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의 하루
린지 이야기2 : 1인칭 고양이 시점으로 글쓰기(2) [얼룩소 갈무리] 본문
2023년 7월 4일
제목 : 린지 이야기2 : 1인칭 고양이 시점으로 글쓰기(2)
묘설. 1인칭 고양이 시점으로 글쓰기 두번째 이야기. (2006년 9월 일주일간 함께 했던)린지 이야기의 후편이다.
2006년 9월 일주일간 함께 했던 '린지'
17년전 이야기다.
뭐야 뭐야! 다들 내 이야기 궁금했어?!!!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빛나는 미모에 반해버린 것이지. 내가 한 미모하잖어. 누나 개발자 얘기말고, 내 이야기를 더 궁금해할 줄 알았어. 암.. 그렇구말구. 하긴 쳇바퀴 돌아가듯 매일 똑같은 아줌마의 일상이야기가 재밌을리 없잖아.
다시 말해둘게 있어.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는 장장 17년전인 2006년의 이야기야. 오래 전이지? 벌써 20년 가까이 된줄 몰랐다니까!!!
사실 내가 영어로 말했을지도 몰라. 왜냐면 나는 미쿡 사는 미쿡고양이였으니까. 오빠 집사나 잠깐 봐준 누나 개발자가 한국 사람인거구. 누나 개발자도 6년전에 은퇴했다며? 당시에는 30대 중반에 젊은 여자였다니까. 쯔쯔쯔..
하던 얘기 마저 해볼께.
아참 그러고 난? 난 어떻게 됐는지, 밑에 쓸꺼야. 일단 하던 얘기나 마무리 지을꺼야옹.
누나 개발자의 2006년 9월
오해하지 말어.
난 암코양인데, 오빠 집사가 '누나 개발자'라고 불러서.. 나도 아줌마를 누나 개발자라고 하는거야. 오케이? 여기까지 이해됐지?
누나 개발자는 원래 남편 개발자하고 같이 동부로 이사를 왔댔어. 그런데, 남편 개발자가 향수병 + 알러지가 심해지면서 너무 아파버린거야. 그래서 미국 삶을 정리하기로 한거지. 그래서 누나 개발자보고 미쿡 회사 일을 6개월 안에 마무리 정리하고, 한국에 오라고 하면서.. 혼자 봄에 한국에 가버린거야.
누나 개발자한테 지도 6장 그려주고.
누나 개발자가 2005년에 간신히 딴 운전면허증이 있었는데, 운전을 겨우 하는거야. 그런데 반드시 갈곳 6군데를 갈 수 있게 지도를 그려준거지. 당시에 네비게이션도 없고. 그냥 지도 가지고 운전하던 때야. 황당하지!
새가슴인 누나는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운전이라는걸 하고 다니긴 했어. 듣기만해도 살 떨린다. 뭔 배짱이야? 어휴.. 미국은 주유도 셀프고, 세차도 셀프잖아. 그런거도 혼자했대. 6군데 빼고는 운전 안한거야. 자기는 못 다니니까, 필요하면 데릴러 오시라고 하고. 그러고 살았대.
그래서 오빠 집사가 나를 이동장에 넣어서 짐 싸들고 간거잖아. 이 얘긴 나도 오빠 집사가 다른 사람한테 하던 얘기를 들어서 안거라니까.
당시 누나 개발자는 과연 6개월 안에 정리를 하고 미국을 뜨는게 맞는지, 아니면 남편 개발자보고 다시 미국으로 들어오라고 하는게 맞는지 고민하던 중이랬어. 그러니까 심리적으로 약간 불안한 상태라더군. 그래니 겸사겸사 따뜻한 온기를 가진 내가 도움이 될꺼라고, 오빠 집사가 억지로 나를 그 집에 맡긴거잖아.
암튼 이래저래 누나도 머리 아프겠다 싶더라.
야옹. 몰라몰라. 그건 누나 개발자 사정이고, 난 오빠 집사가 보고 싶었어.
일주일간의 살벌한 동거
그런데 누나 개발자는 뭘 한참 모르더라.
고양이 털이 억수로 날리잖아. 청소기 돌리면서 투덜투덜댔어. 뭔 털로 인형 만들어도 되겠어. 이거봐. 공이 됐잖아! 헐.. 고양이 털 날리는거 첨봐? 쳇.
