킴 '봄봄봄'과 요조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한참 표절 시비로 시끄러웠던 로이킴의 '봄봄봄' 덕분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꺼내어 여러번 들었습니다.
요조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처럼 김광석님 노래를 다시 부르는 분들도 많던데...
원곡이 주는 분위기를 능가하기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11
60이 멀지 않았는데..
아직 저는 덜 자란 어른 같네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가사가 슬퍼요. 알콩달콩 예뻤던 신혼 부부가 어느새 나이를 먹게 되고, 아이들 결혼도 시키고, 사별하게 되고...
60대에는 그런 모습이 일반적이어야 할 것 같은데.. 60이 멀지 않은 저는, 아이를 늦게 낳은 탓에 아직 아이가 6살이네요. 10년 후에 중학생일거라.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합니다.
체감 나이가 예전에 비해 10년은 더 젊다고 하던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60이 멀지 않은데 너무한건가 싶습니다. 나이 먹는다고 철이 들고 어른이 되는건 아닌가 봅니다. 잘 살아야죠.
'서른즈음'이라는 곡이 와닿았던건 마흔이 되서였어요. 서러운 서른살을 마흔즈음에 느꼈던 생각도 납니다.
쓰다보니 김광석님의 여러 노래가 맴돕니다.
내일은 오랜만에 몇곡 찾아 들어봐야겠어요. 잔업할 때 노동요로 틀어놓고 따라 불러보렵니다. '나의 노래'와 '일어나' 등...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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