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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몽의 하루
매미소리와 1년전 일/ 트라우마의 강을 건너다/ "다섯장으로 된 짧은 자서전"과 함께 [얼룩소 갈무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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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소에 쓴 글을 갈무리합니다.
2022.08.21
매미소리와 1년전 일/ 트라우마의 강을 건너다/ "다섯장으로 된 짧은 자서전"과 함께
귀를 찢을 듯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문득 1년전 일을 떠올립니다.
어떤 아픈 일을 다 잊는데는 시간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아니.. 어쩌면 어떤건 절대 잊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1년전 일을 떠올립니다.
어떤 아픈 일을 다 잊는데는 시간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아니.. 어쩌면 어떤건 절대 잊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미소리
죽은건가봐요. 모래놀이터에 누워있던 매미매미소리가 귀를 찢을 것 같이 우렁차게 들리는 요즘입니다. 8월 중하순을 지나가니, 매미들의 합창 소리는 더더욱 크게 들립니다.
예전같으면 별 신경쓰지 않았을껍니다.
그저.. 한여름이니까, 좀 시끄럽네 정도의 느낌.
그런데 작년 그 일 있고서는, 매미소리가 시작될 때부터 굉장히 잘 들립니다. 울음소리가 또렷하게 귀에 박힙니다.
예전같으면 별 신경쓰지 않았을껍니다.
그저.. 한여름이니까, 좀 시끄럽네 정도의 느낌.
그런데 작년 그 일 있고서는, 매미소리가 시작될 때부터 굉장히 잘 들립니다. 울음소리가 또렷하게 귀에 박힙니다.
매미는 굼벵이로 7년 살다가 매미로 7일을 살고 죽는답니다.
전에 드라마 <청춘시대2>에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를 보고, 매미가 치열한 7일을 살고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더불어 굼벵이가 매미가 되기 위해 사는걸까? 아니면 굼벵이 시절이 더 행복했을까? 7년의 의미는 무얼까?를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듣고보니 매미가 귀를 찢어지게 울 만 하더라구요.
1년 전의 일
2021년 8월초 코로나 확진 전화를 받고, 황급히 마스크를 쓰고 방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창문을 열었습니다. 내가 코로나라니..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섭고 벌벌 떨리고 눈물이 났습니다.
당시 하루 확진자 1,800명 정도였고, 전 국민의 1%가 코로나에 간염됐던 때였습니다. 기저질환이 있는 저는 앰블란스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었구요.
8월초라 한참 더운 때였습니다. 창문을 활짝 여니, 더위와 함께 매미소리가 크게, 아주 크게 들렸습니다. 매미소리가 이렇게 컸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되어 고비를 넘기고 10일 후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 중에 저 때문에 간염된 남편과 아이는 생활보호센터로 이송이 되었구요.
염치없이..
저혼자 빈집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덩그러니 거실에 앉아서, 엉엉.. 큰소리로 울었습니다. 미안하고 서럽고 복받쳐서요.
한참을 땀흘리며 울다가 정신차리고 집안 창문을 열었습니다. 8월 중순, 쏟아질듯 매미소리가 들어왔습니다. 넋놓고 베란다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흘렀습니다.
트라우마의 강을 건너다
매미울음소리가 본격적으로 들리기 직전에, 1년전에 있었던 코로나 확진기를 썼습니다.
당시도 아팠지만, 다시 떠올리니 또 아프더라구요.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봅니다.
달라진게 있다면,
당시에 참을 수 없이 힘들게 했던 것들은 이젠 덜 생각난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면, 유치원과의 갈등, 일부 죄책감, 자존감 하락, 내 속의 분노 등등.. 그런건 희미해졌다는거에요.
아이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했고,
가족이 나때문에 고통을 당해야했던 부분은 아직도 떠올리면 아프더라구요.
대신 그 당시는 몰랐던 고마운 것들이 생각났어요. 국가에서 지불한 병원비와 나중에 신청해서 받은 국가지원금 그리고 덕분에 더더 신경쓰고 조심하며 다니게 된 부분 등등..
당시에는 그것까지 생각 못했는데, 돌아보니 감사하더라구요.
유치원과의 갈등도 이젠 아예 생각도 나지 않구요. 그땐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한동안 앰블런스 소리만 나도 눈물이 고이곤 했습니다. 외상 후 휴우증. 그런건가? 싶었어요. 그러다가 올해초 하루종일 앰블런스 소리가 들려댈 때즈음에 눈물 고임 증상은 사라졌습니다.
아마.. 내년 이맘때 다시 온세상이 매미소리로 가득해지면, 확진 경험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내후년에도 또 그럴지도 모르구요.
심하게 아팠던 부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아프지 않게, 그리고 그로인해 좋았던 부분도 같이 떠올려볼 생각입니다.
트라우마의 강을 건너며...
당시도 아팠지만, 다시 떠올리니 또 아프더라구요.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봅니다.
달라진게 있다면,
당시에 참을 수 없이 힘들게 했던 것들은 이젠 덜 생각난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면, 유치원과의 갈등, 일부 죄책감, 자존감 하락, 내 속의 분노 등등.. 그런건 희미해졌다는거에요.
아이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했고,
가족이 나때문에 고통을 당해야했던 부분은 아직도 떠올리면 아프더라구요.
대신 그 당시는 몰랐던 고마운 것들이 생각났어요. 국가에서 지불한 병원비와 나중에 신청해서 받은 국가지원금 그리고 덕분에 더더 신경쓰고 조심하며 다니게 된 부분 등등..
당시에는 그것까지 생각 못했는데, 돌아보니 감사하더라구요.
유치원과의 갈등도 이젠 아예 생각도 나지 않구요. 그땐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한동안 앰블런스 소리만 나도 눈물이 고이곤 했습니다. 외상 후 휴우증. 그런건가? 싶었어요. 그러다가 올해초 하루종일 앰블런스 소리가 들려댈 때즈음에 눈물 고임 증상은 사라졌습니다.
아마.. 내년 이맘때 다시 온세상이 매미소리로 가득해지면, 확진 경험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내후년에도 또 그럴지도 모르구요.
심하게 아팠던 부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아프지 않게, 그리고 그로인해 좋았던 부분도 같이 떠올려볼 생각입니다.
트라우마의 강을 건너며...
다섯장으로 된 짧은 자서전
1.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덩이가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구덩이에서 빠져 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덩이가 있었다.
난 그걸 못본 체했다. 난 다시 그곳에 빠졌다.
똑같은 장소에 또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빠져 나오는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3.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덩이가 있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그곳에서 언른 빠져나왔다.
4.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깊은 구덩이가 있었다.
난 그 구덩이를 돌아서 지나갔다.
5.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 포르티아 넬슨 -
<무지개의 원리> 중에서
https://sound4u.tistory.com/2341
얼룩소 원글 :
https://alook.so/posts/70tvJ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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