그리고 그 집 거실에 길쭉한 맛있게 생긴 화분이 있어서 한입 먹다가, 딱 걸려서 궁딩이를 씨게 맞았지 뭐야. 완벽했는데, 내 입에 잎사귀 흔적이 남아서.. 흑. 오빠 보고 싶다. 억울해.
모래도 때되면 치워줘야지.
내가 응가하고 덮어놨어도 너무 더러운데, 모르고 냅두더라? 그래서 한판 엎었잖아. 큭큭큭. 그날도 또 혼났어. 이렇게 할라면 너네 집에 가라고 소리 지르던데? 아오. 운전도 못하면서, 밤에 덜덜 떨며 편의점 가서 모래 사오긴 했어. 짠하더구만. 내가 더러운거 못 참잖아. 할 수 없지.
누나 개발자는 생긴건 꼭 치와와 같이 생겨가지고, 흥 맘에 안 들어. 눈치도 없어. 내가 꾹 참고, 퇴근하고 들어온 누나 개발자를 반기면서 문앞에서 "왔냐옹?" 하고 살랑거리다가 배 까뒤집었는데 헉.. 놀라더라. "야, 너 어디 아퍼? 니네 오빠한테 전화해볼까? 뭐냐?"
그러다가 내가 눈치 주니까, 아.. 쓰다듬어달란 말인가? 하더니 그제야 쓰다듬어 주더라구. 눈치 진짜 없어. 가르릉.. 좋다고 소리내니까, 헉.. 하더니 저쪽으로 가버리대. 하긴 이런거 첨 보니까 당황한건가?
고양이는 머리만 들어가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잖어. 설거지하고 그럴 때 구경할라고 구석에 들어가 있었거든. 그랬더니.. 히야. 너. 굉장하다!! 어떻게 들어간거야? 감탄하더라구. 놀라긴.
그래서 내가 더 놀래켜줄려고, 냉장고 위로 샤샤샥 올라가서 띠옹 띠옹 점프하니까! 물개박수를 치는거야. 고양이 점프 대장인거 몰랐나봐. 잘 땐 문 꽉 닫고 침실방 못 들어오게 하던데.. 누나 개발자는 겁쟁인가봐.
내가 쿠션에 꾹꾹이하는거랑 밤에 바깥 구경하는거 유심히 보더라. 호기심이 많아서, 양초에다가 배 대고 있다가 털 태워먹은 적도 있어. 누나 개발자는 역시 신기해 하더구만. 뭘 또 그리 신기해함. 웃겨.
암튼 달콤살벌한 일주일동안의 동거를 청산하고, 오빠 집사가 드디어 날 만나러 와줬어. 시험 잘 봤다더라구!! 경사났네.
에피소드
아.. 뒷 이야기. 해줘야지.
오빠 집사가 고양이 하나를 더 들여서, 걔랑 피터지게 싸우다가 내가 열 받아서 그 집 나가버렸잖아. 가출. 오빠 집사는 말로만 듣던 cat fighting을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는데..
나중에 온 고양이를 더 예뻐해주는게 짜증나서, 내가 나간거지. 흥. 그렇게 린지 이야기는 끝이 났지.
그리고
누나 개발자는 한국인지 미국인지 계속 고민하다가, 남편 개발자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대. 그래봤자 누나 개발자네도 2012년 4월에 다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어. 에휴.. 그럴껄 왜 그렇게 맨날 어디가 더 좋은지, 나이 마흔엔 어찌 되는지 고민했을까? 고민할 시간에 잘 살지.
있잖아. 너무 고민 많이 하지 말고, 그냥 하루하루 잘들 살아. 미리 고민하지 말고. 열심히 산 하루가 쌓여 그대의 과거가 되는거야. 후회없이 오늘 하루를 잘 살았는가? 그럼 된거지.
못 살았어? 못한 일 있어?
그럼 내일 해. 그럼 되지. 밖에 비 많이 온다. 괜히 비 맞지 말고, 어여어여 들어들 가.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자!
린지 이야기2 끝!!!
원글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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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 이야기2 : 1인칭 고양이 시점으로 글쓰기(2) by 청자몽 - 얼룩소 alook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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